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시작과 함께 담배를 '끊었다'.
따옴표의 의미는 독하게 그뒤로는 담배에 입에도 안댔다 까지는 아니고, 가끔 술을 마실 때 피거나 아주아주 가끔은 맨정신에도 피운적은 있지만, 습관적으로 피우는 것은 그만두었다는 뜻이다.
기혼 흡연자들의 대표적인 공수표가 "결혼하면 끊을께", "아이 생기면 끊을께" 인데, 본인은 어쨌든 지금까지로 봐서는 약속은 지킨 편이다. 14년 정도 피우는 동안, 3개월 정도 끊어본 적이 있고, 1개월 정도 훈련소에서 못피운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금연하겠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3개월 정도 끊어봤을 때는 10년쯤 전이어서, 그때만 해도 언제든 담배를 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 금연을 앞두고는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스스로 들었다.
아침 담배를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니코틴 의존도는 높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해왔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과연 담배를 피우기 위해 1시간에 한번꼴로 break를 가지던 습관을 버릴수 있을까 하는 것. 물론 담배 없이 1시간마다 break를 가질 수도 있겠으나, 그때마다 커피를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탕을 먹는 것도 이상하고, 뻘쭘하게 서서 수다만 떨기도 그렇고.
흡연이라는 unique한 행위를 대체할 만한 것은 좀체 없어보였다.
한대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이고
허공에 내뿜고.
담배의 맛도 맛이지만, 그 행위 자체의 매력이 훨씬 컸기에, 몇년 전부터는 가급적이면 항상 가장 약한 담배를 피워왔다.
타르 등 발암물질과 니코틴 제로인 담배는 정녕 만들 수 없을까?
발명되면 세기의 발명이 될텐데. 냄새도 안배면 더욱 좋고.
어쨌든 그런 건 아직 발명되지 않았으므로, 금연이란 영원히 흡연의 욕구를 참는 것이란 현실을 인정하고 금연에 들어갔다.
오랜 습관으로부터의 탈출은 걱정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2주간은 꽤 갑갑했지만, 2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별다른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한 몸이 담배를 찾는 일은 없어졌다.
걱정했던 스트레스 해소의 어려움이라던가 하는 부분은 없다.
담배로 인해 해소되는 것 같은 갑갑함은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생기는 갑갑함이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더 맞는 접근이었던 것 같다.
절대로 다신 입에도 대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시작하면 스트레스도 더 심했을 것이고, 한두번 무너졌을 때 자포자기가 되어 다시 습관적 흡연의 길로 들어서기 쉬울 것이므로. 물론 이렇게 널럴한 마음가짐이라 지금도 한달에 한번 꼴 정도는 필 건덕지가 생기는 것 같긴 하지만, 그렇게 피운 다음날에도 손에 약간남아 있는 담배 냄새는 매우 불쾌한지라, 어지간해서는 다시 습관적 흡연자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2킬로그램 정도의 몸무게 증가라는 부작용은 있었지만, 그래도 좀더 가뿐해진 몸, 가족들의 기쁨, 냄새로부터의 해방, 의존하던 것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난 자부심, 연간 100만원에 육박하는 담배값 등의 혜택은 적지 않다. 당장 담배라는 정든 멋진 친구와 완전히 결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내가 그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과 같다. 2주만 고생하면 얻는 게 적진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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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故 노무현 대통령의 경호관이 꾸며낸 얘기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마지막에 담배를 찾았었다는 얘기에는 담배 생각이 참 많이 나기도 했었다. 담배를 끊었던 그도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었으니 다시 담배를 피웠으리라.
앞으로 최소 3년간은 "담배인삼공사" 주식을 사면 손해는 안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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