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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수련 옮긴 부분이 그리 많지 않은 책은 전체 공개로.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던 양반이 표절 논란으로 스타일 좀 구겼는데, 다시 작가로 활동 시작하신 듯. 교수직 사직 후 별달리 해명이든 검증이든 사과든 없이 슬그머니 그냥 돌아온 것 같아 좀 석연치 않다. (아래 인용하여 글 작성한 날짜는 '18년인데, 이 글을 덧붙여 전체 공개 시점이 '19년이라 좀 헷갈릴 수도 있겠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창조란 자신의 삶에 있어서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자신의 삶의 깊은 관조를 통해 부수적인 것, 쓸데없는 것, 남의 눈치, 체면을 제거하는 거룩한 행위다. 진부한 사람은 자신 속에서 흘러나오는 침묵의 소리를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삶의 안무를 갖지 못한다. 인간의 귀는 .. 2018. 9. 4.
어느 애주가의 고백 20대에는 별로 술을 즐기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의 나는 그래도 애주가에 속하지 않을까. 주말이면 의식처럼 yeon과 영화 한편 보며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게 큰 낙 중에 하나이다. 다행히도(?) 다음날의 숙취는 끔찍하게 싫고, 몸은 점점 술깨는 능력이 약해져, 예전에 비해 한번에 마시는 양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술이란 경계할 부분이 있다. 중독적인 부분에서 담배보다 위험한 구석도 있어보인다. 아래 인용들인데, 페이지를 적어두지 않았다. 건강한 관계를 이끌어 가기 위한 기술을 터득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행동을 책임을 지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두려움 없이 만나며, 끊임없이 불행의 고리를 끊을 방법을 찾아야 한.. 2018. 9. 4.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작년부터 요즘은 책은 꽤 읽는 편인데, 전엔 잘 읽지 않았던 종류의 책이랄까 그런 것들도 많이 읽었다. 뭐 예전에도 잡식성이니 딱히 달라진 건 없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여기 쓸 감상보다는, 책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말들이나 다시 곱씹으며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들 위주로 옮겨 적어놓기는 하고 있다. 저작권이란 것이 워낙 애매하니 그냥 비공개로 대부분 두고 있다. 그래도 간만에 옮겨적기 보다는 감상을 쓰고 싶었던 책이 있어 공개로. 아직 여기 후기를 올리지 않은 이번 여름휴가 때 읽은 책이다. 휴양지로 떠난 여름휴가에 아무것도 안하고 책을 세권쯤 읽고 올 요량으로, 그래도 세권은 너무 무거워 두권 챙기고, 혹시 모자랄까봐 두권 더 e-book으로 아이패드에 담아갔다. 결과적으로는 5박7일 동안 .. 2018. 9. 3.
여행하는 인간 세상에는 수많은 여행찬가가 있지만, 여행기와 더불어 이런 찬가도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개업한 정신과 의사가 병원문 잠시 닫고 다녀온 얘기라니 흥미가 생겼다. 그러고보니 꾸뻬씨 이야기의 현실버젼인가. ㅎㅎ 이런 것도 가능하다니 역시 의사는 괜찮은 직업이군 싶다가도, 현실에선 토요일도 잘 못쉬는 의사들도 많으니 쉽게 할 말은 아니겠다. 예전에 적어둔 reading 카테고리 글들을 읽다보니, 내 감상 위주로 남겨놓은 건 별로 도움이 안된다. 어차피 그 책을 다시 볼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보는 글도 아니다보니... 그보다는 본문에서 밑줄 치고픈 글들을 따다 놓은 것이 훨씬 나중에 다시 보기 좋았다. 여기서도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들을 옮겨 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진촬영을 일중독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는 것.. 2018. 4. 2.
배송 추적 : 이동하는 모든 것의 인문학 책은 크게 두가지 분야를 섞어 놓았다. 하나는 제목처럼 door to door 즉 물류의 세계, 다른 하나는 자동차의 세계. 물론 자동차가 물류의 큰 축이기는 하지만, 자동차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도 광범위하게 다뤄지다 보니 배송과 관련없는 주제들, 아니 관련없진 않지만 물류가 아니어도 자동차가 가지는 문제들이 많이 다뤄진다. 특히 교통사고 및 안전 등 자동차와 관련된 문제들은 독립적인 주제로 각각 따로 써도 되었을 것처럼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책의 소개를 보면 어떤 물건이 산지에서 소비자에게까지 오는, 그야말로 door to door의 세계를 차례대로 보여줄 것 같았는데,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예를 들면 1장은 스마트폰을 구매하였을 때 각 부품들이 얼마나 많은 거리를 여행.. 2018. 1. 16.
