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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이제는 '원로'라 해도 될 법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마 우리 세대에게는 소설계의 서태지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워낙 하루키 하루키 해서 상실의 시대 같은 소설이 유행하던 무렵에는 그 기세에 질려 하루키 근처에는 얼씬도 안했었다. 이제는 유행이라기엔 너무 길다. '국민 일본 소설가'(?)쯤 되는 자리를 차지한 그이기에, 이젠 뭐 별로 질려할 것도, 확 끌릴 것도 없다. 그 간 그의 단편집 한두권은 읽어본 듯. 대충 스타일은 알고 있다. 긴 교육을 다녀와서 좀 말랑말랑한 게 필요하던 차에 회사 Library 신간을 훑어보다 신청했는데 꽤 빠른 신청이었나보다. 줄이 길 것 같은데 바로 차례가 돌아와 단숨에 읽었다. 무슨 20대 여성 잡지에 연재중인 글 묶음인 듯. 젊을적엔 왠지 후까시의 대명사같은 느낌이었는데.. 2013. 7. 30.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프로젝터를 설치한 이후로 주말마다 거의 1,2편씩은 영화를 본다.요즘은 영화가 떨어져서 드라마 '나인'을 보고 있는 중. 암튼 그렇게 최근에 본 영화중에 가장 좋았고, 올해의 영화가 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영화가 이거다.국내 개봉 제목은 그냥 '월플라워'.본지는 좀 지났는데, 최근 계속 합숙교육 받느라 블로그에 올릴 시간이 없었다. 유달리 친하고 독특한 남매와 어울리게 된 남자주인공이라, 설정만 보았을 땐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처럼 빠지는게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했는데, 다행히(?) 오빠는 게이다. ㅋㅋ Wallflower란 무도회에서 파트너가 없어 춤을 못추는 사람이라는데, 사전에 보면 그중에서도 '여자'랜다. flower니까.근데 영화속에선 이 친구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오른쪽의 이 오빠역의 배우는.. 2013. 6. 9.
프로젝터 W1070 오랜 로망중 하나였던 프로젝터를 드디어 질렀다.사실 한달도 넘었지만, 스크린과 설치까지 완성된 건 지난주다. 나의 프로젝터에 대한 로망의 기원은 따지고 보면 그보다 더 오래전의 기기들인 슬라이드기, OHP로 거슬러 올라간다.뭔가 깜깜한 배경에서 빛을 비춰주는 기계들.대학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으니 슬라이드기도 상당히 고려대상이었으나 학생이 슬라이드기까진 구매한다고 해도, 슬라이드 필름과 현상비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더 예전에 중학교때쯤인가 OHP위에 아스테이지 올려놓고 색연필로 쓰는 것도 너무 멋져보여서, 사기는 어렵고 만들어 보려고까지 했었다.슬라이드기나 OHP보다 덜 기능적인 것으로 Philips에서 조명을 결합한 재미있는 소품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그것들도 상당히 끌렸었다. 아무튼 단순 조명 .. 2013. 5. 19.
Life of Pi, 서유항마편, Moonrise Kingdom 세 영화 모두 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몇년전 읽었던 파이이야기가 영화화 된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나온 것은 상당히 오래 지나서였다. 기대보단 평이..이안 감독이 맡아서 특별할 것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원작을 비쥬얼화 한 것 이외에 달라진 점도 거의 없다. 사방에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의 고요한 바다위에서의 밤은, 사나이라면 로망 아니겠는가.이런 장면은 기대했던 이상..3D였으면 좋았겠다. '안그러면 아비규환' 중 한편이었던 짐 셰퍼드의 '테드퍼드와 메갈로돈'을 보면 이런 장면이 연상된다. 하지만 소설을 보면서 영화화 된다면 어떻게 표현할지 가장 궁금했던 이빨섬의 묘사는 평이했고, 더더욱 어떻게 찍을지 궁금했던 파이의 'Another Story'는 그냥 소설에서처럼 파이가 이야기하는 것으로 처.. 2013. 3. 26.
Searching for Sugarman 특히 1998년 이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나와, 로데시아(현재의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일부 지역 국가들과 호주,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의 사람들 일부 이외에 Sixto Rodriguez라는 뮤지션의 음악을 들어본 지구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 앨범을 두개 내고 쫄딱 망하여 곧 활동을 접었던 이 뮤지션의 음악을 지금 내가 듣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하 Searching for Sugarman이란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음. 다큐멘터리에 스포일러라니 좀 우습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Rodriguez의 음악이 제법 히트했음에도 이 가수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지 못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 뮤지.. 2013. 2. 20.
