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ntiments/listening

Searching for Sugarman

by edino 2013. 2. 20.

특히 1998년 이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나와, 로데시아(현재의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일부 지역 국가들과 호주,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의 사람들 일부 이외에 Sixto Rodriguez라는 뮤지션의 음악을 들어본 지구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 앨범을 두개 내고 쫄딱 망하여 곧 활동을 접었던 이 뮤지션의 음악을 지금 내가 듣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하 Searching for Sugarman이란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음. 다큐멘터리에 스포일러라니 좀 우습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Rodriguez의 음악이 제법 히트했음에도 이 가수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지 못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 뮤지션은 본국에서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철저하게 실패를 하였고, 남아공은 세계로부터 왕따를 자초한 지독한 분리주의를 지속하던 나라였고, 그의 음악은 주로 반체제 진영에서 인기가 있었고. 심지어는 그가 공연중에 관객들 앞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나.


하도 정보가 없으니까 궁금증이 일었던 몇몇 남아공 사람들이 그를 찾아나섰고, 지금같은 시대였다면 좀더 빨랐거나, 아님 정보의 과도한 홍수에 영영 묻혔을지 모르겠으나, 인터넷이 지금처럼 붐비진 않던 시절인 1998년, 그를 찾는 홈페이지를 그의 딸이 보고 연락하여 그가 살아있음이 남아공에 알려졌다고 한다. Rodriguez 자신 또한 그의 음악이 남아공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에야 처음 알았고.



그래서 '실패한' 음악인으로서의 기억도 까마득해졌을 것 같은 거의 30여년이 지나서야, 그는 성황리에 6번의 남아공 투어를 가지게 된다. 이 이야기는 점점 널리 알려졌고, 작년에 이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져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나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음악에 매력이 없었더라면 이 마술같은 이야기가 이렇게 널리 퍼지지도 않았을 것이란 점.



다큐멘터리는 Fact를 기본으로 하지만, 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편집까지 모두 배제하는 경우란 오히려 드물 것이다. Wikipedia에서 확인한 다큐에선 알려주지 않았던 사실은, 그가 당시에도 호주에선 제법 인기를 얻었고, 호주에서는 정식으로 권리를 사서 그의 미발표 신곡을 포함한 Compilation 앨범도 냈고, 그 역시 몇차례 투어도 하였었다.


물론 호주에서도 엄청나게 성공한 뮤지션은 아니었고, 1981년의 마지막 호주 투어를 마지막으로 그는 'normal life'로 돌아갔다. 그리고도 20년 가까이 지나서야 그가 남아공에서 전설적인 존재임이 알려진 셈. 그가 나고 자란 미국에서 잘 열려지게 된 것은 겨우 작년의 일로, 이 영화 얘기와 더불어 알려지기 시작해 David Letterman Show 등에도 출연해 노래를 하였다고 한다.


그가 백인이었고, 여느 수많은 '실패한' 뮤지션들 같이 평범한(?) 생활인으로만 살았더라면 Rodriguez의 이야기와 노래는 훨씬 덜 흥미로왔을 것이다. 앨범을 내기 전에도 술집에서 관객을 등지고 노래를 불렀던 것처럼, 그는 'normal life'로 돌아가서도 자신만의 삶을 살고자 했던 것 같다. 공장에서 막노동을 하면서도 턱시도를 입고, 긴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며 절대로 선글라스 벗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어느날 시의회 의원이 되겠다고 선거에 나서고. 60년대후반-70년대초에 멕시코계 하층 이민2세가 런던과 미국을 오가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다큐에서 한번도 비치지 않은 그의 아내 혹은 배우자(어쩌면 배우자들??)는 그를 어떻게 얘기할지, 여전히 mysterious한 구석이 많아서 그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그가 처음 남아공의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 베이스의 Intro가 콘서트장내에 흐른다.

난 이 Intro가 Rodriguez의 등장을 기대하게 하는 베이스의 센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I Wonder 원곡의 전주 그대로다. 그야말로 이런 등장을 위해 만들어 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보는 사람까지도 행복했던 정말 특별했던 공연, 최고의 장면이고, 어쩌면 그의 인생 최고의 순간 아니었을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