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Dubrovnik에 도착.
여행 준비 단계에선 몬테네그로의 코토르까지 가보고도 싶었으나, 지금의 일정도 충분히 많은 것 같아 뺐다.
몬테네그로의 코토르나 부드바 같은 경우 위치상 주변에 묶어서 갈만한 곳이 별로 없어 이번 아니면 아마 다시 오기 힘들 것 같은데, 그렇다고 Dubrovnik 일정이 엄청 여유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가지 않는 걸로 했다.
이번에도 호텔 아닌 apartment이고, 이번에도 old town과 가까운 차를 세울 수 있는 숙소다.
아예 차로 가야 할 거리의 숙소를 잡으면 훨씬 좋은 숙소가 많으나, old town까지 걸어갈 수 있는 곳 중에서는 이 정도가 그나마 고르고 고른 숙소다. Dubrovnik은 주차 사정이 극악이라, 숙소 고르기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Dubrovnik에 오자마자 차를 반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계속 근처를 돌아다닐 예정이라 공항 갈 때까지 차를 가지고 있기로 해둔 터였다.
이번 숙소에 체크인도 어드벤쳐 게임을 방불케 하였다.
주소는 맞게 왔는데, 왕복 2차선의 붐비는 도로에서 도무지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인도에 걸쳐 차를 어정쩡하게 대고, 간판은 찾았는데 굳게 잠긴 주차장 문만 있고 들어갈 방법이 없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니 곧 온다는데 차로 온댄다. 그때까지 문을 열고 들어가 있으라고 무슨 비밀번호를 알려주는데, 도무지 어디에 자물쇠가 있는지도 안보인다. 10분쯤 걸린다더니 좀 이따 다시 문자가 와서 차가 막혀 10분 더 걸린다고. 문 근처를 다 뒤져서 겨우 비밀번호로 문을 열었는데, 방탈출 게임을 방불케 하였다. 어떻게 열었는지 잘 생각도 안난다. 근데 차고가 너무나 작다. 우리 차를 절반쯤만 넣고 차고문은 열어두는 건가 했다.
곧 집주인이 와서는 인사하고, 차를 후진주차하지 말고 전진주차 하랜다. 그랬더니 차 본네트 위로는 5cm 정도 되는 틈으로 앞을 우겨 넣고, 정말 앞뒤로 10cm도 안남기고 차를 비스듬히 꽉꽉 우겨넣어 겨우 딱 들어갔다. 주차장이 있는게 어디냐만, 정말 빡세다.
아무튼 방은 큰 기대는 안했지만 역시 신상은 아니다.
방 하나, 거실 겸 주방, 화장실 하나, 넓이는 셋이 지내기 괜찮고, 요 앞마당은 우리방 차지라서, 아침 먹기는 좋았다.
바로 앞에 스르지산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 타는 곳이 있다.
우선 방에서 휴식!
그리고 해가 낮아질 무렵, 우선 스르지산 전망대로 향했다.
Dubrovnik까지 렌트카를 가지고 온 여행자라면 보통 시내에 차를 반납하기 전에 여기까지는 차로 올라왔다가 반납하는 경우가 많은 듯.
숙소 근처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직선으로 올라가지만, 차로 가려면 굉장히 돌아가서 20분 정도 걸린다.
큰길에서 나와 산길에 접어들면 생각보다 한산하다 못해 여기가 맞나 싶은 곳들도 지나친다.
위 사진 정도까지 오면 이제 정상이 보이는데, 중간중간 세워둔 차들도 보인다.
우리도 차를 세우고 바다쪽 절벽을 내려다본다.
크... Dubrovnik 오면서 걱정을 한 것이, Zadar나 Pag까지는 참 좋았는데, 이후로는 좀 기대에 못미쳐서, 이미 여행의 정점을 찍고 계속 내리막인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여기 서서 이 광경을 바라보니, 역시 Dubrovnik은 여행의 정점에 둘 만했다. 사실, 스르지산에서의 전망은 Dubrovnik 여행에서도 절정이라고 해야 할 듯. ㅎㅎ
다시 마저 차를 타고 전망대에 왔다. 그래도 여긴 돈 안받는다. ㅋㅋ
케이블카 내리고 타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 바로 옆에 까페 겸 식당들이 있다.
