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Samsung GX-10
삼성과 펜탁스가 손잡고 만들어낸 명실상부한 중급기였으나, 1년을 견디지 못하고 가격이 폭락, 2007년 여름에
번들렌즈를 포함한 신품을 구입하였다.
첫 느낌은 무척 좋았다. *ist-DS의 장점에 중급기의 장점을 더한 편리한 인터페이스, 거기에 손떨림 방지 기능도
갖춘 천만화소급 중급기의 신품가가 65만원이라니. 그러나 재앙은 카메라 구입 후 한달쯤 뒤에 함께한 신혼여행에서
다가왔다. 야외에서 AWB가 영 이상한 것이다. *ist-DS 시절에도 햇볕좋은 야외에서 AWB는 아무 걱정 안해도
되었었는데 이런 배신을 할 줄이야.
돌아와서 3천여장에 이르는 신혼여행 사진을 색감 맞추느라 생노가다를 하고 나니 카메라에 대한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그래도 별다른 대안이 없어 2008년 여름까지 1년여를 함께 하면서 동경에도 함께 다녀왔다.
유럽에서보다는 좀 나았지만 여전히 기대하는 white balace을 찾아주지 못했고, 이별을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7) Sony a200
안타까운 마음을 한켠에 두고 GX-10을 떠나보내면서, 새로 영입할 카메라의 조건 제1순위는 AWB와 무난함이 되었다.
특별히 다른 기종이 끌려서가 아니라 GX-10을 떠나보내야 했기에 다른 카메라를 찾아 나선 것이다.
사실 무난함을 좇는데 캐논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언제나 캐논의 가격대 성능비는 최저다.
여러 가지를 비교해본 끝에 a200을 선택하고 작년 여름 중고로 50만원대에 구입하였다.
a200은 그때의 요구조건에 잘 맞아서, 매우 적절한 AWB와 무난하고 예측가능한 색감의 사진을 만들어 주었다.
여지껏 써본 어떤 카메라보다도 무난함 그 자체인 것이 a200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녀석에게는 특별한 단점이 없을 뿐 아니라 특별한 매력도 없었다는 점이다.
항상 밋밋한 색감을 보여주고, 이상하게 노출 또한 내 의도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그냥 적당하게만 나왔다.
재미를 상실한 취미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손을 영 안타더니 결국 반년 동안 천컷 정도만을 찍고서, 나는 다른 카메라를 찾기에 이른다.
(8) Sigma SD14
처음으로 캐논 또는 니콘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이 진지하게 들었었는데, 선택은 정반대 극의 카메라를 하게 되었다.
DSLR계 메이저의 정점에 캐논과 니콘이 있다면, 마이너의 정점에는 시그마, 코닥, 콘탁스가 있다.
콘탁스는 단 하나의 DSLR만을 남긴채 망했고, 코닥 역시 DSLR 신제품을 낸지는 꽤 되어서 더이상 신제품 소식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둘다 Full Frame 카메라를 선도적으로 발매했지만 시장에서 주류를 차지하진 못했고, 독특한 색감으로
중고품들은 컬트적 인기를 여전히 누리고는 있다.
시그마는 이 마이너들 중에 그나마 가장 최근(그래봐야 2006년 가을) 신제품을 발매했다.
시그마 역시 한 컬러 하는데, 이유는 독특한 방식의 Foveon 센서 때문이다.
이 센서 방식은 정확한 색 재현이라는 장점과 함께 광량이 적은 곳에서는 극악의 품질을 보여주는 한계를 가진 방식이다.
워낙에 특이한 구석이 많은 태생이라 쉽게 손이 안갔지만, 이젠 가격도 워낙 착해져서 한번쯤 중고로 써볼만 하게 되었다. (번들렌즈 포함 40만원에도 미치지 않았다.)
과연 소문대로 광량 적은 곳에서의 열악함은 확인했지만, 이녀석의 진면목을 보자면 색들이 제대로 피어나는 봄까지
기다려봐야 할 듯하다. 처음부터 SD14와는 긴 인연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봄만은 기다려진다.
(9) Next??
미친 환율 때문에 SD14와의 인연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는 있겠지만, 다음 카메라로 무엇을 살지는 여전히 고민중이다.
몇가지가 리스트상에 있는데 우선은 펜탁스 K20D.
이녀석은 아마도 현재 가장 나와 잘 맞는 사진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녀석이다.
갑자기 SD14에 눈이 돌아가기 직전까지 거의 신품으로 지를 뻔했다.
꺼려지는 점은 넣다 만 동영상 기능과, 나온 시점이 꽤 되었는데도 거의 떨어지지 않은 가격.
니콘 D90은 무난하면서 동영상이 지원되는 까닭에 나중에 kiwi도 찍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점을 받고 있지만 동영상
때문에 DSLR을 선택하기는 좀 그래서 망설여진다. 동영상시 AF도 안되고 아직은 좀 설익은 느낌도 있고.
그리고 오늘 갑자기 새로운 뽐뿌로 등장한 것은 파나소닉의 컴팩트 디카 LX3.
DSLR을 쓰다 보면 렌즈 구성부터 무게에 대한 고민이나 가끔씩 동영상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고, 그러다 심난함이 더해지면 '확' 다 팔아버리고 하이엔드 컴팩트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대부분의 경우 컴팩트 디카들의 스펙을 보다 보면 역시 다들 뭔가 하나씩 크게 아쉽고, 특히 화질면에서는 비교가 안되는지라 DSLR을 포기 못하고 만다.
하지만 파나소닉 LX 시리즈는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유혹이다.
최근의 LX3는 망원이 약간 부족한 것 빼고는 나무랄 데 없는 스펙과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쁜 것들은 비싸다. 최저가 60만이 웬말인가.
(이 LX 시리즈는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르는 무시무시한 중고가로도 유명하다.)
하나 들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서브로 들이기엔 메인보다 더 비싸다.
도대체 뭘 사야 더이상 카메라 핑계 안대고 사진에 집중할 수 있을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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