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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chat

수집의 끝 - 1

by edino 2009. 3. 1.
뭔가를 모으는 데에 특별한 집착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약간의 강박적 성격은 수집벽과 쉽게 연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 부류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 모아봤을 우표라던가, 외국 동전이라던가, 특이한 색깔의 성냥개비 라던가, 작고 예쁜 돌맹이 등을 모아보긴 했지만, 특별히 대단한 컬렉션을 만들어본 경험은 없다. 어렸을 적의 이런 시시한 수집들의 끝이 흐지부지였기 때문에, 지금도 유별난 수집벽은 없는 듯 싶다.

수집의 곤란한 점은 그것이 별 실질적인 효용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쓸모가 있는 것들을 모으는 경우도 있지만, '수집'이라 불릴만한 행위는 이미 그 말 자체에 실제적인 쓸모 이상으로 모은다는 의미가 들어있지 않을까? 어느 순간부터 수집품이 시들해진 취미의 대상이 되거나, 또는 보관의 번거로움이 수집에 대해 재고하도록 한다면, 수집품들은 결국 처분의 대상이 되고 만다.
돈이라도 되면 오히려 수집의 청산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들을 모았을 경우, 수집품의 처분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에 더 아쉬울 수도 있다.

하나둘 쌓여가는 것들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 이제 처분을 고민하게 된 것들이 몇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티켓이다. 이건 대학교때부터 모아지기 시작한 것인데, 영화표, 미술관이나 전시회표, 공연표 등이 대부분이고, 가끔은 고속버스나 기차, 배 등의 표도 있다.


탁자 위에 늘어놓아보니 몇겹이 쌓여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
뭐 결혼하고 이녀석들을 가져올 때부터 대충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늘어놓고 보니 또 괜히 아깝기도 해서 저대로 탁자의 유리로 저녀석들 위에 덮어둘까도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이건 누구랑 봤어?", "여긴 누구랑 갔어?" 등 yeon의 질문들이 시작되면서 빨리 다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누구랑은 커녕, 내가 이걸 봤었나 싶게 기억 안나는 것들도 많아서 대답하기가 곤란한 것이다. -_-;


뭔가를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에서 점점 잘 버리는 성격이 되어가고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제 생각해보니 그냥 이렇게 사진만 대충 찍고 버리지 말고 하나씩 제대로 살펴보기라도 하고 버릴 걸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김광석 공연에 갔었던 표도 그냥 버려버린 건 좀 아까운 생각이 드네. 생각해보면 그걸 또 어디다 쓰겠냐만.
차라리 모으지 않는 게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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