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도 넘게 블로그가 방치되었었는데, 지난 포스팅 이후로 여름휴가를 다녀왔고, 휴가 다녀온 후부터는 미친듯한 더위에 열기를 내뿜는 컴퓨터 근처에 오기도 싫었다. 더워도 우찌 이리 덥나. 밤에 에어콘 틀고 잔 건 태어나서 처음이고, 그냥 찬물에 샤워한 건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이다. 물론 에어콘 다 틀고 방문 열어두면 컴퓨터 할 때도 견딜만은 하였겠으나, 더워 죽겠는데 뭐 굳이 그렇게까지.
그나마 좀 날씨가 살만해진 이후에는 또 Windows가 말썽. 4년만인가, 밀어줄 때가 되긴 한 거 같아서 Vista를 다시 까는데 또 며칠이 걸렸다. 내가 Apple이 싫어서 그 대항마의 하나로서 요새 MS를 내심 응원하기도 했었는데 말이지, Windows 다시 한번 깔아보면서 MS에 대한 분노가 되살아났다. 아무리 신경써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러워지는 Windows 특성이야 이력이 났다고 치자. OS 다시 깔고 최신으로 Update 하는데 무슨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게다가 서비스팩2를 깔기 위해선 서비스팩1을 비롯한 수많은 업데이트가 선행되어야 한다. 게다가 최신의 IE9.0이라고 써보면 크롬한테 그렇게 깨지고도 아직도 정신 못차린다. MS는 반드시 망해야 할 기업이다. Apple도 따라 망해주길 바랄 뿐.
5월에 Boracay를 다녀온 이후로, 7월에도 처가 식구들과 다 같이 Cebu를 갈 계획이 생겼었는데, 회사의 바쁜 일정과 겹치면서 우리 가족은 같이 못가게 되었다. 결국 휴가는 그 다음주로 미뤄 대안으로 부랴부랴 숙소를 잡은 곳이 하이원 리조트 2박. 성수기 직전 주중이라 방값은 비교적 싸게 구할 수 있었다. 우리가 다녀온 주의 주말부터는 성수기+주말 할증으로 방값이 3배가 된다. -_-;;
하이원 리조트에는 호텔도 3개, 콘도도 3개쯤 되는데 꽤 넓게 흩어져 있어 걸어다닐만한 거리는 아니다.
위는 우리가 묵었던 마운틴 콘도에서의 전경.
친구 가족과 함께 2가족이 썼는데, 복층이라 좀 불편했으나 가격 대비 제법 넓은 편이라 숙소는 만족스러웠던 편.
화장실이 하나였던 건 에러. -_-;;
이때도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날씨는 각오하고 갔다.
예보상으로는 휴가 일정 뒤로갈수록 비가 올 확률이 높았던지라, 가급적 휴가 일정 앞쪽에 갈 곳들을 먼저 돌아다니기로 했다.
오는 길에 먼저 엄둔계곡에 들렀는데, 물이 꽤 많고 사람은 없어서 좋더라.
다만 아이들이 그정도 계곡에서 놀기엔 너무 어려 잠깐 발만 담그고 왔다.
숙소에 짐을 풀고 우선 나선 곳은 구와우 마을.
내가 몇가지 꼭 사진에 담아보고 싶은 풍경 중에 하나가 만개한 넓은 해바라기밭인데, 구와우 마을이 해바라기밭으로 유명하다. 좀 이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거의 피지 않아서 해바라기 구경은 못했다. 그런데 대충 눈으로 보니 해바라기가 만개하더라도 내가 기대하던 그런 풍경은 좀 아닌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인가??
구와우마을에서 머지 않은 곳에 매봉산 풍력단지가 있다.
정선/태백 이쪽 동네는 참으로 사람이 드물다 할만한 동네인데, 여행자들에게 딱히 친절하지도 않아서, 요즘같은 고랭지 배추 수확철이면 차량을 통제한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생업인 분들에게 지장을 주면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좁아터진 길을 넓힐 생각은 커녕 관광객들을 위한 셔틀버스 운행은 주말에만 한다고 하니 유명세에 비해 꽤 불친절하단 느낌. 겨우 다른 사람 블로그에서 저녁 6시가 넘으면 통제가 풀린다는 - 그것도 공식적으로 통행 가능이 아니라, 작업이 끝나서 통행을 막는 이가 없다는 - 정보를 얻어서 저녁 6시쯤에 맞춰서 들어가 보았다.
이런 풍력단지도 나름 나의 사진 로망이었던지라, 끝까지 차로 올라가 보았다.
확실히 차량이 많으면 일하는데 곤란하겠다 싶을 정도로 길이 좁다.
풀밭으로 된 언덕이 더 로망에 가깝겠지만, 배추밭도 뭐 나쁘진 않았다.
정상 부근 바로 아래 차를 대놓고, 약간 걸어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다. 그 뒤로는 구비구비 고갯길이 구름아래 보였다.
정말 산 많고 높은 동네.
오르느라 차가 꽤 힘겨워했다.
돌아오는 길에 태백 시내에서 커다란 이마트를 발견해서 거기서 장을 봤다.
