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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reading

Breakout Nations

by edino 2012. 9. 23.

최근에 흥미롭게 읽은 책인데, 벌써 글 쓰려다 한참 지나서 많이 까먹었다. -_-;;

 

저자 루치르 샤르마는 Morgan Stanley 신흥시장 총괄대표라고 한다.

제목은 좀 유치한 감이 없지 않은데 ㅎㅎ 한마디로 최근 10여년간 비교적 잘나갔던 BRICs를 비롯한 신흥국들 중에 앞으로도 계속 잘나가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나라들을 Breakout Nations라고 칭하였다.

 

 

우리나라 사정은 그나마 안다고 치고, 매달 한두번씩 들락거리는 중국 경제는 좀 아냐?하면 굉장히 피상적인 부분 밖엔 모른다. 그런 주제에 여윳돈이 있으면 친디아 펀드를 들어볼까? 라틴 아메리카 펀드를 들어볼까? 고민하는 건 사실 룰렛에서 어느 번호에 걸어볼까 고민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나는 룰렛 게임에 참여하였다 -_-;;) 이 책이 다루는 수준이 여전히 피상적이기는 해도, 이정도라도 다른 나라 얘기들을 들어볼 기회는 별로 없었던지라,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각 나라들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목차만 봐도 대략 점수가 매겨진다.

 

 

 

1. 장기 성장은 허구일 뿐이다 
_ 2000년대만큼의 고속성장 추세는 재현되기 어려운 현실 

2. 파티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국 
_ 불균형, 부조화, 지속 불가능으로 규정한 중국식 경제성장의 둔화 조짐 

3. 마법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인도 
_ 족벌자본주의, 복지 지출 증가, 부패도 등 성공신화가 불발로 끝날 것이라는 위험신호 

4. 신은 과연 브라질 편일까 
_ 폐쇄경제 속 낮은 성장률과 부족한 인력 수급 등이 초래한 과열 양상 

5. 커튼 뒤에 숨은 거물들이 지배하는 멕시코 경제 
_ 통신과 맥주, 시멘트를 비롯한 산업분야의 소수과점 체제라는 국가 경제의 독 

6. 화려한 마스크 속 초라한 얼굴, 러시아 
_ 자유 vs 통제, 초호화 소비 vs 열악한 공공시설 등 중간지대가 없는 모순으로 가득 찬 산유국 

7. 동유럽의 떠오르는 별, 폴란드와 체코 
_ 안정된 제도와 낮은 부채율, ‘스위트 스폿’ 시기의 혜택을 누리는 두 나라 

8. 이슬람 통합으로 기회를 얻은 터키 
_ 이슬람 국가의 정체성을 되찾고 오스만제국의 영화를 회복하려는 반동혁명 정부 

9. 명예 회복에 나선 동남아시아 호랑이들 
_ 성공적인 원자재 경제 기반을 구축한 인도네시아와 정치적 안정이 경제 부활로 이어지는 필리핀 

10. 경제신화를 이어가는 금메달리스트 한국 
_ 세계적인 브랜드, 산업 다각화, 최첨단 기술력을 뽐내는 ‘어메이징 코리아’ 

11. ‘카푸치노 경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미래 
_ 인종별 소득 불균형의 잠재적 갈등 요소를 해결하지 않는 온건 노선의 정부 

12. 고립과 개방의 길목에 선 제4세계 
_ 내전의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 폭발적 잠재력을 선보이게 될 스리랑카와 나이지리아 

13. 황홀경이 끝나면 고된 일상이 시작되는 법 
_ ‘원자재닷컴’ 시대를 꿈꾸는 사람들, 기술혁신에 미래를 거는 국가들 

14. 신흥국 기적의 역사, 제3의 도래 
_ 적정한 성장률, 호황-불황 사이클의 복귀, 군집 행동의 해체라는 새로운 시대의 특징 

 

 

 

읽고 있노라면 상당 기간 지속되어 계속 당연할 것처럼 여겨지는 많은 현상들이 앞으로는 다를 거라는 저자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국만 해도 이제부터는 쉽지만은 않을 거란 예상, '인구배당' 효과가 한 나라의 잠재력을 평가하는데 매우 당연한 잣대로 남용되어지는 요즘이지만 실제로 그것은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인구 배당 관점에서 인도와 브라질은 혜택받을 나라이나, 저자는 이들 나라의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최근 몇년간 폭등한 원자재 가격은 실수요에 근거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국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혜택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등...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매우 좋은 평가를 해두어서 좀 뜻밖이긴 한데, 사실 비교 대상 어느 나라를 봐도 주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눈에서 예측가능하기로는 우리나라만한 곳이 별로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서비스업의 미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중심 경제의 한계를 넘어설 나라로 꼽아준 듯. 허나 그건 어찌보면 투자관점에서의 얘기고, 거기서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은 또 전혀 다른 문제다. 뭐 길게 보면 곳간에서 인심이 날 가능성이 조금은 높겠으나.