예약을 안하고 왔지만 전망이 마음에 들어 여기서 저녁을 먹을까 했으나, full booking이라고.
도시를 한눈에 조망하는 곳에서의 식당이라 터키 Amasya의 식당 Ali Kaya가 떠오르는데, 이쪽이 훨씬 높긴 하다.
그래도 도시를 내려다보며 이 길로 걸어내려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전망대에서는 Dubrovnik 도심이 더 가까이 보이긴 하지만, 저 케이블카 기둥과 케이블이 눈과 카메라에 걸리적거린다.
영 잘못 세웠다. 차가 없는 사람들도 한참 아래쪽까지 내려와서 사진을 찍고는 한다.
한 시간쯤 정상 부근에 머물다 다시 차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내려왔다.
근데 때마침 숙소로 향하는 길 위에서 보게 된 노을.
차 안에서 보아도 황홀할 정도의 빛이었는데, 그 빛이 사진에는 비슷하게도 안담겨 아쉽다.
노을을 보니 그제서야 정상에서 해지는 것까지 보고 내려올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차고에 다시 아슬아슬 차를 세워두고, 밤 구경과 저녁 식사를 하러 old town으로 출발.
성벽 밖에서부터 분위기 좋다!
도시의 성벽이 이정도 스케일은 거의 못본 것 같다.
엄청 높고 크고 두껍다. 진짜 요새 같다.
유고 내전때 폭격을 많이 당했다는데, 그래도 지금은 그 흔적이 많지는 않은 듯하다.
사실 유고 내전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여행 전엔 일부러 많이 안찾아보았다.
그냥 즐기러 온 여행에 어떤 판단들이 개입되면 휴가에 방해될까봐.
돌아와서는 이것저것 좀 찾아봤는데, 세상사 대부분 그렇듯이 일방적인 선-악도 일방적인 피해-가해도 별로 없다.
확실한 건 힘이 약하면 더 많은 피해를 입는다 정도랄까.
조금 이질적인 집단들이 같이 사는 것도, 같이 살다 다시 떨어지는 것도 다 힘든건가.
먼 바다로부터 배들을 품어 보호하고 있는 듯한 도시의 성벽.
멀리 위에서 본 모습도 황홀했지만, 안에 들어서자마자 성벽이 둘러싼 old town 모습도 압도적이다.
아드리아의 진주란 별명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저녁을 먹기로 찾아봐 둔 식당은 항구쪽이라, 성벽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곧 다시 빠져나와 바다를 끼고 돌았다.
이런 곳에서 오징어 요리, 홍합 요리 등을 화이트 와인과 함께 하니 바다 분위기 제대로.
저녁을 먹고, 다시 성안으로 들어가기보단 이 성벽 바깥을 더 돌아보았다.
성벽을 따라 밝은 불빛이 잔뜩 있는 항구를 돌아 모퉁이를 돌기만 하면, 또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이곳도 사람들은 제법 있지만, 다들 조용히 Dubrovnik의 밤을 즐기고 있다.
조용하고 어둡기가 이 정도다.
별이 꽤 많이 보인다 싶어, 처음으로 디카로 별사진을 찍어보았는데, 은하수까지 나왔다.
삼각대도 없이 대충 바닥에 놓고 찍은 것 치고는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
성벽 안으로 들어와, 딱히 어딘가를 찾기 보다는 적당히 돌아보면서 숙소로 돌아갈 참이었다.
성벽 안쪽을 따라 걷다가 수상쩍은(?) 곳으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을 보았는데, 가보고 싶었지만 Kiwi가 슬슬 힘들어해서 그냥 지나쳤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유명한 Buža 까페 입구였던 것 같다. 결국 가보진 못했다.
Dubrovnik 대성당도 지나치게 되고,
가다 보니 스트라둔 대로.
Town이 꽤 널찍널찍해서 대체로 사람들이 꽤 있어도 붐비는 느낌은 없었는데, 이 대로는 깜짝 놀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큰 길이다.
그리고 길 하나만 더 올라서면 이런 골목길에 노천 식당/까페/바가 즐비하다.
이런 골목들이 매우 많아서 찾기도 쉽지 않다.
숙소로 가려면 꽤 가파른 계단길을 좀 올라야 하지만, 성벽만 벗어나면 숙소는 금방이라 그나마 다행.
밤 10시쯤 귀환하여 휴식과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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