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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

Beirut, 2005-2007 - Hale Tenger

by edino 2015. 11. 19.

최근에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로 인하여, 새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테러까지 주목받고 있다.

사실 나도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테러는 알지 못하였으나, 페이스북 등에 퍼지는 삼색 물결에 의아해하며 먼저 떠올린 것은 지난 10월에 있었던 터키 앙카라에서의 폭탄 테러였다. 사상자 수도 비슷했는데, 확실히 파리 테러에 대한 관심의 1/10도 못받았던 것 같다.


왜일까? 터키도 프랑스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인데.

우리가 프랑스랑 더 비슷한 나라라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일까? 사실 우리나라는 터키에 더 가까운 나라 아닌가?

역시 힘있는 상대, 주류인 상대에 대한 공격이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 같다.

한번에 터지는 폭탄 테러에 비해 훨씬 극적이며 일상에 위협적인 공격을 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나 또한 앙카라의 테러를 기억하는 것은 올해 내가 터키를 다녀왔기도 하거니와, 떠나기 전부터 테러 등의 위협에 대해서도 사전 조사를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터키에 대한 생각에 이어 베이루트까지 얘기가 나오니, 이 작품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Beirut, 2005-2007

터키에서의 학점 이수 과정에서 방문했던 Istanbul Modern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다.

비디오 작품이라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설명문만 사진 찍어 왔는데, 누군가 부분적으로 찍어 올린 것들만 보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직접 녹화해올 걸 그랬다.


이 작품은 거의 구도에 변함이 없다.

조용하던 건물의 창가에 바람이 불며 흰 커튼들이 바깥으로 나부끼기 시작한다.

그 풍경이 음악과 함께 무척 시적이고 아름답다. 마침내 바람이 잦아들면 흰 커튼들은 다 제 자리로 내려온다.

그리고 잠시 암전, 그 다음은 베이루트라는 곳에 대한 우리의 인상, 전쟁과 테러 같은 위협이 떠오르는 후반부가 있다.

적외선 촬영으로 밤에 찍은 화면과 긴장되는 음향은 금방이라도 폭탄이 떨어질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준다.

사실은 되돌려보면 낮의 시적이던 풍경 또한 어딘지 이상하다.

이곳은 사람들이 사는 곳일까? 왜 모든 창문이 저렇게 똑같이 열려 있으며 건물 안팎에 아무런 인기척이 없을까?


이번 기회에 새삼 찍어온 작품 설명을 읽어 보며 작가의 설명을 들었는데, 알고 보니 또 새롭다.

사실 이 비디오가 찍힌 시점은 2005년, 라피크 하리리 라는 레바논의 전 수상이 폭탄 테러로 암살당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이다. 바로 이 호텔 앞에서 폭탄이 터져 그는 경호원 등 일행들과 사망하였으며, 접근이 금지되어 있는 이 호텔의 반대편은 평화로와 보이는 이 비디오 화면과 반대로 처참하게 부서져 있다. 그 테러 또한 시리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한다.


석유가 고갈되거나, 대체 에너지가 일상화되거나, 그 뒤엔 중동 지역에도 평화가 찾아올까?

지금의 테러와 전쟁들이 IS와 서방의 대결만이 아닌 것처럼, 이 지역들이 충분히 세속화되기 전에는 평화가 요원한 것일까?


아무튼 이 작품은 참으로 아름다우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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