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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9 : Croatia

Trebinje

by edino 2019. 12. 6.

Mostar는 빼버렸지만 그렇다고 Neum을 스쳐 지나간 것만으로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가보고픈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라, 어디 가볼만한데 없을까 찾아보다, Trebinje를 알게 되었다. 두가지 점에서 가봐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는데, 일단 가깝다! Dubrovnik에서 40~50분 정도면 갈 수가 있다. 한참 걷고난 뒤라, 이 정도 운전이라면 휴식도 된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가는 길은 스리지산 전망대 가는 길에서 갈라지는데, 갈라지는 지점에서 전망대보다 국경이 더 가깝다. 그런데 그 갈라지는 지점으로 가기도 전에 차들이 꽉 막혀 있다. 앞에 줄지어 늘어선 차들이 하나둘 유턴을 하길래 가서 보니 음료수 운반 트럭이 짐을 쏟아서 길이 온통 유리조각으로 뒤덮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차를 돌렸는데, 한참을 가도 유턴해서 좀전의 길로 가라고 알려줄 뿐, 국경으로 가는 가까운 다른 길은 없어보였다. 어쩔 수 없이 그동안 사고 수습이 이루어졌길 기대하며 다시 되돌아가 보았더니 다행히 차량들은 천천히 지나다니고 있었다. 지나가며 보니 아직도 이런 상태라, 타이어에 자잘한 유리조각 밟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곧이어 국경에 도착. 검문을 기다리는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차 안에서 노래를 지어 불렀다. 후에 '유고 민요'로 이름붙여진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보스니아로 가는 길이~ 왜이리 기노~?" 후렴구는 다음과 같다. "1000쿠나 쿠나 쿠나~ 1000쿠나 쿠나 쿠나~ 1000쿠나 쿠나 쿠나~ 1000쿠나 쿠나 쿠나~" 멜로디는 저작권 관계로 생략한다. ㅋㅋ

 

국경을 지나 Trebinje까지는 거의 산길이다. 그렇다고 빽빽한 숲길은 아니고, 주변에 산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없는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한 지역이라 약간 긴장도 되지만, 별 어려움은 없었다.

 

Trebinje에 도착하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우선 시내에서 식사할 곳을 찾고자 주차장을 찾았는데, 어떤 건물 뒤에 차를 드문드문 세워둔 주차장이 있었다. 딱히 출입을 통제하는 곳도 없고, 주차비를 정산하는 기계도 없고 하여 그냥 세웠다.

 

식사할만한 곳을 찾아보니, 이런 작은 동네에서도 구글은 정보를 준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가 주변에 식당이 몇개 나왔고, 마침 차를 세워둔 곳에서도 가까워 그중 하나의 식당으로 향했다.

 

 

영어도 대충 통하여 식사를 하려다가, 혹시 몰라 카드 되냐고 물어보니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유로화로도 계산은 된다고. 혹시 몰라 유로를 챙겨오기 잘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통화는 마르카, 단위를 BAM 등으로 표기하는데, 유로화와 2:1로 고정환율이라 유로화 계산하기가 편하다.

 

식당 안은 좀 답답하여 야외 자리에 앉았다. 메뉴 설명을 들으며 메뉴판에 있는 것과 오늘의 요리 같은 걸 주문하니 위와 같은 음식들이 나왔다. 보다시피 소박해 보이고, 맛도 먹을만 하면서 소박하다. 하지만 진정 소박한 것은 가격! Dubrovnik의 빡센 물가에 비해 불과 40여 분 떨어진 곳의 가격이라고는 믿을수 없을 정도다. 메뉴판의 숫자가 유로화라 해도 Dubrovnik보다 싼 느낌. 너무 싸서 우리는 Dubrovnik에서는 차마 못하던, 음료 두잔씩 마시기를 하였다. 이 식사와 음료 여섯잔의 가격이 15유로 정도? Dubrovnik에서는 음료수 3잔 가격 정도에 점심을 다 먹었으니, 이 정도 물가 차이면 이 동네에서 가장 고급인 맛집을 찾아갔어야 했나 싶다.

 

50유로 지폐 밖에 없는데 생각보다 적게 나와, 마르카로 거슬러 주면 여기서 무얼 더 사야하나 고민했는데, 유로화로 거슬러 주어 일부러 소비를 해야 할 필요는 없어졌다. 떠나면서 레스토랑 사진을 찍으니 현지 손님이 손을 들어준다. 크로아티아의 관광지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

 

Trebinje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서, 무작정 내키는대로 걸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공원이 있어 가본다.

문이 열려있는 건물이 있어 안을 들여다보니, 정교회 사원이다.

