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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reading

매력적인 장腸 여행

by edino 2016. 12. 3.


다시 블로그에 책 읽은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사실 이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 몸에 대해 얼마나 잘 모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왜 유아가 너무 어릴 때 특정 음식들을 먹으면 알러지가 잘 생길 수 있는지, 편도나 흔히 맹장이라 불리는 충수는 어떤 역할이 있길래 그렇게 잘라도 되는 것인지, 먹는 약 대신 좌약을 넣는 이유는 무엇인지, 토할 때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등. 언니가 쓰고 동생이 그린 이 책은 그림도 설명도 아이에게 설명하듯 무척 쉽다.


하지만 설명이 쉽다고 모든 것을 명확히 설명해주진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아주 최근(근 10년 정도)에야 밝혀졌고, 이제야 시작인 연구들이 태반이다.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생물시간에 배웠던 것들은 물론이요, 내 또래 의사들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들도 업데이트 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은 우리몸에 공생하는 박테리아들에 대해서이다. 유산균의 좋은 영향에 관해서는 매우 오래전에 알려졌지만, 유산균 열풍이 다시 불고 있는 것도 최근의 연구들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이 책을 본다고 바로 유산균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현재 나온 유산균들은 균종과 역할이 제한적이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헬리코박터는 보균자들의 위암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이지만, 보균자들의 폐암 등 다른 병을 억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항생제와 위생의 광범위한 확산이 아토피나 알러지, 자가면역질환 등의 증가와 관련성이 있는 것 또한 박테리아의 여러 역할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가장 큰 기대가 되는 분야는 의료 분야다. 인공지능이 가장 뛰어난 인간 의사만큼의 진단 능력은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그보다 더한 능력의 발전은 생각보다 더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박테리아에 의존하고 있고, 그들의 다양한 종류와 조합, 역할에 대해서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당분간 여러가지 질병을 점령해나가더라도, 인간 몸과 박테리아 생태계의 완벽한 이해에 기인한 것이 아닌 만큼 부작용들은 계속 따라 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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