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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5 : Turkey

Amasya #3

by edino 2015. 5. 31.

3월 18일.

오전에 먼저 아마시아 성채에 오르기로 하였다.


아미시아 성채에는 걸어서 오르는 것도 가능하지만, 인적이 드문 길이다. 나는 일단 택시를 타고 올라가기로 하였는데, 아래쪽에서 택시를 잡아 가격을 물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10tl) 위로 올라오는 택시도 별로 없어서 아예 몇시간 뒤에 태워서 내려가는 것까지 흥정을 할 수도 있으나, 나는 일단 편도로 잡아 탔다. 오르막이고 숲길이라 택시를 잡아타기 잘했다 싶었다. 돈을 무지 아껴야 하고, 일행들도 있고, 체력도 남아돈다면 걸어도 괜찮겠으나, 올라갈 땐 가급적 택시를 타는 것을 추천. 입구에서 내려주고 돌아가면서 택시 기사는 필요하면 부르라고 택시 회사 전화번호가 적힌 카드같은 것을 주었다.


입구는 한산했다.

한두대의 차량이 세워져 있었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양쪽으로 길이 갈리는데 오른쪽이 성채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왼쪽으로 먼저 갔는데 한 가족만 눈에 띄었다.

하맘, 수로 유적 등이 있다.



반대쪽을 바라보면 성채 정상이 보인다.

오른쪽 끝에 보이는 곳이 출입구다.

정상으로 오르려면 다시 출입구쪽으로 가면 성곽 안쪽으로 계단이 있다.

이 풍경도 꽤 멋지나, 역시 아마시아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인 곳이다.



아쉽게도 구름도 상당히 끼어 있는 날씨고, 자동 화이트밸런스 설정을 잘못 건드리고 찍어 사진 색감도 영 마음에 안든다.

하늘이 더 파랬으면 환상적이었을텐데, 아마시아에서 3박이나 머물렀는데 제대로 파란 하늘을 만끽하지 못한 것이 영 아쉽다. 아마도 아마시아에 다시 와볼 기회는 없을 것 같아 더욱 그렇다.


대신 음악과 함께 한 것이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

음악과 함께 하기 좋은 곳은 일단 사람이 많지 않고, 위험도 적은 곳, 즉 귀를 경계의 목적으로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어야 한다. 한참을 음악을 들으면서 구경하다가, 또 이곳의 소리도 기억하고 싶어 그냥도 다녔다.



여기는 아마시아 어디서나 보이는 성채의 터키 국기 근처이다.

앞에 보이는 계단 위쪽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커플들이 나타나서 쫓겨났다. ㅎㅎ

저 벤치 주변의 일부 철조망 이외에는 안전 장치는 거의 전무하다.



성채 위에서의 풍경은 내 터키 일정에서 No.1이라고 하면 카파도키아가 섭섭해 하려나? ㅎㅎ

찍어도 찍어도 계속 찍게 되는 풍경들.

아마시아 전체를 내려다 보면서, 내가 못가본 자미는 없는지, 오늘 저녁때 갈 Ali Kaya 레스토랑은 걸어서 갈 만 한지 등도 살펴보았다. ㅎㅎ



이 사진은 볼 때마다 재밌다고 느껴지는데, 심도가 깊어서 적어도 100m는 되는 높이의 성곽길이 마치 그 아래의 마을들과 같은 평면에 놓인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눈에 담고 오려고 해도, 기억은 사진 한장 만 못하다.

물론 그곳의 기억이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면 사진도 공허하겠지만 말이다.


성채에서 2시간여를 머물다가 내려왔다.

올라오는 택시가 있으면 잡아 타고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기다려도 택시는 영 오지 않는다.

걸어가야 하나 망설이다가, 마침 한 커플이 걸어 내려 가려는 기세길래 내가 살짝 먼저 출발했다.

뒤에서 그들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소릴 들으면서 앞서 걸어 내려왔다.

