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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국내여행

단양

by edino 2013. 10. 6.

개천절을 끼고 하루 휴가를 내어 2박으로 단양 여행을 다녀 왔다.


사실 단양은 원래 바라던 목적지가 아니었다.

봄부터 경주의 콘도를 빌리려 하였으나, 휴일과 붙은 날들의 경주 콘도는 예약 시작하는 날 순식간에 마감이 되버려 대기로 걸 수 밖에 없었고, 단양은 꽤 여유가 있어서 보험 삼아 예약해둔 것이었다.

여행 예정일이 다가와도 경주 예약 대기인수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고, 결국 단양으로 가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도 단양 간다 하면 거기 뭐보러 2박이나 가나? 하는 분위기고, 예전에 도담삼봉 같이 다소 썰렁한 단양팔경을 몇 개 봤던 기억도 그렇고, 고수동굴은 인상적이었지만 Kiwi 데리고는 너무 긴 감이 있고. 게다가 먹을 거라도 맛있게 먹으려 단양 맛집이라고 검색해보면 무슨 마늘 떡갈비 같은 것만 나오고 별로 유명한 음식도 없는 듯.


하여 기대는 매우 낮은 상태에서, 온가족이 감기 등으로 갤갤거리던 때였으므로, 요양여행 가는 셈치고, 일단 출발.

점심 무렵 출발하였지만, 잠시 들러야 했던 곳에 들르고, 길을 한두번 잘못 들고, 휴게소에서 점심 먹고 하다 보니 단양 도착 시간은 저녁 5시가 넘은 시간. -_-;;


리조트가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어 운치가 있었다.

첫날은 남한강을 따라 산책만 좀 하고 다시 돌아와 저녁도 리조트 안에서 먹었다.

깔끔하고 생각보다 맛도 괜찮아서 만족.


리조트 안에는 큰 수영장도 있지만, 온가족이 감기 비슷한 걸 달고 있어 패스.

콘도 규모는 제법 크지만 수영장 외에 놀 거리는 별로 없다.

방에 돌아와 맥주 한잔 하면서, 아이랑 놀면서, 다음날 가볼 곳을 검색해보다, TV 좀 보다가 잤다.



둘째날엔 전날 사둔 컵라면을 아침으로 먹고, 아주 이르다고 할 수는 없는 오전에, 단양 구경 출발.

전날 검색에서 오늘 가기로 한 곳은 3곳.


그 첫번째가 구인사다.

경사가 상당하다고 해서, 아무래도 체력이 필요할 듯 하여 가장 처음 일정으로 잡았다.

리조트에서 30분 가량 차를 타고 꼬부랑 고개길을 넘으면 구인사 주차장이 나온다.

거기서 셔틀버스가 20분 간격으로 다니는데, 차로는 금방인 거리지만, 셔틀버스가 내려주는 곳도 오르막의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히 아이가 있다면 타는 것이 필수.



천태종 총본산이라더니, 역사가 대단하진 않아도 규모가 상당하다.

가파른 길 따라 구비구비 건물들이 복잡하게 많이 얽혀 있다.

계속해서 이곳저곳 공사중.

보통의 우리나라 사찰들과 구조가 많이 달라서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사실 여행에 대한 기대는 여기까지 차를 타고 오면서부터 마구 생겨났다.

이 얼마나 멋진 날씨란 말인가.

강따라 길들은 드라이브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

게다가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평일이다. ㅋㅋㅋ



Kiwi는 금방 배가 고프다 하여, 사찰에서 주는 점심을 받아 yeon이 먹이는 동안, 나는 좀더 올라가 보았다.

식당까지만 해도 꽤 올라야 하는데, 그 위로 뭐가 얼마나 있을까 싶었지만, 계단은 상당히 오래 이어졌다.



오호라~

이런 곳이!

좁고 미로같은 길들을 올라오니 이렇게 너른 곳이 펼쳐진다.


사실 저 앞에 보이는 오른쪽 건물로 들어가면 이 아래 커다란 건물의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있다. 무려 7층.

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줄도 모르고 걸어왔지만, 덕분에 밥먹고 나온 Kiwi도 어렵지 않게 올라올 수 있었다.

하지만 올라오는 길이 매우 멋지기 때문에, 힘들면 내려갈 때라도 걸어서 내려가는 걸 추천.



저 앞의 건물에는 실내 촬영 금지라 찍지는 못했지만, 부처상이 좀 특이한데, 얼굴이 한국사람처럼 생겼다.

별로 아는 것이 없어 뭐가 어떻게 다른 건지 잘 모르겠다.

