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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96 : Europe4

Prague 동구권이 자본주의에 백기투항한지 겨우 5년여 지났을 무렵, 유서깊은 이 도시를 반세기 가까이 지배해온 사회주의의 흔적은 이미 너무나 희미한 것이었다. 당시 가장 확연했던 사회주의의 흔적이라면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인) 가난함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해서도 매우 싸다고 느껴질만한 물가 수준과 비교적 서유럽에서 가까운 거리. 이 도시는 가장 인기있는 동유럽 관광지 중에 하나였다. 당시에 나는 처음으로 우리보다 못사는(평균 소득이 낮은) 나라에 발을 디딘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우리보다 평균소득이 현저히 낮은 나라를 방문한 경험은 모로코와 중국 정도 뿐이다.) 우리보다 한참 잘 사는 다른 서유럽, 북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이곳은, 그래서 왠지 모를 불편함을 안겨주었던 곳이기도 하다. 시끌벅적한 이 시.. 2010. 8. 4.
Mont Saint Michel 96년의 배낭여행 때 마지막 행선지인 프랑스에서도 가고 싶었던 곳은 많았지만, 역시 시간에 쫓겨 들른 곳은 많지 않다. 지금은 굳이 와인 때문이 아니라도 보르도나 보르고뉴쪽으로 쭉 다니는 것이 무척 끌리지만, 그때 가보고 싶었던 곳은 몽 생 미셸을 비롯한 노르망디 지방, 샤모니, 아를, 오를레앙, 샤르트르, 마르세유, 아비뇽 등이었다. 그때는 미친 체력이라 항상 무리하며 다녔지만, 여남은 5일 남짓한 시간중에 빠리를 포함해서 더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고, 그중에 선택한 곳은 샤모니와 몽 생 미셸이다. 몽 생 미셸은 길 하나로 육지와 이어진 섬같은 곳이었지만, 모래가 점차 쌓여 거의 육지와 붙어있는 것 같이 되어간다고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어쨌든 없는 시간 와중에도 다른 곳을 포기.. 2009. 9. 7.
Siena 나의 첫 배낭여행은 참으로 준비가 부족한 것이었어서, 이틀뒤에 내가 어디에 있을지 예상하기도 쉽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애초에 올때부터 London In - Paris Out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었고, 그래서 가이드북에 의지하여 그날의 숙소, 갈 곳, 다음 기차 시간 등을 보고 다음 행선지를 정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어쩌다보니 북유럽을 돌게 되어 유럽의 남쪽은 펑크가 나버렸다. 빠듯한 일정 와중에도 이태리의 한 도시만큼은 꼭 가보고 싶었으니, 그곳은 Siena였다. 특별히 그 도시에 사전지식이 있던 것도 아닌데, 당연히 가이드북에도 두장 정도로 짧게 넘어가는 곳인데, 로마나 베니스도 마다하고 이태리에서 오로지 그곳에 꽂힌 이유는 아마 브레송의 사진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곳에 가겠다고 마음을 .. 2009. 8. 13.
수집의 끝 - 3 아직 수집의 끝 시리즈 두번째인 동전들의 처리 방법은 결정하지 못했지만, 최근에 또 한가지 사진만 찍어두고 치워버린 것들이 있다. 전의 각종 티켓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 녀석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모은 것들이다. 지도, 기차 시간표, 미술관 팜플렛, 전철 티켓, 무료 엽서, 각종 입장권 등... 이중 대부분은 내 첫 해외여행인 96년 배낭여행때 모아온 것들이다. 모을 때는 나름 나중에 기념이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절대 다시 보지 않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기념으로 뭔가 가져오는 것이 점점 적어졌다. 뭐 그 흔한 제주도도 처음 가본게 2006년이니 나도 은근히 촌놈이다. 하긴 비행기표도 계속 모으다가 작년부터 그냥 버리기 시작했다. 유로화가 없던 시절이라 이때 유럽여행은 환전이 참 번거로왔다. 비상용.. 2009.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