안 그러면 아비규환 안 그러면 아비규환. 제목부터 화끈하다. 두께가 상당하여 주저하였으나, 화려한 필진의 20편에 달하는 단편이니 지루하거나 버겁진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이야기'의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어 손에 집었다. 이 책이 기획된 계기에 대하여 뒷부분에 나오는데, 소설에 있어 서사가 죽은 시대인 건 우리나라만의 얘긴 아닌 듯. 왜 우리나라 소설들은 이리 자폐적인가 짜증내면서 잘 안보기 시작한지 꽤 되었는데, 내가 그나마 최근에 읽은 영미 소설들이 대게 서사 중심이어서 그랬는지 잘 몰랐는데 말이다. (최근에 떠오르는 소설들만 해도 파이 이야기, 시간여행자의 아내, 빅 픽쳐 등 죄다 영화화 되었거나 진행중인, 서사 중심 소설들이다.) 사실 같은 분량이면 대체로는 단편들보다 장편 한편이 더 빨리 읽힌다. .. 2013. 1. 11.
가장 인간적인 인간 원제 The Most Human Human. 기계에 지능이 있다고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컴퓨터공학사의 전설인 Alan Turing이 주장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Turing Test로 널리 알려진 이 방법은 인간과 컴퓨터를 서로 보지 못한 채 문자로 대화를 하게 하여 사람인지 기계인지 판별하게 하여, 인간이 상대방을 인간인지 아닌지 자신있게 판별할 수 없다면 그 기계는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튜링은 2000년대쯤에 5분간의 대화로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정확히 판별할 확률이 70%를 넘지 못하는 컴퓨터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이 테스트를 매년 자신의 돈으로 개최하는 휴 뢰브너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08년 이 대회에서 '가장 인간적인 컴.. 2012. 11. 25.
Breakout Nations 최근에 흥미롭게 읽은 책인데, 벌써 글 쓰려다 한참 지나서 많이 까먹었다. -_-;; 저자 루치르 샤르마는 Morgan Stanley 신흥시장 총괄대표라고 한다. 제목은 좀 유치한 감이 없지 않은데 ㅎㅎ 한마디로 최근 10여년간 비교적 잘나갔던 BRICs를 비롯한 신흥국들 중에 앞으로도 계속 잘나가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나라들을 Breakout Nations라고 칭하였다. 우리나라 사정은 그나마 안다고 치고, 매달 한두번씩 들락거리는 중국 경제는 좀 아냐?하면 굉장히 피상적인 부분 밖엔 모른다. 그런 주제에 여윳돈이 있으면 친디아 펀드를 들어볼까? 라틴 아메리카 펀드를 들어볼까? 고민하는 건 사실 룰렛에서 어느 번호에 걸어볼까 고민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나는 룰렛 게임에 .. 2012. 9. 23.
Barney's Version, 범죄와의 전쟁, Act of Valor Act of valor.미군 홍보영화같은 영화인데, 비교적 사실적인(?) 전투장면으로 인해 밀덕들의 입소문을 탄 듯.특별한 갈등구조나 줄거리다운 줄거리도 없지만, 전투장면으로 승부한다. 남미 마약갱 소굴에 잡힌 CIA요원을 구출하러 간 첫번째 전투가 가장 인상깊다. 특히 Navy Seal 한 팀이 침투해 요원을 구출해내서 강으로 내빼는데, 뒤따라온 갱들에게 지원나온 고속정(SWCC라는 팀)이 미니건(M134)으로 화력을 퍼부어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느낀점이라면....진짜 미국이랑은 싸우면 안되겠다.. 랑,근데 끝까지 싸우면 얘네한테 완전히 지진 않겠다..무기는 물론이거니와 군인 하나하나에 드는 비용과 지원이 어마어마해서, 전력이 압도적이긴 하나, 그보다 더 압도적인 비용 때문에 얘들도 거덜나지 싶다. .. 2012. 5. 26.
건축학개론 지난 3일간, 그러니까 4/2~4/4는 중국의 청명절 휴일이었다.올해도 중국 휴일에 맞춰 쉬는데, 이번엔 가족끼리 휴가를 맞춰 어딜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Kiwi는 지난달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고, 하여 나에게 일종의 짧은 방학이 주어진 셈. 지난주엔 또 6일씩이나 출장을 다녀와서 놀 계획도 제대로 못세웠는데, 화요일에만 회사에서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끼리 평일 골프 약속이 잡혀있었다. 짧은 방학이 시작되는 월요일엔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연습한지 너무 오래되어 다음날을 대비하여 골프연습장에 우선 갔다. 이렇게 가끔 남들 일하는 평일에 여유를 만끽할 생각으로 어딜 다니다 보면 생각보다 팔자좋은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전에 잠원동 살 때 다니던 연습장인데 70분에 3만원이라 해서 '헉'했다. 이렇게.. 2012. 4. 5.
