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고나에서 몬세라트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바르셀로나에서 대중교통으로 온다면 이런저런 방법이 있겠지만, 차를 가지고 간다면 그냥 몬세라트 수도원 찍고 네비가 알려주는대로 가면 된다.
몬세라트는 여행 전에 지리를 파악하기 매우 까다로운 곳이었다. 몬세라트까지 가기 위해 산악열차? 케이블카? 이런 것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또 푸니쿨라라는 것이 2가지가 있다. 이게 각각 어디로 연결되는지, 어떤 경로로 걸어갈 수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드물다. 상세하게 트래킹 코스까지 소개하는 책도 있었는데, 지도가 부실하니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너무 상세히 공부하면 스포일러라, 적당히 짐작하여 짠 계획은 Sant Joan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서 1시간 정도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오는 계획이었다.
올라가는 길이 아주 험하지는 않은데, 좀 졸리려고 해서 도착하기 얼마전에 잠시 차를 댈 수 있는 곳이 있어 쉬었다.
올라가는 길은 전혀 붐비지 않았는데, 몬세라트가 가까워지니 급속도로 주차된 차들이 많이 보인다. 도대체 어디다 세워야 할지 감이 없었는데, 계속 가다보니 뭔가 차단기 앞에서 표를 뽑고 들어가는 곳이 있다. 주차료를 내지 않으려면 그 한참 앞에 세워놓고 좀 걸어 올라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주차비가 7유로 정도라 그리 비싸진 않다.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무인 계산기에서 주차비를 정산할 수 있는데, Visa 카드가 안되는 것이었다. 다행히 백업용으로 yeon이 들고 갔던 체크카드가 마스터카드라 그 카드로 결제했다. (다른 데서 현금 등으로 결제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오면 'Stairway to Heaven'이라 이름붙인 곳이 있다.
좀더 내려가서 강쪽과, 반대편 수도원쪽을 조망할 수 있는 곳도 있다.
Kiwi가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약간 까졌는데,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소독하겠다고 짐이 있는 차까지 yeon과 다녀왔다.
이후로 Kiwi님 저기압이 되셔서 분위기 싸한 먹구름을 몰고 다녔다. 자체 검열로 트래킹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_-;;
몬세라트에 오니 갑자기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일단 보이는 관광버스에 떡하니 '독도'라고 크게 씌여 있었다. ㅎㅎ
바르셀로나에 엄청 많은 중국인, 한국인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바르셀로나에서도 가우디 건축물 근처만 빼면 적은 편이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겠지만, 비율로 치자면 한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몬세라트 아니었을까 싶다. 그 외에 다른 도시들에서는 한국인들이 많지 않은 편.
여기가 몬세라트구나. 문자나 지도로는 어려워도, 가보면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는 공간의 감각.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시원할 정도까지의 고도는 아니다.
저 아래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나와 수도원쪽으로 가는 길.
수도원과 성당을 보기 전에, Sant Joana 푸니쿨라를 먼저 탔다.
트래킹 미련을 버리기 위해 아예 왕복으로 끊었다. -_-;;
중간에만 잠깐 2개로 레일이 갈라져서, 왕복 푸니쿨라가 타이밍 맞춰 지나가야 한다.
엄청나게 가파른 길을 올라가서, 타는 시간에 비해 수도원이 금방 까마득히 멀리 보인다.
푸니쿨라 역에서도 올라가면 전망대 같은 것이 있다.
먹구름 낀 Kiwi는 푸니쿨라 역 근처 벤치에 앉아 있으라 하고, 둘이 잠깐 10분 정도 올라 약간의 전망을 더 볼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뜬금 없이 비탈길에 유모차가 덩그라니 있었는데, 설마 했는데 저기 아기가 자고 있고, 다른 가족들은 유모차가 가기 힘든 곳에 올라가 구경하고 있다. 브레이크 정도는 채워놨겠지만, 강한 부모들 같으니라고. -_-;;
역에서 길은 둘로 나뉘는데, 원래 트래킹 계획대로라면 이 길로 Sant Miquel 전망대를 들렀다 몬세라트 수도원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반대쪽 길은 저렇게 이어진다.
잘 보면 저쪽 바위 아래에도 작은 예배당이 있다.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수도원으로. 시간을 딱 맞춰서 기다리지 않고 탔다.
앞자리 차지한 여학생들이나, 서서 유리 창밖으로 손을 내민 아저씨나 다들 동영상 촬영에 여념이 없다.
여전히 먹구름에 휩싸인 Kiwi는 여기까지 올라와보지도 않았다.
이 바위들이 인간의 역사 동안에는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지어진 건물들인가보다.
일부라도 바위가 떨어져나오면 건물이 무사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하긴 그전에 인간이 스스로 파괴할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이곳도 나폴레옹이 박살낸 것을 재건하였다고 하니...
표를 끊고 들어가는 곳도 있는데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소년합창단은 방학이라 집에 간 기간이라 하여 못 듣는 건 알고 있었고, 검은 성모마리아상 들어가는 줄이 왜이리 긴지. 그럼 성당이라도 Kiwi 눈치 무시하고 들어갔다 와야 할까 말까. 급한 마음에 좀 찾아봤는데 별 게 없어보여, 가정의 평화에나 힘쓰자고 발길을 돌렸다.
블로그 정리하면서 구글맵으로나마 들어가봤는데... 뭐야 성당 내부 엄청 화려하고 멋있잖아!
Kiwi야 너도 꼭 중2 자식이랑 멋진 데 놀러가서 자식 눈치 보느라 엄청 보고 싶은 거 포기하렴!
저기 보이는 십자가 있는 곳이 Santa Cova 성당이려니 했는데, Sant Miquel 전망대였다.
Santa Cova는 비슷한 방향에 있지만 전혀 다른 길로 가야 한다. 심지어 Santa Cova 푸니쿨라는 여기서 타면 내려가고, 거기서부터 다시 걸어 올라가야 Santa Cova 성당이 나온다. 한 방향만 탄다면 돌아오는 길에 타는 것이 낫다.
아침을 배불리 먹은 데다 몬세라트에서 식당은 추천을 못봐서,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몬세라트에 꽤 머물렀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의 시간을 보니 채 3시간도 머무르지 않았다.
오늘은 거의 패키지 여행급의 일정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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