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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 4차산업혁명 얘기 따위를 줄줄 할 것 같은 진부해보이는 책이라 안볼까 하다가, 목차 보고 한두시간 훑어나 봐야겠다고 빌린 책인데, 의외로 거의 정독을 하였다. 도입부에 인상적인 이야기 때문인데, 기술이 나와도 그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례로 설명한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의 영화(영상?)를 상영하였으나, 1900년에 그들은 "영화는 미래가 없는 발명품"이라며 영화 사업을 그만둔다. 책 표현을 빌면 영화라는 '기술'은 만들어졌지만, 영화라는 '매체'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1903년에야 조지 앨버트 스미스에 의해 '클로즈업'이라는 기법이 만들어지고, 요즘 기준에서 영화다운 영화('국가의 탄생')가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도 12년이 더 걸렸다. .. 2017. 10. 6.
인생의 재발견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바, 눈에 띄는 책이라 빌려보았다. 게다가 서문을 읽으면 중년 이후 인생에 관한 정답을 줄 것만 같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은 저자의 포부보다 결과물은 훨씬 시시하고, 두서없고, 정리가 영 안되어 있다. 기자를 오래 해왔어도 긴 글을 구성하는 건 또 다른 능력이니까 뭐. 특히 매우 많이 할애한 저자 본인의 이야기는 그다지 인사이트를 주는 내용이 없다. 메시지를 잡으려고 나눈 듯한 목차 제목들은 내용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어색한 시간순 배열은 구성능력의 결여를 좋게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해주기는 한다. '그게 뭐야'라 할지 몰라도, 그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특히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하면서.. 2017. 10. 6.
Maudie 내사랑 Ethan Hawke는 점차 주목하게 되는 배우 같다.Before Sunrise의 그 남우가 같은 감독의 무척 인상 깊었던 영화 Boyhood에서 한편 찌질하면서도 현실적인 부성애의 아빠 역할을 맡은 것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다시 보게 된 계기였음은 분명하다. 거기에 한편 더 추가할만한 작품이 생겼다. Sally Hawkins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어디서 보았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Blue Jasmin에서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오히려 한참 더 된 Happy go lucky에서의 모습이 기억난다. 두 배우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인 영화 Maudie 내사랑.풍광도 영화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울린다. 영화 마지막에 실제 영화속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잠깐 나오는데, 할아버지가 영화속 Ethan Hawke보.. 2017. 10. 5.
예술과 중력가속도 예술과 중력가속도라니 이 무슨 제목인가, 하고 보니 배명훈의 단편집. 저질 기억력 때문에 기억나는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타워'는 재미있게 읽었고 블로깅까지 했으니, 가볍게 읽어볼까 하고 집었다가 가볍게 읽었다. 본문이 300여 페이지에 열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한두편 읽어보고 재미 없으면 집어치우기 딱 좋다. 가볍게 읽은 건 내용도 대체로는 가벼워서이다. 뭐랄까 우리나라 소설들 특유의 싸함은 있지만. 각 단편들에 대한 짧은 감상.짧은 이야기들이다 보니 짧은 감상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유물위성1인칭으로 이야기하는 화자가 너무 수다스럽게 느껴지지만 떠오르는 이미지에 몰입된다. 다만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들과 결말? 스마트D데뷔작이자 이번 단편집의 제목이 될 뻔 했다는데, 키보드의 D에 관한 이런저.. 2017. 8. 1.
쌈 마이웨이 watching 카테고리에 쓴 게 얼마만인가. -_-;;영화는 물론 꾸준히 봐왔는데, 역시 귀차니즘 때문에 여행 말고는 꾸준하기가 힘들다.써두면 나중에 보기 좋기는 한데, 사실 써둔 걸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지금 보니 좀 너무 열심히 올린 것도 같다. 그래도 남겨뒀어야 싶었던 영화나 드라마도 있다.블로그에 안올리는 동안 본 영화들 중 생각나는 건 Boyhood, Drive 같은 영화... 미드는 보려 들면 볼게 너무 많아 아예 은퇴 후 플랜으로 미뤄버렸고, 한국 드라마도 그리 많이 본 편은 아닌데, 그동안 본 중에 생각나는 드라마는 나인, 뿌리깊은 나무, 응팔, 육룡이 나르샤, 시그널 정도... 올해는 챙겨본 드라마가 쌈 마이웨이가 처음인듯 싶다.입소문이나 권유도 아니고, 우연히 채널을 넘기다가 3,.. 2017. 7. 19.