 

저자의 시각이나 예측이 전부 맞을 수는 없는 법이다. 대체로 매우 끄덕이며 읽다가 확 깬 부분은, 미국은 1929년 대공황을 (아무것도 안하고 손놓는) 하이예크식으로 해결(?) 하여 1950년대 호황기를 맞을 수 있었고, 일본은 케인즈주의로 대응하여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하였다는 설명이다. -_-; 뭐 대공황이 어떻게 극복되었다라고는 각 학파가 서로 제 논애 물대기 식으로 해석을 달리 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그렇게 몇년을 개고생했는데 극복이란게 있었나 싶다. 일본이 10년쯤 더 있다가 호황을 맞으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_-;; 거품경제의 종말을 맞은 일본도 케인즈주의자가 보기엔 불충분하고 잘못된 방식의 경기부양이 문제였다고 지적하고 있으니, 하여간 경제학자들은 무언가 하나 믿고 시작해서 그 경전을 바탕으로 해석하는 인간들 아닌가 싶다. 뭐, 사실 나도 엄청난 논리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정서적인" 케인즈주의자라고 해야 맞겠지.

 

암튼 그 부분을 보고 아하, 이자는 아무리 인도계같아 보이기는 해도 완전 골수 미국 주류보수 월스트리트 인간일 수밖에 없겠지...라고 생각하려 하니 바로 다음 장에서는 터키의 성공이 세속주의 엘리트들에 맞서고 있는 이슬람주의(물론 근본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정부의 덕분이라고 말을 한다. 또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는 어느 공무원에게 급행료를 내야할지 알기 쉽고, 돈을 내면 반드시 기대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효율적 부패'가 인도 등에 비해 강점이라고 말을 한다.

 

잘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들도 많은데, 예를 들면 그렇게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이 마닐라 공항 운영을 개판으로 하는 등으로 인하여 연간 방문 관광객이 300몇십만 밖에 안된다거나(우리나라가 천만에 가까움), 브라질 상파울로의 호텔비는 빠리보다 훨씬 비싸다던가 하는 얘기들은 상식 차원에서라도 재미있는 게 많다.

 

책이나 통계 인용 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들의 방문이나 대화를 통한 개인적 경험도 곳곳에서 드러나서, 좀더 생생한 동시에 한계도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제조업 얘기를 하면서 어디서 이순신 장군이나 정주영 회장의 조선 수주 일화를 들었는지,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해군력을 가지고 있었고 조선업의 역사가 깊다고 하는 얘기도 있었다. ㅋㅋ

 

안그랬던 적이 있겠냐만, 이렇게 다른 나라들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정말 중요한 10년을 또 앞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더욱 드는 생각인데, 정말 정치인들 잘못 뽑으면 나라 고꾸라지는 건 금방이다.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사례들이 증명한다. 우리나라도 만일 박정희가 암살시도에서 살아남았으면 저자가 칭찬하고 있는 경제적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이룬 나라가 될 수 있었을까? 그는 당시 이미 너무 오래 집권중이었고, 그 어떤 성공적인 정권도 10년을 넘겨 억지로 유지하여 지속적으로 성공적이었던 경우는 없었다.(살기 좋은지는 논외로, 순수히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싱가포르는 나라라기에는 너무 작으니 예외로 두자) 선거에 독재자의 후손이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출몰하는 건 동남아에서나 있는 일인줄 알았는데, 21세기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란 것이 놀랍다. 지난 향수는 다시 눈앞에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란 걸 지난 5년이면 충분히 깨닫지 못했나. 5년이 모자라 10년이나 4,50년전 패러다임의 인간들에게 나라의 장래를 맡긴다는 것이 불안하지도 않은가.

 

솔직히 지금의 한국은 미래를 보고 누군가를 선택한다기보다는 누군가 되는 것이 싫어서 그것을 막고자 하는 생각들이 더 강한 듯하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강제로 끌어내려진 독재자의 후손이 등장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의 대립이 극명할 때이다.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꼭 적임자는 아닐지라도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당분간 맡아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이든 다음이든.

 

경제 얘기를 거쳐 정치 얘기로 거창하게 왔으니, 마무리는 사소하게.

몇달전에 약간의 여유자금을 3개의 거치식 펀드로 나누어 들어갔는데, 현재까지의 수익률은 이 책의 예측과 비슷하다.

국내 펀드 > 친디아 펀드 > 라틴아메리카 펀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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