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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watching

프로젝터 W1070

by edino 2013. 5. 19.
오랜 로망중 하나였던 프로젝터를 드디어 질렀다.
사실 한달도 넘었지만, 스크린과 설치까지 완성된 건 지난주다.

나의 프로젝터에 대한 로망의 기원은 따지고 보면 그보다 더 오래전의 기기들인 슬라이드기, OHP로 거슬러 올라간다.
뭔가 깜깜한 배경에서 빛을 비춰주는 기계들.
대학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으니 슬라이드기도 상당히 고려대상이었으나 학생이 슬라이드기까진 구매한다고 해도, 슬라이드 필름과 현상비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더 예전에 중학교때쯤인가 OHP위에 아스테이지 올려놓고 색연필로 쓰는 것도 너무 멋져보여서, 사기는 어렵고 만들어 보려고까지 했었다.
슬라이드기나 OHP보다 덜 기능적인 것으로 Philips에서 조명을 결합한 재미있는 소품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그것들도 상당히 끌렸었다. 아무튼 단순 조명 이외에 어두운 데서 빛을 쏘는 기구들은 내 관심을 잡아끄는 것들이었다.

그러다 프로젝터가 나왔는데, 초기의 프로젝터란 물건은 보통의 개인이 소유할만한 가격대가 아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몇년전부터 대중화되면서 프로젝터는 개인용 장비로 자리잡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Full HD의 상당한 고성능 프로젝터나 작은 크기의 휴대형 프로젝터들이 많이 나왔다. 이제는 사야 할 시점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도 떨어졌다.

대부분의 기기들이 그렇듯이, 종류는 엄청나게 많으나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갖춘 것은 매우 드물다.
때론 돈을 많이 들이면 그것이 해결되기도 하나,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들도 많다.
예를 들어 카메라, 내가 지금 쓰고 있는 Sony의 DSLT 방식 카메라는 동영상 AF를 빼면 딱히 마음에 드는 구석이 별로 없으나, 그 동영상 때문에 대안이 없다. 아무리 최신의 FF DSLR이라도 동영상 AF는 이녀석에게 안되는거다.

프로젝터의 경우도 그러하다. 화질, 휴대성, 기능, 전력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종은 없다.
결국 화질이냐 기능과 휴대성이냐에서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결론은 기능과 휴대성은 불편의 감수로 해결될 수 있어도 화질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Full HD로 가기로 하였고, 그리하면 요즘의 대세는 BenQ의 W1070이다.


프로젝터만 2달 정도는 고민한 것 같은데, 더이상 고민하기 싫어 스크린이나 설치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루고 일단 질렀다.
사놓고 일단 벽에 쏘아보니 화질은 기대 이상.
그런데 설치의 복잡함이나 기능의 미비는 생각보다 훨씬 귀찮음을 안겨주게 생겼다.

대충 삼각대에 프로젝터를 올릴 수 있는 브라켓과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걸이식 이동형 스크린으로 여기저기서 보려던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는데, W1070에는 USB 포트는 있지만 그것을 통해 미디어 재생 기능은 없다. 결국 소스기기기와 HDMI를 항상 주렁주렁 달고 다녀야 한다는 뜻. 영화 한번 보자고 프로젝터 꺼내고 삼각대 꺼내고 스크린 걸고 소스기기 연결하고 전원 연결하고 거리 맞추고 한다? 게다가 이녀석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스크린의 크기는 집안에 거실 말고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렇게 하면 또 프로젝터의 설치는 거실 천장밖에 답이 없었다.

왠만하면 집 천장에 구멍내는 짓은 하지 않으려 하였건만, 그래서 결국 1시간도 테스트 안해본 제품을 가격을 좀 내려 판매하려고 실제로 장터에 내놓기까지 했었다. 수업료가 아깝지만 나에게 맞는 것은 다기능 휴대형 프로젝터라고 여기고.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겠다는 사람은 쉽게 안나타났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적극 설치를 해보기로 하였다.

스크린부터 또다시 고민의 시작.
많은 고민과 제품 조사 끝에 전동형 결제 직전까지 갔으나, 무게가 걸렸고, 고장이라도 나면 참으로 심난할 듯 하였다.
결국 가장 싼 축에 속하는 120인치 4:3 블라인드형 롤스크린을 선택하였다.
일단 가볍고, 가격에서 부담이 없고, 망가지거나 더렵혀져도 같은 제품을 사서 다시 달기가 쉽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리고 HDMI 케이블 15m짜리, 전원선 5m짜리를 구매하고, 관련 동호회에 설치 홍보를 올려놓은 개인업자에게 맡겼다.
시나리오를 잘 짜두어서 원하던대로 시공은 잘 되었고, 천장에 프로젝터 빼고는 그닥 눈에 띄지도 않게 깔끔하게 되었다.

밤이 되어 테스트를 해보니 흑, 감동이다.
가로길이 2.4미터의 120인치 스크린 크기는 TV로는 나와 있지도 않은 크기로, 집에서는 상당한 크기다.
60인치 TV 최저가보다도 싼 가격으로, 그 4배 넓이의 화면을 얻을 수 있다.
어차피 Kiwi가 잠든 밤에나 보니까 스크린의 gain도 별로 중요치 않고, 이정도 스크린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영화를 보는 건 이전의 47인치 TV와는 전혀 다른 체험이다. 예전엔 무슨 재미로 영화를 봤나 싶을 정도다. ㅋㅋ
이걸로 사진을 보는 것도 너무 좋고.

다만 한가지 여전히 아쉬운 점은 천장에 고정하였기 때문에 휴대형처럼 천장 투사를 못한다는 점.
가끔씩 Kiwi가 자기 전에 천장으로 쏘면서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었는데, 역시 초소형을 하나 더 질러야...?? ㅎㅎ

암튼 일상의 즐거움이 하나 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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