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터를 설치한 이후로 주말마다 거의 1,2편씩은 영화를 본다.
요즘은 영화가 떨어져서 드라마 '나인'을 보고 있는 중.
암튼 그렇게 최근에 본 영화중에 가장 좋았고, 올해의 영화가 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영화가 이거다.
국내 개봉 제목은 그냥 '월플라워'.
본지는 좀 지났는데, 최근 계속 합숙교육 받느라 블로그에 올릴 시간이 없었다.
유달리 친하고 독특한 남매와 어울리게 된 남자주인공이라, 설정만 보았을 땐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처럼 빠지는게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했는데, 다행히(?) 오빠는 게이다. ㅋㅋ
Wallflower란 무도회에서 파트너가 없어 춤을 못추는 사람이라는데, 사전에 보면 그중에서도 '여자'랜다. flower니까.
근데 영화속에선 이 친구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오른쪽의 이 오빠역의 배우는 상당히 눈길이 가는데, 사실 영화보는 동안 '케빈에 대하여'의 케빈이었단 걸 눈치채지 못했다.
Ezra Miller.
'케빈에 대하여'의 케빈은 워낙 강렬한 영화의 캐릭터라 오히려 배우에 대해 눈길은 덜 갔는데, 이 영화에선 이 친구 아니었음 영화 느낌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Emma Watson은 그에 비하면 평이하지만, 무난했다.
난 원래 '성장' 영화나 소설류 별로 안좋아하는데, 뭐 이렇게 비트 생각나게 유치한 장면들도 그닥 오글거리지 않는다.
영화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단 말이지.
이렇게 추억 돋는 90년대 스타일 소품(좋아하는 곡들 녹음해서 주던 테잎 선물!)이나 음악들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건 과하면 오히려 정떨어진다.)
그럼 뭐가 그리 좋았냐 물으면 딱히 꼽을만한 것이 떠오르진 않는다.
다만 (내 고등학교 시절과는 전혀 다른 풍경과 경험임에도,) 장면장면들이 아련하게 느껴지고, 주인공들 각자의 아픔에 연민이 가고, 그럼에도 삶은 또 무심한듯 흘러갈 모습에 굉장히 감상적이 되었달까.
언제고 다시 보리라 소장 리스트에 올렸다.
이랬던 많은 영화들처럼, 아마 그 언제고는 꽤 먼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또 어떤 느낌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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