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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09 : Hokkaido

Sapporo #1

by edino 2009. 12. 23.
여행은 무사히 다녀왔고, 사진도 대충 정리가 되었으니 후기가 빠질 수 없다.


올해 처음 타본 비행기.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서울을 지나칠때 한강 모양이 뚜렷이 보였다.

공항까지 가는데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잠원역을 지나는 공항버스 노선이 생긴 후 드디어 타본다고 신나했는데...
우리 여행 한달 전에 그 노선이 바뀌었다. -_-;;
결국 신사역까지 택시타고 가서 공항버스를 타야 했다.

Kiwi를 장모님댁에 맡기고, 출발 전날 밤에 재운 후, 잠원동 집에 와서 짐싸고, 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에 와선 어머니가 부탁한 면세점 쇼핑 후다닥 하고... 그리고 2시간반의 비행 끝에 오후 1시경 삿포로 도착.

그런데 삿포로의 신치토세 공항은 앞에 新이 붙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일본이 맞나, 중국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다. -_-;
물론 중국도 새로 생긴 공항은 깨끗하겠지만, 작년에 갔던 나리따 공항보다는 재작년에 갔던 옛북경 공항과 더 비슷한 이미지.
어쨌든 일본의 5대 도시라 해도 확실히 작년에 갔던 Tokyo에 비하면 매우 한적한 곳이란 느낌이 공항에서부터 났다.

게다가 비가 내리고 있었다. -_-;;
아 이 불길한 예감.
나는 홋카이도의 눈을 보러왔단 말이다!!


우리 부부와 친구네 부부가 2박을 하게 될 Cross Hotel Sapporo의 2층 Bar.
지은지 오래지 않은 듯 분위기도 상당히 hip하고, 밤엔 이곳에서 나름 복작복작한 젊은이들의 Party도 열리는 등 나름 Sapporo에서는 유행을 타는 곳인 듯.

비행기에서 준 기내식은 상당히 부실하여, 호텔방에 짐을 놓고 약간의 재정비를 한 후 제대로 점심을 먹기 위해 출발.


식도락가 성향의 친구 부부네를 따라 한참 헤맨 끝에 찾은 라멘집 아지노산페이.
어이없게도 이런 가게가 신식 쇼핑몰 건물의 4층, 문구 코너의 한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
신기하게 냄새도 안풍기면서, 점심으로는 늦은 시간임에도 상당한 줄이 대기중이었다.

삿포로 미소라멘의 원조 소리를 들을 만한 곳이라는데, 우리 입맛엔 짠맛이 과했다.
면발이 상당히 찰랑거리고, 국물맛도 괜찮았지만 너무 짜서 국물은 거의 남겼다.
여행 와서 맛집을 찾아서 와본 것도, 줄서서 먹어본 것도 처음인 경험이었으나, 너무 시간을 많이 뺐기지만 않는다면 나름 즐거운 여행의 재미다.


친구 부부는 4박5일 내내 삿포로에서 숙박할 예정인지라, 3일째에 하코다테로 떠나는 3박 4일 일정의 바쁜 우리 부부와는 컨셉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점심 후 저녁식사를 기약하며 각자 행로를 정했는데, yeon과 나는 Sapporo Factory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점심 먹고 오후 5시가 안된 시각인데 이미 거리는 깜깜... 상당히 북위도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


삿포로 중심부의 오도리 공원엔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진행중.
사실 그 자체로 대단한 볼거리는 못되었다.


여행책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시계탑(도케이다이)인데, 뭐 별 것 아닐줄은 알았지만 정말 그랬다.
도대체 삿포로는 여행책을 봐도 도통 무얼 보러 다녀야 할지 감이 안잡혔는데, 눈축제라도 하는 2월이라면 모를까 정말 찾아가서 구경할 거리는 참으로 없는 도시다.


