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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23 : Spain

Girona #1

by edino 2023. 9. 1.

지로나까지는 차로 30여분이면 닿는데, 오늘의 숙소는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호텔이 아닌 숙소다.
(발렌시아 숙소가 좀 애매하긴 하지만 본인들이 호텔이라고 하니 그렇다 치고.)
지로나 숙소 중에 평이 괜찮아서 예약 후보지 중에 하나였는데, 며칠 지나니 가격이 확 떨어져서 낼름 예약했다.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싸지만 가장 넓은 숙소다. 호텔 서비스를 포기하면 면적이 생긴다. 
 
그래서 방주인(혹은 관리인)에게 미리 도착 시간도 얘기해야 하고, 미리 이런저런 걸 맞춰야 하는 불편이 있다.
대략적인 예상 시간은 그전에 미리 알려줬지만, 우리의 도착시간이 거의 확정적이게 되어서 whatsapp으로 다시 한번 시간을 알려줬다. 그리고 나서 출발하는데.... 이런, 비가 슬금슬금 내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도착할 때가 되나 거의 폭우가 쏟아졌다. -_-;;
 
문제는 이번 숙소가 지로나 구도심 한가운데 있다 보니 주차장이 숙소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다는 점. 300미터 정도 짐을 가지고 이동하는게 평소같으면 별 일 아니겠지만, 폭우라니. -_-; 주인이 추가요금을 받고 주차장을 예약해주긴 했으나, 또 하필이면 그날이 지로나의 휴일이라고 주차장 문이 닫혀 있어 자신이 와서 열워줘야 한댄다. 빗속에 10분 정도 기다려 그가 나타나서, 인사를 하고, 지정된 곳에 차를 세우고, 짐에서 우산을 꺼내고(2개뿐이라 나는 그냥 모자로), 크록스로 갈아신고, 번거롭게 빗속을 걸어 방에 도착. 건물의 1.5층쯤 되는 곳이다.
 
이런저런 유의사항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whatsapp으로는 주변 볼거리나 식당 추천 등도 잔뜩 보내주고, 친절했다.
주방겸 거실에, 침실이 따로 있고, 침실 바깥으로는 하늘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다.

단점은 방크기에 비해 그다지 좋지 않은 채광과 조명. 구도심 좁은 골목길에 위치해 앞건물과 매우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 분명 창을 열면 아래로 사람들도 지나가는 2층인데, 영 어두워서 붙인 이 방 별명은 '반지하이층집'. ㅋㅋ
 
압도적인 방크기, 냉장고 크기 등등이 있지만 사실 호텔 아닌 숙소를 잡은 건 중간에 빨래를 한번쯤 해야 하기 때문. ㅎㅎ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세탁기였다. 일단 지로나에서의 일정은 빨래부터 시작. 세제가 없다 하니 방주인이 또 1회용 세제를 2개 갖다주었다.
 
전에도 여행 가서 옷버리기가 취미(?)란 얘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무려 4년만의 장거리 여행이다. 그동안 쌓인 '여행가서 버릴 옷들'이 상당했다. 특히 마지막으로 입고 버릴 청바지가 4개나 되었는데, 여름인지라 청바지는 이번에 하나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에 버린 게 청바지 1개, 반바지 1개, 반팔티 2개, 속옷 5~6개, 양말 1~2개, 더하여 운동화 1 켤레, 크록스 1켤레 등. 뿌듯했다. ㅋㅋ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널어놓고, 점심을 제대로 못먹었으니 좀 일찍(?) 9시쯤 나섰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숙소에서 이어지는 골목길.
 

아주 작은 광장도 나오고.
 

지로나의 대표 풍경 중 하나인데, 비맞으며 처음 숙소로 갈 때 이미 마주쳤다.
주변 건물 색깔같은 것들이 Firenze의 베키오 다리를 생각나게 한다.
 

지로나의 이 다리 이름은 Saint Agustí bridge라고 한다.
 

Onyar 강이 지로나를 가로지르지만, 건물들이 강가를 막고 있어 다리 이외에는 구도심 끝쪽에나 가야 강을 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lndependència 광장.
 

처음에 비 맞으며 숙소로 갈 때도 지나왔는데 분위기가 좋아보여 여기서 저녁을 먹을까 했으나, 식당보다는 까페나 간단한 bar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발렌시아만큼 번화하진 않지만, 그래도 거리가 깔끔한 편.
방주인에게 추천받은 곳과 검색을 종합하여 1순위로 가려던 곳을 try 해봤는데, 오늘인 지로나 휴일이라서인지 닫혀 있었다.
 

이번엔 다른쪽 다리를 건너 다른 곳을 가보았다.
이 다리는 에펠이 설계했다는데, 물론 포르투의 다리에 비하면 습작 수준의 소품이다.
 

두번째로 try하여 자리잡은 식당의 이름은 Vintages. 작지만 요리를 진지하게 하는 느낌의 식당이었다.
와인도 그냥 화이트, 레드, 까바 이렇게만 시키던 보통 타파스 바들과는 달리, 정식 와인 명칭도 써있고, 선택지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레드를 시켜 좋았던 적이 별로 없는데, 여기서는 신뢰가 가서 시켰더니 역시 괜찮았다.
 

메뉴가 어떤 것들이었는지 봐도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 또 비슷비슷한 메뉴를 시켰을 것이고, 다 훌륭했다.
저녁은 58유로 정도.
 

바 호핑까진 아니더라도 오늘은 1차로 아쉬워 다른 곳을 찾아보았다.
이번엔 방주인이 추천해준 곳 중에 하나인 Brots de Vi.
앞서 갔던 곳에 비하면 훨씬 더 술집의 느낌이다. 치즈 한접시에 와인과 음료를 시켰는데, 재미있게도 여기서 맨 처음에 적혀있는 와인이 앞서 갔던 곳의 맨 처음 와인과 같았다. ㅎㅎ 괜찮았어서 한잔은 또 같은 걸 시켰다. 치즈는 좀 꼬름한 것들도 있었지만 다행히 못먹을 정도의 하드코어는 아니었다.
 

방에서 휴식과 맛난 저녁으로 Kiwi의 먹구름은 걷혔지만, 그래봐야 2차 마쳐도 11시도 안되었다.
 

지로나의 밤거리는 예쁘다.
지나치게 번화하고 시끄럽지도 않고, 쇠락하여 을씨년스럽지도 않다.
 

이대로 '반지하이층집'에서 밤을 보내기는 좀 아까워서, Kiwi와 yeon은 데려다주고 혼자 산책을 나왔다.
 

바르셀로나에서 당일치기로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11시만 되어도 괘 한적해진 느낌이다.
 

방들도 불꺼진 곳이 많고.
 

식당가가 아닌 곳은 거리도 비었다.
 

광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다. 
 

마지막으로 지로나 대성당까지 가보고 방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호젓하기만 한 성당 근처에 불이 밝고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 있어 계단을 올라가보니 이런 곳이 나왔다. 식당 치고는 규모가 너무 큰 것 같긴 한데 바깥과 동떨어진 세상처럼 많은 사람들이 왁자하게 몰려있었다.
 
신기해서 돌아와서 찾아봤는데, 그 근처에는 아무런 식당이나 술집이 안나온다. 그날만 여는 축제같은 것이었으려나?
 

밤의 지로나, 걷길 잘했다.
 

이때는 계단에 한 커플만 조용히 데이트중이었을 뿐, 낮의 지로나 대성당은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이런 분위기가 안난다.
 
지로나 대성당에서 숙소까지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서 200미터도 안되는 거리였다.
긴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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