발견했을 때 상당히 반갑기는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대기업에만 돈쓰고 가나 싶어 좀 씁쓸하기도 했다.
마트에 가봤더니 여행 내내 사람이 많았던 곳은 그곳뿐이었던지라, 더 그랬다.
어쨌든 필요한 건 무엇이든 있으니, 고기부터 술까지 잔뜩 사들고 왔다.
알뜰하게 아침 포함 4끼는 해먹은 듯.
다음날에도 아직 비는 안왔다.
우선 곤돌라를 타고 리조트 스키장 정상에 올라봤다.
꽤 빠른 속도로 10분을 올라오니 중간이고, 다시 10분을 올라가야 정상이다.
내가 본 스키장 중에는 가장 큰 듯. 규모가 정말 대단하다.
스키를 즐기던 시절이었다면 겨울에 꼭 와보고 싶었을 듯.
나름 한번 타고 올라와볼만 했다.
다음은 오투정이란 곳에서 맛난 김치찌개 등을 점심으로 먹고 태백 체험 공원에 가봤다.
그런데 태백은 정말 오지인가 싶다.
나름 2층 공간에 잘 꾸며놓았는데 사람이 없다.
주차장이란 곳엔 주차장 맞나 싶게 잡초가 무성하고,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들어서자 다른 작업을 하고 있던 아저씨들이 영업(?) 한다고 그때야 전원을 켜서 우리를 맞았다. -_-;; 사람이 너무 없으니 으스스한 기분마저 들었다. 공포영화 같은 걸 너무 많이 보다 보니... -_-;;;
위 사진은 체험공원 안에 갱도처럼 꾸며놓은 곳.
더 들어가보면 볼만했을 것 같은데, 내려가는 곳의 습한 공기도 심상치 않고 영 으스스해서 혼자 내려가보기 좀 그랬다.
대충 훑어보고 휘릭 올라왔음. -_-;;
태백에서 마지막으로 낙동강 발원지라는 황지연못에 잠깐 들렀다 숙소로 돌아왔다.
황지연못은 그리 크진 않지만 푸른 옥색에 투명한 물이 좀 신기하긴 하다.
숙소로 돌아와서 이번엔 다른 콘도들을 구경해보았다.
위 사진은 밸리 콘도였던가? 마운틴 콘도에서 차타고 꽤 가야 하는데, 이쪽에서도 스키장과 연결되어 있고 저쪽 콘도에서도 스키장과 연결되어 있으니 꽤 대단한 규모인 듯.
저녁이 되면 강원랜드 호텔 앞에서 루미나리에를 배경으로 분수쇼가 펼쳐지는데, 우리는 시간 맞춰 가려다가 주차가 어려워 거의 끝날 무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시간대가 되면 모든 콘도 숙박객들이 이리로 다 모이는지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볼만했을 것 같은데 좀 아쉽. 성수기에는 불꽃놀이도 하는 듯. 호수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여기는 운암정이라는 한식당인데, 보이는 것 이상으로 가격대가 비싸 그냥 둘러보기만 했다.
강원랜드 호텔은 작년에 마카오에서 본 어마어마한 카지노들과 비교하니 좀 초라해 보였댈까.
화려함은 좀 부족했지만 깔끔하긴 한 듯.
입장료를 따로 받길래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앞에서 보니 생각보다 카지노 출입객들 몰골이 폐인같진 않더군. ㅎㅎ
게다가 술/담배도 안에서 금지한다니 그건 괜찮다. 마카오에서 묵었던 Venetian Resort에서는 내부에서 담배들을 뻑뻑 피워대서 애데리고 옆에 지나가기도 꺼려졌었는데.
그래도 광산들 닫으면서 보상금을 받은 광부들이 여기서 많이들 재산 날려먹고 나서, 현지인들은 출입에 제한을 두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고 한다. 피해자들 생기기 전에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카지노라도 있는 것이 이 지역에 좋은건지 아닌지, 확실한 판단은 서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엔 영월에 들렀다.
고씨동굴 입구 근처인데, 대부분 동굴들은 일방향으로 가야 하고 그 길이도 꽤 길어서 아이에겐 아직 어렵지 싶었다.
게다가 이녀석 은근히 무서움도 타서 들어가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 앞에 있던 동굴 생태관에만 갔다. 그곳도 우리가 전세내고 봤다. -_-;;
나올때 동굴과는 별로 상관없는 특이한 도마뱀 종류가 어항에 있었다.
애완용으로 인기라고.
영월에 잠시 들른 목적 중 하나는 2003년 남극에서 순직한 친구 전재규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영월에 들릴 기회가 흔치는 않으니 혹시 재규의 흔적이 없을까 하여 검색해보니, 금강정이란 곳에 추모비가 있었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고, 충주에 추모탑이, 영월에 추모비가, 안산 해양연구원에 추모동판이 있다.
당시 스물 일곱. 참 젊었구나.
재규 군대 다녀와서 제대로 술한잔 못한 게 두고두고 안타깝다.
김삿갓 시비, 영월 출신 의병 추모비 등과 함께 동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서있었다.
좋은 곳이 잘 어울리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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