규모가 꽤 되겠지만 대부분의 관광 사이트는 걸어다닐만한 곳에 있다.
삿포로 팩토리에서 지역 작가들의 사진 전시회로 보이는 것이 열리고 있어 간단히 구경.
대부분 좀 많이 젊은 작가들(학생?)인 듯했다.


삿포로 팩토리는 여러개의 건물들이 구름다리나 계단으로 이어져 있고, 길도 복잡해서 길을 헤매기 딱 좋은데, 백화점같은 쇼핑몰만 있는 것은 아니고, 맥주 박물관 같은 것도 있었고, 공방같은 것도 있고 여러 기능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yeon의 귀걸이를 샀는데, 만든 분이 직접 판매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건물들이 좁고 길다란 복도로 연결되고, 요코하마의 아카렌카소코와 비슷한 구조의 건물들도 있고 약간은 갑갑한 느낌이었지만, 이곳 만큼은 확 트여있었다.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는 쉬지도 않는다는 것 같은데, 그래도 트리는 화려하기만 하다.


찾아간 것은 아니고 저녁 먹으러 스스키노 근처로 가다 보니 나온 다누키코우지.
야외이긴 한데 지붕이 있는 이 아케이드는 일곱 블록에 걸쳐 있다는데, 조금 구경하다 저녁먹으러 갔다.
저녁 메뉴는 기대하던 삿포로 칭기즈칸.


삿포로 칭기즈칸 본점의 긴 줄에 서서 좀 떨다가, 2,3호점도 그리 멀지 않은지라, 그쪽으로 갔더니 기다리긴 기다려도 안에서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 사람이 많아서 되는대로 친구네 부부와는 떨어져서 먹었다. 저것은 양고기인데 특유의 노린내가 하나도 안나고 매우 맛있었다!! 1인분에 735엔인가? 환율이 10배 근처이기만 해도 매우 훌륭한 가격이었겠으나... 요즘 환율은 모든 가격에 30% 할증이 붙는 느낌. ㅠㅠ 저 앞의 아사히 생맥주는 한잔에 300엔인데 거품이 부드럽기가 기네스에 비할만 했다. 그다지 일본 맥주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이날 마신 아사히 생맥주 만큼은 굿굿.

한국어 메뉴도 따로 있고, 김치도 따로 주문할 수 있는데 고추는 한국산이라 강조.
양파부터 저 절인 채소까지 뭐든 추가주문은 따로 돈을 내야 한다.
심지어 공기밥 주문도 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밥을 거의 다 먹고 나서 조금 남긴 후, 저 간장소스를 밥그릇에 부으면 자스민차를 그 공기밥에 부어준다.
굉장히 엽기적인 조합같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꽤 먹을만 해서 숭늉처럼 후루룩 남은 밥과 같이 마시면 느끼함이 좀 가신다.

먹을 때 양고기 냄새는 안나도 저 안은 완전히 고기굽는 냄새로 가득 차서, 나올땐 페브리즈를 거의 뒤집어 써도 옷에 냄새가 남는다.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가면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가게들 구경.


이날은 꽤 피곤했던 까닭에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를 사서 친구네 방에서 먹었다.
이 호텔의 18층 꼭대기에는 공용의 온천인지 목욕탕인지가 있는데, 한쪽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고, 노천의 탕도 하나 있다.
이 호텔에서 보는 삿포로의 야경이 그다지 멋진 건 아니지만, 노천탕에 쏙 들어가서 삿포로의 차가운 밤공기에 머리만 내밀고 있는 기분은 상당히 좋다. 삼면은 벽이고 앞쪽면은 유리로 막혀있지만, 뚫린 하늘엔 별도 좀 보인다. 하루의 여행 피로를 여기서 풀고 마무리 할 수 있는 건 상당한 장점.


그다지 넓진 않아도 깨끗하고 깔끔한 호텔방.
눈보다는 입이 더 즐거웠던 삿포로에서의 첫날은 이렇기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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