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고, 문장들 또한 좋은 부분들이 많으나, 리디아의 죽음을 처음에 배치하지 않고 제임스와 메를린이 만났을 때부터 리디아의 죽음까지를 순서대로 나열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더랬다.
(이하 스포일러가 심하니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은 나중에 읽고 보시길.)
거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리디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처럼 묘사된다. 타살 아니면 자살이라고 생각되는데, 자살일 수 있다는 실마리는 주어지는데 반해 타살이라는 근거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마지막에 이르도록 리디아의 '자살'이 적극적으로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순서대로 진행되었더라도(리디아의 죽음이 처음에 배치되지 않았더라도) 리디아의 '자살'이 납득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리디아의 죽음이 자살이었다면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는 좀 내려갔을 것이다.
리디아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었던 것은 어쩌면 반전에 가까왔다. 리디아의 가족들은 그 사실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지옥보다 조금 나은 정도이다. 그러나 리디아가 마지막에 품었던 희망이 독자들에게는 절망속의 희망이다. 나는 그 부분이 좋았다.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은 희망을 품어야 한다. 리디아가 그래주어서 고마웠다고나 할까.
이 이야기의 또다른 강점은 적지 않은 가족들 각각의 입장에 대한 배분 아니었을까 싶다. 다섯 가족들 각자의 입장에서 보는 가족사는 균형이 잡혀있다. 다만 제임스-메릴린 부부 가족의 누군가를 사랑했던 주변인물들, 잭과 루이자 첸의 감정선에 대해서는 몹시 소홀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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