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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09 : Hokkaido

Hakodate #1

by edino 2009. 12. 30.
셋째날은 하코다테로 향하는 날이다.
8시30분 기차는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7시30분 JR을 예약했는데 호텔조식은 7시부터다.
출발 준비를 다 하고 7시 땡 식당 들어가서 아침을 10여분 동안 먹고 삿포로역으로 걸어갔다.

기차표값도 상당했는데, 쾌속JR이라더니 통일호 정도 급으로 보였다. -_-;
좀 심심한 바깥 풍경들을 보다 졸다 하면서 11시 10분쯤 하코다테에 도착.


하루를 묵게 될 Loisir Hotel.
하코다테역 코앞에 있는데, 삿포로에서 묵은 Cross Hotel보다 약간 비쌌음에도 너무 낡은 호텔이었다. -_-;;
나름 기대를 했었는데 방은 실망.
창밖으로 보이는 Harbour View도 뭐 그냥..

우선 호텔에서 가까운 아침시장 근처에서 해산물 덮밥을 잘한다는 집을 찾아가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다.
그리고 본격 구경을 위해 출발.


하코다테도 그다지 큰 항구도시는 아니다.
하코다테 안에서 제일 큰 볼거리라면 저 앞에 보이는 가나모리 창고군과 또 저멀리 산정상에서 보는 야경 정도.
더하자면 바닷가에 있어서 나름 예쁜 언덕길 정도.


일본에선 나름 분위기 있는 이런 창고형 건물들을 종종 보게 된다.


건물들 사이는 다리 같은 것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다.
여기도 나름 분위기 있다. 이때부터 약간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듯.


내부는 대부분 상점이나 식당 등인데, 오타루에서 많이 본 오르골 가게도 또 있었고, 여러 잡화점들도 한번 스윽 둘러볼만하다.


그래도 다행히 겨울 홋카이도에서 눈을 못보고 가진 않는구나.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다.


바다와 이어지는 풍경이 근사한 고개길들마다 이름이 붙어있는데, 그것들을 보러 올라가는 중.


언덕 위에 이런저런 서양식의 성당/교회 건물들이 몇개 흩어져 있다.
눈이 오니 나무들도 운치있어 지고, 풍경들도 더 예뻐지기 시작.


K-7에 내장된 Digital Filter를 적용해본 사진.

아무튼 다음으로는 하코다테가 자랑하는 야경을 봐야하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차타고 주변지역까지 갈 게 아니면 볼 건 대충 다 본 것 같은데, 날은 춥고 벌써부터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긴 좀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고. 그래서 다시 가나모리 창고군 근처로 내려와 커피를 마시면서 몸도 녹이고 쉬었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도 차마실 데가 있어서, 미리 올라가서 거기서 차를 마셨어도 괜찮았을 듯.)


눈이 제법 내려 야경이 안보이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하코다테에선 날씨운이 좋다.
케이블카를 타러 나올때쯤 되니 날씨가 좋아져서 눈도 그치고 시야도 좋았다.
삿포로보다는 남쪽이지만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올라가다 보니 금새 어두워져서, 케이블카 탈 때쯤인 다섯시경엔 이미 밤.


하코다테 산 정상은 하코다테와 그렇게 멀지도, 높지도 않다.
야경을 보기 딱 알맞은 높이와 거리.
사실 큰 기대는 안했었는데, 높은 건물 안에서 통유리를 통해 봤던 다른 도시들에서의 아경보다는 훨씬 좋았다.
분주한듯 빛나는 불빛들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고요한 바깥 밤공기.
낮엔 눈도 못뜰 정도로 퍼붓던 눈이 언제 그랬냐는 듯 그쳐주어 다행이었다.
그래도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우리가 올라가 있는 동안에 금방 구름이 잔뜩 끼기도 했었다.
추운 날씨에도 꽤 오래 야경을 바라보다 내려왔다.


낮에는 약간 실망스러웠던 하치만자카도 밤이 되니 더 운치가 있었다.


하코다테산에서 내려오자 눈은 점점 더 내리는 가운데, 저녁도 책에 나와있던 구이집을 찾아갔다.
여행에서 이렇게 열심히 음식점들을 찾아다녀본 건 처음이다.

의외로 한산하던 이 구이집엔 한글/영어 메뉴나 그림있는 메뉴가 없어서 주문하는 데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
저런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로가 Bar처럼 길게 가운데 있고, 모르는 손님들과 마주보면서 같은 불판을 공유해서 각자 자신들이 주문한 것을 구워 먹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저 오징어랑 고기 종류 셋트 등을 시켜 구워 먹었는데 맛은 매우 훌륭~ 물론 맛난 삿포로 생맥주도 함께한 여행의 마지막 만찬이었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서니 그사이 눈은 더 쌓여 있었다.
가나모리 창고군 근처도 밤이 되니 눈과 함께 더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코다테에선 눈 덕분에 눈도 호강했다.


한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Kiwi가 있어 나가지도 못할 것이겠지만, 우리 부부의 올해 크리스마스는 이날 밤이었다.


저 커다랗던 트리는 불이 들어오니 더욱 화려했고 눈쌓인 이 거리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게다가 저 앞에서 꽤 좋은 음질로, 적절한 볼륨으로 울려퍼지던 음악 또한 참 좋았다. 남성 합창단이 그레고리안 풍으로 부르는 Yazoo의 Only You, (원랜 Elton John이지만 나는 Sinead O'Connor의 곡으로 기억하고 싶은) Sacrifice, Sting의 Fields of Gold, Duran Duran의 Ordinary World 등의 곡은 왠만한 캐롤보다 훨씬 좋은 선곡이었다.
(돌아와서 찾아보니 Gregorian이라는 팀의 Chants & Mysteries라는 앨범이었다. "학문적으로 그레고리안 성가를 연구하고 부르는 그레고리안 성가대원들과 세션맨들을 모아 결성된 밴드겸 합창단"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꽤 팝적이다.)

아무튼 여행의 마지막날 밤은 참으로 멋지게 보낼 수 있었다.



밤풍경이 훨씬 근사해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왠지 Kill Bill 2가 생각이 났음. ^^;


숙소로 돌아올 때까지도 눈은 줄기차게 내렸다.
여행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저물어 갔다.
아쉽지만 돌아가면 Kiwi를 볼 수 있으니 다행. ^^


호텔에서 내려다본 바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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