저 건물 오른쪽으로는 적멸보궁 가는 길이란 표지판이 있었는데, 많은 꼬부랑 할머니들도 올라가고 계시길래, 만만하게 보고 금방 혼자 올라갔다 와보려 성큼성큼 걸었는데 꽤 올라가도 끝이 안보이고 사람들의 행렬만 보였다. 가족들이 기다리니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왔다. 다음번에 오게 되면 미리 정보를 좀 찾아봐야 할 듯.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이날 날씨는 정말...

몇주만 더 있다가 단풍이 절정일 때 와도 좋을 것 같다.


천천히 걸어 내려와 주차장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가 비슷비슷한 몇개의 식당들 중에 유독 한 식당에만 사람이 많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그 집만 유일하게 바깥에 그늘을 쳐놓고 먹을 수 있게 해두었기 때문. 이런 날씨인지라, 사람들은 대부분 밖에서 먹고 싶어했으니까. 적당한 가격에 적당히 맛난 밥을 먹고 여행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었다. ㅎㅎ



다음 행선지는 온달관광지.

구인사에서 매우 가깝다.


여기에 온 가장 큰 목적은 Kiwi에게 동굴탐험(?!)을 시켜주기 위해서.

고수동굴 등 더 크고 멋진 동굴은 많겠지만, 온달관광지에 있는 온달동굴이 더 좋은 이유는 적당한 길이와 곳곳이 이렇게 낮아 어른들이 오히려 더 힘든 코스이기 때문이다. 중간쯤 가면 오리걸음으로 한참 걸어야 하는 곳도 있어서 임산부 출입을 금하는 표지판도 있다. 입구에 비치된 안전모는 그냥 있는 게 아니었다. 천장이 낮은 곳이 많아 대부분 몇번씩은 부딪히게 된다.



책에서만 보던 동굴을 탐험하는 Kiwi는 신이 날 수 밖에.

물 때문에 중간중간 길이 좀 미끄럽긴 해도 비교적 안전해서, 아이를 탐험대장 삼아 앞장 세우고 걸어가도 괜찮다.



동굴을 먼저 보고 나와, 드라마 촬영 세트로 지어둔 고구려 성터를 둘러보았다.

담장같은 성곽 너머로는 물이 흐르고 있어 경치가 좋다.

고증을 얼마나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고구려의 유적이란 우리나라 유적 같은 느낌이 잘 안든다.


내려와서 나는 2천원에 7발 쏘게 해주는 활쏘기를 해보았는데, 매우 가까운 거리이긴 하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기회가 되면 국궁, 안되면 양궁이라도 취미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활이란 걸 한번도 못쏴보았으니 이런 데서라도. ㅎㅎ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는 양백산 전망대.

가다가 강변에 차를 세워두고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있었는데, 담번에 오게 되면 도시락 싸다가 먹으면 딱이겠다 싶었다.


밤에도 불을 환히 켜두어 리조트에서 잘 보이는 곳이다.

해발 664미터라는데, 바로 아래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무척 편하다.

네비 안내를 따라가다 보니 전혀 길 아닌 것 같은 강가로 우릴 안내한다.

강물이 길 바로 옆까지 찰랑찰랑. 비가 많이 오면 길이 잠길 듯.


그다음 이어지는 길은 매우 꼬불꼬불 급경사다.

SUV만 갈 수 있는 건 물론 아니지만, 그래도 SUV로 바꾼 것이 괜히 뿌듯. ㅋㅋ



정상 코앞에 차를 세워두고 올라가면 이런 장관이 펼쳐진다.

게다가 날씨!

차로 올라갈 수 있으니 야경을 보러 올 수도 있겠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겸하고 있어, 몇몇 사람들이 황홀한 날씨를 만끽하며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매우매우 해보고 싶은데, 전문가 앞에 매달려 타는 건 좀 폼안나고, 배워봤으면 싶은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려나.



초등학교 저학년쯤 된 아이가 전문가와 함께 체험비행을 하고 있다.



이런 날씨란 서울에서 보아도 설레이는데, 한적한 여행지에서 맞는 이런 날씨는 여행의 만족도를 끝없이 올려준다.

왠만한 해외여행의 하루보다 즐거웠다. ㅎㅎ



이것은 Kiwi의 작품.

제법 구도를 안다. ㅋㅋ


저녁엔 많이 쌀쌀하지 않아서 이날 도착한 친구네와 리조트 야외에서 바베큐와 와인을.

힐링 여행의 마무리 치고는 술을 좀 많이 마시긴 했지만. ㅋㅋ


아직 Kiwi의 미열이 남아 있어, 토요일 2시까지 하는 병원 시간 때문에 다음날은 바로 올라와야 했다.

결국 부지런한 하루 코스 밖엔 안된 2박3일의 단양여행이었지만, 돌아와서도 일요일이 남아 있어 더욱 즐겁던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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