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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reading

숨결이 바람 될 때, 종의 기원

by edino 2016. 11. 27.

이 카테고리에 글을 쓴지 벌써 3년이 넘었다.

그동안 통 책을 안읽어서...라기 보다는 블로그에 시간을 별로 안쓰게 되어서인 이유가 더 크겠다. 기억을 남기기 위해 여행 다녀온 후에만 간신히 기록을 남기고 있으니. 1년 정도 전부터 평일에 잠을 훨씬 많이 자게 되면서 평일에 혼자만의 시간이 확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다. 그전에 보통 새벽2시에 잠들었다면, 요즘은 12시반 전에는 자야 다음날 안피곤하다.

 

사실 '14년 하반기~'15년 다시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사실 학과 관련 책 이외에는 많이 안읽기도 하였다. 학교에는 훌륭한 도서관이 있었지만, 아무리 훌륭한 도서관도 가까운 도서관만 못한 법이다. 다시 회사를 다니면서, 몇달 간 좀 회사와 새 업무에 다시 적응하고 나서 다시 회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다시 블로그에 남길 생각을 한 건 아니었는데, 요즘 책 몇 권이 인상적이기도 했거니와, 조금이라도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몇달이 지나면 읽었다는 정도밖에 기억에 안남는 것이 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읽은 모든 책을 간단한 몇줄 평과 함께 인상깊은 부분이 있으면 적어둘까도 싶었다. 그래서 읽은 책 리스트를 죽 보니, 그걸 굳이 다 적는 것도 별로 필요 없는 일 같다. 그래서 인상 깊었던 책들만, 책표지나 긴 감상 다 생략하고 아주 간단히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은 올려두고 싶었다.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 책에도 마지막에 흑백으로 실려 있는 사진이다.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조금 늦게 의과대학원에 진학하여 신경외과의가 되었고, 긴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기 조금 전에 암이 발병하였다. 처음 발병하고 치료에 차도가 있었을 때, 그는 다시 레지던트로 돌아가 혹독한 시간을 보내며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재발하고 상황이 더욱 나빠졌을 때, 그는 이 책을 썼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의 희생적인 과정까지만 살고, 보상을 받기 직전에 세상을 떠났다. 의사라는 직업은 그런 식으로 길러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걸까? 의술을 행하는 주체이지만,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까? 그렇게 육체적으로 극한으로 몰아붙여야 더 잘 배울 수 있는 것일까? 적어도 앞으로 올 AI 시대에는 의료인력은 이렇게 길러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특히 외과의 같이 환자들의 생사에 깊이 관여하는 의사들은 삶의 의미를 좀더 쉽게 규정할 수 있을까? 직업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의미를 찾기 힘든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어떤 면에서는 행운일 거라는 생각은 든다.

 

그는 젊고, 전도유망했으며, 아주 어린 아이를 남기고 떠났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 미완성이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기록할 순 없다. 그의 아내가 책을 훌륭하게 마무리 하였다. 그래서 이 책은 그의 삶을 닮았다.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나고, 서로에게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일생의 숙제임을, 이 책을 보며 다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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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소설, 특히 한국 소설은 더욱 잘 안읽었었는데, 재미있다고 추천받아서 읽기 시작한 '종의 기원'. 여성 소설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가장 놀라웠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설정을 약간 바꿔 1인칭 시점으로 다시 쓰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나중에 도피하는 부분은 '빅 픽쳐'도 생각나고. 소설의 배경이 된 가상의 신도시 풍경 묘사가 인상적이다. 빠르게 읽히고 끝까지 아주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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