생명설계도 게놈 작년에 번역되어 나온 책인데, 사실은 1999년에 발간된 책이다. 무려 18년전에 나온 책, 그간 이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한참 옛날 얘기일 수도 있는데 왜 이제야 번역되어 나온 것일까. 70년대에 나온 '이기적 유전자'도 아직까지 읽히는 걸 보면 나름 신간이랄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새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고등학교때 과학 중 생물과 화학은 외울 것이 많아서 별로 안좋아했었던 뒤끝이 오래 간 것일까. 이쪽 분야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서 제대로 읽어본 교양 과학서들도 거의 없다. 그러다 최근에는 건강과 의학의 발전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매력적인 장腸 여행' 같은 책도 읽게 되고, 유전자 관련 책까지 오게되었다. 흥미로운 내용이 워낙 많아서, 좀더 최신의 유전자.. 2017. 5. 27.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2월에 읽은 책인데 이제야 남긴다. (글 작성 버튼을 누른 건 2월이나, 이걸 실제로 쓰고 있는 건 5월)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다루는 주제가 집중되어 있다보니 쉽게 정독하긴 어려운 책이라, 듬성듬성 읽었다. 하지만 책 앞부분에 이 책의 주제와 목적이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다. ... 긴축이 아니라 조세를 통해 국가부채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우리가 택해야 할 경로이다. 물론 긴축은 불공정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조세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덧붙여 채무자가 채권자보다 더 많은 게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 이유로 조세를 해결 수단으로 동원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민주주의가 근원적으로 인플레이션 편향성을 띠기 때문에 긴축을 거부하자는 주장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 2017. 2. 13.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중국계 이민자인 남자와 '평범한' 백인인 여자, 그리고 그둘의 세 아이들 이야기. 어떤 이야기들은, 아니 많은 이야기들이 그 구성을 통해 더 강한 생동감을 가진다.이 소설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고, 문장들 또한 좋은 부분들이 많으나, 리디아의 죽음을 처음에 배치하지 않고 제임스와 메를린이 만났을 때부터 리디아의 죽음까지를 순서대로 나열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더랬다. (이하 스포일러가 심하니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은 나중에 읽고 보시길.)거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리디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처럼 묘사된다. 타살 아니면 자살이라고 생각되는데, 자살일 수 있다는 실마리는 주어지는데 반해 타살이라는 근거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으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마지막에 이르.. 2017. 1. 1.
매력적인 장腸 여행 다시 블로그에 책 읽은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사실 이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 몸에 대해 얼마나 잘 모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왜 유아가 너무 어릴 때 특정 음식들을 먹으면 알러지가 잘 생길 수 있는지, 편도나 흔히 맹장이라 불리는 충수는 어떤 역할이 있길래 그렇게 잘라도 되는 것인지, 먹는 약 대신 좌약을 넣는 이유는 무엇인지, 토할 때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등. 언니가 쓰고 동생이 그린 이 책은 그림도 설명도 아이에게 설명하듯 무척 쉽다. 하지만 설명이 쉽다고 모든 것을 명확히 설명해주진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아주 최근(근 10년 정도)에야 밝혀졌고, 이제야 시작인 연구들이 태반이다. 그러니까 내가 .. 2016. 12. 3.
숨결이 바람 될 때, 종의 기원 이 카테고리에 글을 쓴지 벌써 3년이 넘었다. 그동안 통 책을 안읽어서...라기 보다는 블로그에 시간을 별로 안쓰게 되어서인 이유가 더 크겠다. 기억을 남기기 위해 여행 다녀온 후에만 간신히 기록을 남기고 있으니. 1년 정도 전부터 평일에 잠을 훨씬 많이 자게 되면서 평일에 혼자만의 시간이 확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다. 그전에 보통 새벽2시에 잠들었다면, 요즘은 12시반 전에는 자야 다음날 안피곤하다. 사실 '14년 하반기~'15년 다시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사실 학과 관련 책 이외에는 많이 안읽기도 하였다. 학교에는 훌륭한 도서관이 있었지만, 아무리 훌륭한 도서관도 가까운 도서관만 못한 법이다. 다시 회사를 다니면서, 몇달 간 좀 회사와 새 업무에 다시 적응하고 나서 다시 회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 2016. 11. 27.