인적이 없긴 하지만 모르는 남녀라도 근처에 있으니 마치 길동무라도 된 듯한 기분.


이런 길로 이어지다가 다 내려가기 전에 마을이 나타나서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마을에 들어서면 오히려 길을 좀 헤맬 수도 있지만, 시골 마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기차길에, 마을버스 정류장보다도 작은 기차역도 있다.


근처에 학교가 있었는지 아이들이 좀 모여 있었는데, 이번에도 한 아이가 다가와 말을 건다.

우리 아들도 아니고, 나를 보고 이렇게 환한 웃음을 짓는 아이가 또 있을까?

초등학교 2학년 쯤 되었을까? 그래도 제법인 영어 실력으로 이름은 뭔지, 어디서 왔는지 등을 묻고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나도 그 아이 이름이 궁금해졌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던 그 여자아이의 이름은 '일리브'였다



주택가, 상가, 학교 등도 지나친다.

대도시는 여행을 가도 이런 일상적인 모습도 당연히 접하게 되지만, 오히려 그리 크지 않은 도시나 마을들에서는 관광지화된 모습만 보기 십상이라, 이런 풍경이 더 반갑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Sabuncuoğlu Tıp ve Cerrahi Tarihi Müzesi.

읽기도 힘든 이곳은 이 지역의 꽤 오랜 역사를 가진 병원 박물관이다.

앞의 Sabuncuoğlu는 이 지역 출신의, 우리로 치면 허준 쯤 되는 전설적인 의사인데, 외과 의사이다.

이 병원은 1308년에 만들어졌고, 이 분은 1386년에 태어나 이곳에서 다양한 의술을 행하였다.



이 그림과 글들은 실제 Sabuncuoğlu가 남긴 책에서 따온 것이다.

그가 고안한 다양한 외과용 기구들도 볼 수 있다. 약간 민망한(?) 병들의 치료 모습도 많다. ㅋㅋ

아주 흔한 질병만 다룬 것도 아니고, gynecomastia(남성의 여성형 유방) 수술 같은 모습도 있다. ㄷㄷ


이곳은 medical school이면서 병원이자 요양원의 기능도 있었고, 또한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음악치료를 선구적으로 도입한 곳이라 한다. 다양한 악기들과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입장료도 싸서(4tl) 들러볼 만한 박물관이다.



방에 들어가 잠시 쉬다가, 저녁 일정을 위하여 길을 나섰다.

마지막 아마시아에서의 하이라이트는 Ali Kaya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이다.


내 가이드북에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몇몇 블로그에서 보아하니 이젠 아마시아 방문자라면 거의 필수 코스가 되어 있다.

레스토랑은 성채의 반대쪽에서 아마시아 전체를 내려다보는 곳이 위치하고 있다.

거기에 Ali Kaya 글자 간판이 저녁에 불이 들어오니 위치가 어딘지 알기는 쉽다.

Ali Kaya 옆에 다른 곳의 간판도 보여서 전날 검색을 해보았는데, 단체 행사 위주의 장소로 보여 예정대로 Ali Kaya로 가기로 했다.


다섯시도 안된 시간이라,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보기로 했다.

성채에서 살펴보니, 길도 어렵지 않고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과연 마을 사이길로 조금 오르다 보니, 한참 전부터 Ali Kaya 가는 길을 알려주는 팻말이 보인다.



해가 떨어지기 전이라면 역시 걷는 것이 좋았던 길이었다.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동네의 작은 자미, 좁은 골목길과 계단들, 아이들과 여자들, 노인들,...



그렇게 오르다 보면 다시 이런 풍경을 만나게 된다.

사실 생각보다 Ali Kaya 주변에 레스토랑과 까페들이 꽤 있어서, 내가 본 간판만도 다섯개쯤 된다.

하지만 다른 곳들은 모두 절벽 쪽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자리에서 아마시아 전경이 보이는 곳은 Ali Kaya 뿐인 것 같다.