나인 :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 4차산업혁명 얘기 따위를 줄줄 할 것 같은 진부해보이는 책이라 안볼까 하다가, 목차 보고 한두시간 훑어나 봐야겠다고 빌린 책인데, 의외로 거의 정독을 하였다. 도입부에 인상적인 이야기 때문인데, 기술이 나와도 그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례로 설명한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의 영화(영상?)를 상영하였으나, 1900년에 그들은 "영화는 미래가 없는 발명품"이라며 영화 사업을 그만둔다. 책 표현을 빌면 영화라는 '기술'은 만들어졌지만, 영화라는 '매체'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1903년에야 조지 앨버트 스미스에 의해 '클로즈업'이라는 기법이 만들어지고, 요즘 기준에서 영화다운 영화('국가의 탄생')가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도 12년이 더 걸렸다. .. 2017. 10. 6.
인생의 재발견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바, 눈에 띄는 책이라 빌려보았다. 게다가 서문을 읽으면 중년 이후 인생에 관한 정답을 줄 것만 같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은 저자의 포부보다 결과물은 훨씬 시시하고, 두서없고, 정리가 영 안되어 있다. 기자를 오래 해왔어도 긴 글을 구성하는 건 또 다른 능력이니까 뭐. 특히 매우 많이 할애한 저자 본인의 이야기는 그다지 인사이트를 주는 내용이 없다. 메시지를 잡으려고 나눈 듯한 목차 제목들은 내용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어색한 시간순 배열은 구성능력의 결여를 좋게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해주기는 한다. '그게 뭐야'라 할지 몰라도, 그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특히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하면서.. 2017. 10. 6.
예술과 중력가속도 예술과 중력가속도라니 이 무슨 제목인가, 하고 보니 배명훈의 단편집. 저질 기억력 때문에 기억나는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타워'는 재미있게 읽었고 블로깅까지 했으니, 가볍게 읽어볼까 하고 집었다가 가볍게 읽었다. 본문이 300여 페이지에 열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한두편 읽어보고 재미 없으면 집어치우기 딱 좋다. 가볍게 읽은 건 내용도 대체로는 가벼워서이다. 뭐랄까 우리나라 소설들 특유의 싸함은 있지만. 각 단편들에 대한 짧은 감상.짧은 이야기들이다 보니 짧은 감상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유물위성1인칭으로 이야기하는 화자가 너무 수다스럽게 느껴지지만 떠오르는 이미지에 몰입된다. 다만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들과 결말? 스마트D데뷔작이자 이번 단편집의 제목이 될 뻔 했다는데, 키보드의 D에 관한 이런저.. 2017. 8. 1.
생명설계도 게놈 작년에 번역되어 나온 책인데, 사실은 1999년에 발간된 책이다. 무려 18년전에 나온 책, 그간 이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한참 옛날 얘기일 수도 있는데 왜 이제야 번역되어 나온 것일까. 70년대에 나온 '이기적 유전자'도 아직까지 읽히는 걸 보면 나름 신간이랄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새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고등학교때 과학 중 생물과 화학은 외울 것이 많아서 별로 안좋아했었던 뒤끝이 오래 간 것일까. 이쪽 분야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서 제대로 읽어본 교양 과학서들도 거의 없다. 그러다 최근에는 건강과 의학의 발전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매력적인 장腸 여행' 같은 책도 읽게 되고, 유전자 관련 책까지 오게되었다. 흥미로운 내용이 워낙 많아서, 좀더 최신의 유전자.. 2017. 5. 27.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2월에 읽은 책인데 이제야 남긴다. (글 작성 버튼을 누른 건 2월이나, 이걸 실제로 쓰고 있는 건 5월)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다루는 주제가 집중되어 있다보니 쉽게 정독하긴 어려운 책이라, 듬성듬성 읽었다. 하지만 책 앞부분에 이 책의 주제와 목적이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다. ... 긴축이 아니라 조세를 통해 국가부채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우리가 택해야 할 경로이다. 물론 긴축은 불공정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조세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덧붙여 채무자가 채권자보다 더 많은 게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 이유로 조세를 해결 수단으로 동원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민주주의가 근원적으로 인플레이션 편향성을 띠기 때문에 긴축을 거부하자는 주장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 2017. 2. 13.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중국계 이민자인 남자와 '평범한' 백인인 여자, 그리고 그둘의 세 아이들 이야기. 어떤 이야기들은, 아니 많은 이야기들이 그 구성을 통해 더 강한 생동감을 가진다.이 소설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고, 문장들 또한 좋은 부분들이 많으나, 리디아의 죽음을 처음에 배치하지 않고 제임스와 메를린이 만났을 때부터 리디아의 죽음까지를 순서대로 나열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더랬다. (이하 스포일러가 심하니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은 나중에 읽고 보시길.)거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리디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처럼 묘사된다. 타살 아니면 자살이라고 생각되는데, 자살일 수 있다는 실마리는 주어지는데 반해 타살이라는 근거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으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마지막에 이르.. 2017. 1. 1.
