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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chat

나의 카메라 편력기 1

by edino 2009. 2. 24.

얼마전에 카메라를 바꿨다.
그다지 장비병도 아닌데, 꼽아보니 어느덧 벌써 8번째 카메라다.
꼽아보니 한번쯤 돌아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1) Pentax MX
나의 첫 카메라는 대학교때 50mm f1.4 수동 렌즈와 함께 중고로 15만원에 구입한 이녀석이다.
지금도 상태만 괜찮으면 거의 그정도 가격에 팔 수 있다.

태생이 완전수동인 카메라에 바랄 건 많지 않기에, 아쉬울 것도 없이 잘 썼었다.
대학시절을 함께 했고, 2003년에 첫 디카를 사기 전까지 나의 유일한 카메라였다.
96년의 배낭여행에 함께 했고, 한달여간 50mm 단렌즈 하나로 찍은 10여통의 사진들은 그 당시엔 부족함이 없었다.

수동에 익숙했을 땐 MX와 같은 function에 필름 대신 CCD만 넣은 디카가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찍어보면
아무리 다 포기해도 Av 모드만은 포기를 못하겠다. 필름을 맡기고 찾는 번거로움과 인화된 사진 보관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DSLR 장만 이후에는 점점 내손도 덜 타게 되었다.

여전히 집에 있고, 그때 같이 샀던 만프로토 삼각대도 헤드만 바뀐채 그대로 있다.
그렇지만 이젠 필름 한번 넣으면 1년을 예사로 넘어가는 까닭에 더이상 카메라로서의 의미는 거의 없어져서, 퇴역시키고
그냥 골동으로 놔둘지, 아니면 여전히 현역으로 뛰게 해줄 새 주인을 찾아줄지를 고민하던 차에 고장이 나버렸다. -_-;
어렵지 않게 고칠 수 있어 보이긴 하는데, 손보고 팔기엔 귀찮음에 비해 남는 게 없고, 그냥 두기엔 좀 불쌍하고 해서
고민중이다.


(2) Canon G2
2003년 구입한 나의 첫 디카.
회사 친구의 소니 F707로 인해 디카가 만들어내는 사진의 품질에 대한 인식이 바뀐 이후, 눈독을 들이던 기종이 캐논 G2다. 당시 90만원 정도의 고급 기종이었으나 새것과 별 차이 없는 중고를 좀 싸게 구입.

400만 화소에 f2.0 줌렌즈와 회전 LCD를 장착한 이 녀석은 덕분에 제대로 디지털 사진의 재미에 빠졌다.
그다지 컴팩트하다고 할 순 없는 투박한 외양에, 렌즈 보호용 경통까지 달아서 썼지만, 색감이나 화질, 편의성 등 여러
면에서 많은 만족을 주었던 카메라다.

가끔씩 이 시절 찍은 사진들을 보면 서브로 작은 카메라를 들이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드는데, 현재 G10까지 계속 이어진
이 시리즈의 계승자들은 어느덧 f2.0의 밝기와 회전 LCD를 포기한 실망스런 모습으로 뽐뿌를 잠재운다.


(3) Pentax *ist-DS
2004년 11월, 생애 최초의 DSLR이자 생애 최초의 새 카메라를, 우리나라에 발매하기도 전에 일본에서 직수입하는
수입상에게 예약까지 걸어서 장만한 *ist-DS. 바디와 메모리 등 기본 악세사리에만 거금 143만원을 들였다.

여태까지도 이만큼 만족하면서 사용했던 DSLR은 없는 듯하다.
첫 DSLR이었기 때문인 점도 물론 있겠지만, 비교적 넓은 뷰파인더와 11개 측거점의 적절한 배치, 편리한 측거점 이동
등의 인터페이스는 최신의 타사 중급기도 불편하다고 느끼게 할 정도다.

무엇보다 AWB와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보정작업이 많이 필요하면 사진 찍는 일이 짐처럼 되어버리기 때문에, 나는 카메라가 정직하면서도 극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좋은데, 이 카메라가 그랬다. 사실 첫 DSLR이라 모든 DSLR이 그정도는 해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뒤로 5개의
DSLR을 더 거쳤어도 내가 찍으면서 기대하는 색감을 제대로 만들어주던 카메라는 이녀석이 유일했다.

2년 하고 몇달 동안 매우 만족하며 사용했었지만 친구의 강요에 헐값에 넘기고 말았다.
이때 경험한 감가상각의 충격 때문에, 한동안 새 카메라는 쳐다도 안보았다.


(4) Fuji S2Pro
Pentax와 비슷하게 열악한 바디의 기계적 성능은 욕을 먹지만 색감으로 많은 추종자를 가지고 있던 브랜드인 후지.
지난 시절의 전설들도 시간 앞에서 가격은 맥을 못추었다.
2007년 봄에 Tokina 28-70mm f2.8 렌즈와 함께 68만원 정도에 중고로 구입.

펜탁스와는 달리 진하면서도 차분한, 듣던대로 나름 매력있는 색감이었다.
AWB도 조금 특이해서, 좋은 색감을 내주기는 해도 생각하던 색감을 내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열악한 바디 성능, 특히 느린 리뷰 속도 등은 *ist-DS에 비해서도 너무 뒤쳐졌다.

대략 한두달을 못견디고 방출하여 아직까지 가장 짧은 인연으로 남아 있음.


(5) Pentax *ist-D
*ist-DS에 1년 이상 앞서 발매된 펜탁스 최초의 DSLR.
보급기 크기로 나왔음에도 투다이얼과 분리형 세로그립이 있는 등 중급기의 면모도 갖추고 나왔으며, 발매 당시
가격 역시 중급기급인 200만원 정도였다.

DS가 나온 이후로 비교적 소수였던 D사용자들은 DS와는 사뭇 다른 색감과, 여타 몇가지 자잘한 것으로 D에 대한
환상을 많이 유포시켰었는데, 그 색감도 한번 경험해 볼 겸, 가격도 많이 싸진 중고로 구입했다.

워낙에 유명한 세로그립과의 lovely한 일체감, 개성있는 날카로운 셔터소리의 매력에는 범상치 않은 포스가 있었다.
그러나 장점과 단점이 모두 S2Pro와 비슷했다. 독특한 아날로그 느낌을 풍기는 이미지 프로세싱은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색감의 들쭉날쭉함은 내 의도를 반영하지 못하여 신뢰감이 떨어졌고, 오래된 바디 특유의 느린 속도 또한 아쉬웠다.

결국 이녀석도 4개월여 만에 작별하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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