어떤 공으로 이런 명당 자리를 차지했는지 주인이 궁금해진다.



Ali Kaya는 레스토랑과 까페가 분리되어 있는데, 서로 몇십 미터 떨어져 있다.

나는 저녁 만찬까지 즐기러 왔으므로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내부는 이렇다. 비교적 일찍 와서 자리를 잡아 창가에 자리가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우선은 터키식 커피(터키쉬 카흐베)를 주문했다.

그러고보니 호텔에서 조식때 마실 수 있는 일반적인 아메리카노나 차이는 자주 마셨지만, 터키식 커피는 처음이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중간쯤 되는 사이즈의 작은 컵에, 보기에도 아주 찌~인하게 나온다.

하지만 no sugar라고 했음에도 기본적으로 설탕이 들어가는지 쓴 가운데 은근히 달다.

처음 마시는데 사전 정보가 없어서, 아래 가라앉은 커피가루들까지 마셔보겠다고, 물을 조금씩 타서 헹궈 먹듯이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위에 뜬 커피만 마시고, 가라앉은 건 버리는 거라고. -_-;



해가 지면서 아미시아 시내에도 조명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여 저녁 식사를 주문했다.

아마시아에서 차로 2시간도 안걸리는 곳에 Tokat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가지가 들어간 Tokat Kebab이 유명하다.

아마시아에서도 비교적 가까워서 그런지 Tokat Kebab이 메뉴에 있는 곳이 많다.

Ali Kaya에도 메뉴에 있어 Tokat Kebab을 시켰는데, 웨이터가 다시 돌아와서 오늘 그 메뉴가 안된다고 한다.

뭔가 비슷한 메뉴로 웨이터가 권해줘서 시켰는데, 알리 카야 스페셜? 뭐 그런 비슷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비쥬얼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지만, 맛은 최고였다.


오늘은 아마시아에서 마지막 만찬이고, 저녁식사 장소로 터키에서 best라 할 만한 곳이라 예산 아끼지 않으리라 마음 먹고 왔는데, 커피와 음료를 포함해서 35tl이었을 따름이다. 좋은 물가다. ㅠㅠ 식사의 질이나, 전망과 분위기 모두 터키에서의 최고의 저녁식사였다.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의 풍경이다.

밝을 때는 이 Ali Kaya 간판 뒷면이 군데군데 녹슬어 있어 보기 별로였으나, 역시 밤에 불이 들어오니 분위기 있다.

조금 더 따뜻해지면 바깥의 야외 자리가 더 좋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Ali Kaya 레스토랑과 까페 사이에서 아미시아 야경을 좀 더 구경하였다.

성채는 입장료도 받는 곳이고, 내부에 안전장치도 잘 없으니 아마 야경을 구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Ali Kaya가 아마시아의 야경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일 듯.

무시무시한 느낌의 울긋불긋 조명도 멀리서 보니 봐줄 만하다. ㅎㅎ



내려갈 때는 잠시 걸어 내려갈까 고민했는데, 조명도 없고 찻길에 인도도 명확하지 않아 밤이라면 아무래도 택시 타는 것이 낫다. 레스토랑에 얘기하면 택시를 불러주니 밤에도 내려갈 일 걱정은 없다.



이미 여러번 본 야경이지만, 마지막 날인지라 그냥 보내기는 또 아쉽다.

이번엔 기차역 방향인 서쪽으로 제법 멀리까지 강을 따라 걸었다.

인적은 별로 없지만, 조명도 환하고 여자 혼자 걷고 있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강 이름인 예실으르막의 뜻은 녹색강이라는 뜻이라는데, 낮에 보면 구정물 색이나, 밤에는 녹색 조명 덕에 이름값을 한다. ㅎㅎ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곳이라, 다시 볼 일이 있을까?

아마시아여 안녕.


내일은 아침 일찍 차로 1시간 거리인 메르지폰 공항으로 가서 이스탄불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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