매력적인 장腸 여행 다시 블로그에 책 읽은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사실 이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 몸에 대해 얼마나 잘 모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왜 유아가 너무 어릴 때 특정 음식들을 먹으면 알러지가 잘 생길 수 있는지, 편도나 흔히 맹장이라 불리는 충수는 어떤 역할이 있길래 그렇게 잘라도 되는 것인지, 먹는 약 대신 좌약을 넣는 이유는 무엇인지, 토할 때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등. 언니가 쓰고 동생이 그린 이 책은 그림도 설명도 아이에게 설명하듯 무척 쉽다. 하지만 설명이 쉽다고 모든 것을 명확히 설명해주진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아주 최근(근 10년 정도)에야 밝혀졌고, 이제야 시작인 연구들이 태반이다. 그러니까 내가 .. 2016. 12. 3.
숨결이 바람 될 때, 종의 기원 이 카테고리에 글을 쓴지 벌써 3년이 넘었다. 그동안 통 책을 안읽어서...라기 보다는 블로그에 시간을 별로 안쓰게 되어서인 이유가 더 크겠다. 기억을 남기기 위해 여행 다녀온 후에만 간신히 기록을 남기고 있으니. 1년 정도 전부터 평일에 잠을 훨씬 많이 자게 되면서 평일에 혼자만의 시간이 확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다. 그전에 보통 새벽2시에 잠들었다면, 요즘은 12시반 전에는 자야 다음날 안피곤하다. 사실 '14년 하반기~'15년 다시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사실 학과 관련 책 이외에는 많이 안읽기도 하였다. 학교에는 훌륭한 도서관이 있었지만, 아무리 훌륭한 도서관도 가까운 도서관만 못한 법이다. 다시 회사를 다니면서, 몇달 간 좀 회사와 새 업무에 다시 적응하고 나서 다시 회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 2016. 11. 27.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이제는 '원로'라 해도 될 법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마 우리 세대에게는 소설계의 서태지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워낙 하루키 하루키 해서 상실의 시대 같은 소설이 유행하던 무렵에는 그 기세에 질려 하루키 근처에는 얼씬도 안했었다. 이제는 유행이라기엔 너무 길다. '국민 일본 소설가'(?)쯤 되는 자리를 차지한 그이기에, 이젠 뭐 별로 질려할 것도, 확 끌릴 것도 없다. 그 간 그의 단편집 한두권은 읽어본 듯. 대충 스타일은 알고 있다. 긴 교육을 다녀와서 좀 말랑말랑한 게 필요하던 차에 회사 Library 신간을 훑어보다 신청했는데 꽤 빠른 신청이었나보다. 줄이 길 것 같은데 바로 차례가 돌아와 단숨에 읽었다. 무슨 20대 여성 잡지에 연재중인 글 묶음인 듯. 젊을적엔 왠지 후까시의 대명사같은 느낌이었는데.. 2013. 7. 30.
안 그러면 아비규환 안 그러면 아비규환. 제목부터 화끈하다. 두께가 상당하여 주저하였으나, 화려한 필진의 20편에 달하는 단편이니 지루하거나 버겁진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이야기'의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어 손에 집었다. 이 책이 기획된 계기에 대하여 뒷부분에 나오는데, 소설에 있어 서사가 죽은 시대인 건 우리나라만의 얘긴 아닌 듯. 왜 우리나라 소설들은 이리 자폐적인가 짜증내면서 잘 안보기 시작한지 꽤 되었는데, 내가 그나마 최근에 읽은 영미 소설들이 대게 서사 중심이어서 그랬는지 잘 몰랐는데 말이다. (최근에 떠오르는 소설들만 해도 파이 이야기, 시간여행자의 아내, 빅 픽쳐 등 죄다 영화화 되었거나 진행중인, 서사 중심 소설들이다.) 사실 같은 분량이면 대체로는 단편들보다 장편 한편이 더 빨리 읽힌다. .. 2013.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