Beirut, 2005-2007 - Hale Tenger 최근에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로 인하여, 새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테러까지 주목받고 있다.사실 나도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테러는 알지 못하였으나, 페이스북 등에 퍼지는 삼색 물결에 의아해하며 먼저 떠올린 것은 지난 10월에 있었던 터키 앙카라에서의 폭탄 테러였다. 사상자 수도 비슷했는데, 확실히 파리 테러에 대한 관심의 1/10도 못받았던 것 같다. 왜일까? 터키도 프랑스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인데.우리가 프랑스랑 더 비슷한 나라라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일까? 사실 우리나라는 터키에 더 가까운 나라 아닌가?역시 힘있는 상대, 주류인 상대에 대한 공격이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 같다.한번에 터지는 폭탄 테러에 비해 훨씬 극적이며 일상에 .. 2015. 11. 19.
The Great Beauty, Night Train to Lisbon, The Necessary Death of Charlie Countryman, Nymphomaniac 어디선가 이미 여러 번 한 적 있는 얘긴데, 책이건 영화건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한 시기에 접한 것들이 관련성들이 많이 있는 경우가 꽤 많다. 그 관련성이 소위 '대세'라면 이해가 가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으니 신기하달까. 요즘 유럽영화가 대세다 뭐 이런 조류는 전혀 없지 않나? 어쨌든 최근에 본 영화들 상당수가 유럽(혹은 유렵 배경) 영화다. 심지어 보려고 구매해 다운받아둔 영화 6편 중 4편이 또 유럽 영화다. The Great Beauty.이 영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줄거리를 말하자면 뭐였지? 싶고, 어떻게 끝났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멋진 영화로 남아 있다. 위 장면처럼 말이다.저곳은 로마에서도 콜로세움이 바로 앞에 보이는 어느 집 옥상이다.저런 곳에서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 2014. 5. 18.
About Time 크리스마스 이브에 yeon과 둘다 휴가를 낸 기념으로 선택한 영화.(Kiwi는 어린이집 정상 출근. ㅋㅋ)작년의 영화 1위는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에 내주고, 2위를 줄 수 있을 듯. 주제에 대한 다소 직접적인 설명이 너무 과한 친절이라 좀 아쉬웠긴 하지만, 삶에 대한 이런 뻔한 가르침도 울림이 있다.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큰 한 축인 것도 더 와닿았고. 만일 그런 능력이 있다면 좋기만 하진 않을 듯.영화에서처럼 무제한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되돌리고 되돌리고 하다 보면, 과연 삶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결국 대충을 여러 번 반복하여 만들어진 완벽이 삶을 얼마나 더 아름답게 만들 .. 2014. 1. 3.
응답하라 1994 우선 응사에 대해 쓰려고 하니 전에 썼던 건축학개론이 당연히 떠오른다.다시 한번 읽어보니, 뭐야 이거 응사랑 건축학개론이랑 쓸 얘기가 똑같잖아! ㅋㅋㅋ 거기 댓글에 댓글로 내가 이렇게 달았었는데, 예언(?)이 실현되었다. 아무튼 이제 우리를 노땅 취급하고 흘러간 세월 그리워하게 하면서 호주머니를 털어갈 컨텐츠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뭐 386이 지난 한 세대로 분류된 것에 비하면 훨씬 오래 걸린 셈이긴 하지만 말야. 이전에 응답하라 1997은 사실 한두편 보다 말았다. 이유는첫째, 나는 97학번부터는 별로 친한 후배도 없다. -_-; 심지어, 97학번 이후와는 연애도 해본 적이 없다!둘째, HOT는 우리 세대가 아니라 얼라들이 좋아하던 애들이다. 토니안? 내가 과외해주던 여학생이 토.. 2013. 12. 31.
Super Sonic 2013 스탠딩 공연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이 그린데이인데, 날짜를 보니 벌써 3년도 넘었다.그때에 비하면 확연히 40대에 가까와진 느낌. ㅠㅠ 이번의 락페들도 PSB만 아니었다면 굳이 찾아가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특히 Weezer, Placebo, Jamiroquai가 포진한 지산도 아니고, Metalica, Muse, Limp Bizkit의 현카도 아니고, Super Sonic을 선택한 유일무이한 이유는 사실상 Pet Shop Boys다. 2010년 그들이 지산에 찾아왔을 때 혼자라도 갈까를 정말 고민 했으나, 여러 다른 사정들까지 겹쳐 포기한 이후로, 여름 락페는 한동안 관심을 덜 가졌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참 많은 밴드와 팀들이 다녀갔군. 관심을 덜 가진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지리적으로 만만치 않은 거리.. 2013.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