타워 SF의 탈을 쓴 음... 풍자 소설? 배경이 Beanstalk(잭과 콩나무의 콩줄기 이름)라는,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674층에 인구50만짜리 거대 건물도시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 6편의 단편 모음이다. 각 단편은 '개'를 제외하고는 인물도 겹치지 않고, 시간적 배경도 수십년씩 차이가 난다. 각각에 대해 짤막하게 촌평을 남겨보자면, (스포일러 약간 함유)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 비싼 술의 은밀한 이동경로를 추적한 권력장 연구라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정치적인 권력장 연구 얘기로 시작한 이야기의 끝은... SF+추리소설 느낌이 제법 풍긴다. 자연예찬 부록의 "작가 K의『곰신의 오후』중에서"와 더불어, K의 소설속 자연주의 소설은 정말 지겹기 그지 없다. ㅋㅋ 작가는 도대체 이 소설속 소설들을.. 2012. 3. 10.
Ein Mann, Ein Buch (남자의 자격 - 남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 물론 독어로 이런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TV 프로그램 제목을 딴 국내 번역 제목이 영 마음에 안든다. 회사 도서관에 신간으로 나왔는데, 상당히 많은 예약자들이 있어서 한참만에 차례가 돌아왔다. 굳이 사볼만한 책은 아니지만, 남자라면 아래와 같은 목차를 보면 호기심이 일게 마련이다. 이 책의 경쟁력의 97%인 목차를 과감히 공개하겠다. Chapter 1. 요리 & 가사 001. 하우스 바 만들기 002. 칵테일 만들기 003. 맥주 만들기 004. 칠레 방식으로 바비큐그릴에 불 피우기 005. 스테이크 굽기 006. 쐐기풀로 샐러드 만들기 007. 팬케이크 뒤집기 008. 잔디 깎기 009. 나무 심기 010. 나뭇가지로 나무 만들기 011. 공구 갖추기 012. 선반 만들기 013. 벽에 구멍 뚫기 .. 2012. 1. 26.
One Day 약간은 키치스러운(?) 포스터에 끌려서 보게된 것도 없지 않다. 포스터에 다 나와있다. 20년, 두사람, 어느날... 2006년 7월 15일에 시작하자마자 1988년 7월 15일로 건너뛰고, 2009년 7월 15일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1988년 7월 16일. 시작부터 화면이 예뻐서 영화에 대한 감이 좋다. 배경은 유럽. 미국에선 이런 그림이 안나온다. (스포일러 있음) 20년간의 사랑인데, 엇갈리는 사랑이라기보단 일방적인 사랑이다. 나쁜 소녀의 짓궂음과는 성별이 바뀌었다. 그러고보니 은근히 닮은 점이 있다. 오랜 인연, 일방의 사랑, 끊임없이 받는 상처, 뭐 결말도 비슷한 면이 있고. 곧 결혼할거라 말하는 남자. 이번엔 정말 제대로 안녕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악당들은 착한 사람을 절대.. 2012. 1. 18.
나쁜 소녀의 짓궂음 페루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지 싶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노벨상도 받았고 생각보다 유명한 작가인 듯. ㅋㅋ 보르헤스나 마르께스도 그렇지만, 스페인어권의 날리는 작가들은 더이상 스페인에서는 나오지 않는 듯.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은 처음인데,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이 소설은 그의 대표작에 놓기에는 좀 이질적인듯. 매우매우 쉽고 단순하고, 아주 고전적인 이야기 스타일이다. 영화로 만든다 해도 잘 어울릴 듯. 아니 길이가 좀 기니까 chapter 당 에피소드 하니씩으로 7부작 드라마로 만들면 근사할 듯. 근데 책대로 하자면 21+ 등급은 되어야 할 듯. ㅎㅎ 1. 칠레 여자아이들 2. 게릴라 3. 스윙잉 런던에서 말을 그리는 화가 4. 샤토 메구루의 역관 5. 말 못하는 아이 6. 아르키메데스, 방파제.. 2012. 1. 10.
Another Earth 비행중의 영화감상은 참 열악한 환경이다. 비행기안은 엔진음으로 기본적으로 시끄럽기 마련인데, 왜 영화들은 굳이 더빙으로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비용도 더 많이 들텐데 말이다. 게다가 서울-북경은 비행시간도 2시간이 채 안되어, 타자마자 보기 시작해야 겨우 한편을 볼까말까한 경우가 많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3가지 언어로 기내 방송이 나올 때마다 영화는 중단되기 때문에 그것도 무쟈게 짜증난다. 그래도 이번엔 지난 출장과 term이 좀 있었어서 신작들도 나와 있고 해서 살펴보다, 이 영화가 끌려서 보게 되었다. 다행히 상영시간도 90분 남짓으로 짧다. (내용 스포일러 있음) 영화는 지구의 태양 반대편에 또다른 지구가 있었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그 또다른 지구에는 우리와 동일한 사람들이 동일한 삶.. 2011.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