신혼여행 때 산토리니에서 본 결혼식이 열리고 있던 정교회 사원 이후 처음인것 같은데, 비슷하게 내부가 화려한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가 주축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세르비아계가 주축인 스릅스카 공화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스니아의 유고로부터 독립 선언에 반발한 스릅스카 공화국이 세르비아와 손잡고 전쟁을 일으켰으나, NATO의 개입으로 전쟁이 수습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르비아계에 대항해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가 힘을 합쳤지만, 중간에 서로 싸우기도 하고, 세르비아계가 세르비아계를 죽이기도 하는 등 복잡한 양상이었지만, 이슬람인 보스니아계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전쟁은 봉합되었지만, 유고연방 전체 갈등의 축소판이기도 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여전히 한 국가 안에 서로 다른 두개의 나라가 존재하며, 지금도 세 민족 출신 대통령들이 위원회를 구성해 번갈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민족에 따라 투표권이 다른건가 싶었는데, 아마 민족별로 대체적인 지역이 구분되어 있으니 지역별 투표일 듯. 전쟁의 위험 때문에 갈라서지 못하고 있을 뿐, 하나의 나라가 되려는 의지는 어느 쪽에도 없어 보인다.

 

아무튼 Trebinje는 스릅스카 공화국 지역에 속한다. 정확히는 Dubrovnik에서 국경을 넘으면 잠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의 영토이고, 곧 스릅스카 공화국과의 경계를 지나 Trebinje에 도착한다. 그 사이에는 산 외에 아무것도 없고 물론 국경 같은 것도 없지만, 둘이 갈라졌으면 국경을 두개 넘어야 할 판이다. 스릅스카 공화국 지역은 둘로 갈라져 있는데, 두 지역을 연결하는 것은 또 브르치코 행정구라고, 양 진영이 공동 관리하는 지역이다. 아무튼 복잡.

 

Trebinje는 보스니아계가 우세한 Mostar와는 여러 모로 다를 것이다. 일단 정교회 사원이 크게 있는 것부터.

 

길 건너편에 old town 같은 데가 있어 들어가 보았는데, 특별히 볼 거리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구글지도를 보니 이 안에 아주 작은 이슬람 사원 mosque도 두어개 나오는데, 찾지는 못했다. 찾았어도 들어갈 수 없는지 내부 사진을 구글에서도 찾기 힘들다. 여러 민족이 적어도 얼마간은 어울려 살던 흔적일 것이다.

 

다시 주차된 곳으로 돌아가 차를 타고 향한 곳은 Hercegovačka Gračanica. 읽을 수가 없어 그대로 복사. 하지만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이곳이 Trebinje를 찾아 가겠다고 결심하게 한 두번째 이유다. 사진 한장이면 그곳을 찾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니까.

 

언덕 위에 있는 건 알았지만, 이정도 풍경일지는 몰랐다. 수도원 주차장에서 보는 뒷산 풍경이 이정도. 물론 여기도 주차비 따위는 없다.

 

여기도 정교회 수도원이다. 시내와 다르게 매우 잘 꾸며져 있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깔끔하고.

 

코소보에 있는 Gračanica 수도원의 작은 버젼 copy라는데, 건물은 작은 copy일지 몰라도 위치는 여기가 훨씬 주인공 급이다.

 

마을 내려다보는 뷰가 무려 이렇다.

 

설치되어 있는 망원경도 그냥 사용 가능하다.

위에서 눈에 들어온 저 다리. Mostar의 Stari most에 못 간 대신 저기를 가보리라.

건물은 상당히 독특한데, 종탑은 옆에 따로 있고, 내부는 생각보다 좁았다. 이슬람 mosque처럼 천장에서 아래까지 내려오는 형태의 샹들리에(이것도 이렇게 부르는게 맞나?)가 있는 것이 신기. 내부 벽화는 시내에서 본 정교회 사원과 비슷하게 화려하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 산까지 눈에 걸리는 것이 없다.

 

비탈진 곳에 위치한 작은 까페에는 다정한 연인들이... 스마트폰 삼매경? ㅋㅋ

 

옆에 기념품 가게도 있는데, 그다지 싼 느낌은 아니었다.

나는 현지 와인을 살까 한참 고민하다, 싸들고 Zagreb행 저가항공사를 이용해야 해서 짐 무게 초과할까봐 포기. Kiwi에게 사고 싶은 것 있냐고 물어보니 사원 모형이 담긴 스노우볼을 골라서 사주었다. 아이스크림도 추가.

 

이번에도 위에서 본 이름 모를 다리를 찾아 구글맵에서 찍고 갔는데, 잘못 찍어 엉뚱한 다리로 갔다. 다시 찍고 가서 차를 세웠는데, Kiwi가 그냥 차에 있겠다 하여 혼자 다리위에 올라봤다. 물이 맑고 강이 깊지 않아, 수초들이 잔뜩 자라고 있는 바닥이 다 보인다.

 

다리 이름은 Arslanagić Bridge. 역사가 꽤 오랜 다리이긴 하나, 수력발전소 지으면서 잠긴 걸 옮겨서 지금 위치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인도교인데, 도시의 주변부에 위치해 현지인들의 통행이 빈번한 다리는 아니고 무척 한산하다.

 

다리 구경을 끝으로 다시 Trebinje를 떠나 다시 Dubrovnik으로. 한참 산길을 가던 도중 Kiwi가 화장실이 급하다 하여 중간에 식당이 보여 잠시 들렀다. 분위기 봐서 커피라도 마시고 갈까 하다 별 특징 없는 곳이라 그대로 숙소로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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