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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23 : Spain

Barcelona #1

by edino 2023. 8. 18.

드디어, 4년만에, 마침내, 진짜(?) 여행기를 올리게 되었다.
 
올해는 무조건 나갈 계획이었고, 연초에 목적지를 어디로 할지 상의하여 바르셀로나를 가기로 했다. 나 빼고는 모두 스페인이 처음인 데다가, 나도 마드리드와 안달루시아 지방은 돌면서도 그때 리스본을 넣느라 일정상 바르셀로나를 뺄 수 밖에 없어서 못가본 터였다. 바르셀로나는 언제든 오겠지 했는데 그것도 벌써 17년 전이라니... 그때만 해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간에 고속열차가 없었다. 아직도 새것 같은 그때 산 스페인 여행책이 있는데, 내용은 너무 예전 거라 따로 빌려보았다.
 
3월초에 일찌감치 마일리지 발권에 도전하였으나, 그정도 정성으로도 부족하여 겨우 출국표만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었고, 돌아오는 건 안떠서 결국 편도로 티켓을 구입했다. 비행기값이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는데, 예전 같으면 편도표가 왕복표의 1/2보다 훨씬 비쌌으나, 어찌된 일인지 왕복표 1/2보다 약간 더 비싼 수준이어서, 게다가 일정이 출국 때는 마일리지상 비성수기고 귀국 때는 성수기라 귀국 편도만 따로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귀국 마일리지 표를 포기하고 일정을 편하게 잡다 보니 출국과 귀국 항공사가 달라졌다. 큰 문제는 없지만 공항버스비가 왕창 올라서 장기주차로 차를 가져갔더니 오갈때 터미널이 달라져서 귀국시 터미널간 이동을 따로 해야 하는 소소한 문제는 있었다.
 
3월초에 비행편을 일찌감치 예약하고 나니 80%는 다 된 것 같은 마음에, 일정 잡는 일에 여유를 부리다 보니 결국은 6월 말에야 첫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_-;; 일정도 막판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 마지막 숙소 예약과 렌트는 출발 이틀전에야 끝낼 수 있었다.
 
일정을 잡는 게 힘들었던 이유는 최근 대부분의 렌트 여행이 크게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거나(돌로미티), 한방향으로 가서 편도반납 후 국내선으로 이동하는(크로아티아, 포르투갈) 경우가 많았는데, 금번에는 그런식으로 짜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단 스페인은 무지 크다. 내가 가본 마드리드나 안달루시아 지방을 제외하면(꼭 제외할 필요는 없지만 상당히 멀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근처에 스페인에서 손꼽히는 여행지가 많지는 않다. 그리고 일정은 8박 정도라 볼 것 많다는 바르셀로나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걸 생각하면 주변을 많이 돌아보기도 어렵다. 그사이 뜬 ChatGPT에게 이리저리 여행일정을 물어보아도 시원찮고, 다른 사람들 일정을 참고해보려 해도 비슷한 조건으로 다닌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혹시라도 바르셀로나 in-out에 이동 적게하는 8박 정도 일정을 잡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참고할 수 있게 좀 상세히 적어보겠다.  
 

일단 Barcelona 중심으로 갈 수 있을 법한 곳 중에 검색하여 갈만해 보이는 곳들을 구글맵에 표시했더니 대략 위에 네모 표시된 곳들이 나왔다. 저기를 다 이어봤더니 1,329km가 나온다. 바르셀로나를 4일은 잡아야 된다는 말들을 봐서 그걸 빼면 나머지 4,5일 동안 매일 4시간씩은 운전해야 한다. 나의 하루 적정 운전 시간은 3시간 이하이고, 한번에 2시간 이상은 무리라 중간에 어딘가 들러서 구경하고 식사라도 해야 한다. 운전뿐 아니라 아무리 소도시들이라도 패키지 여행식으로 찍고 다니지 않는 이상 무리다.

 

(몰랐는데, EU에서는 장거리 버스 등에 2시간 운전마다 20분 휴식, 4시간 이상 구간에서는 두번째 휴게소에서 30분 이상 쉬어야 하는 법이 있고, 자동운행기록장치가 있어서 수시로 단속한다고 한다. 얼마나 합리적인 법인가. 나는 몸이 그 법을 지키도록 되어 있다.)

 
여기저기 보고는 싶고, 일정은 너무 빡빡하지 않게 하고 싶고, 이동도 너무 빡세게 하지 않고 싶고, 그러면서 줄이고 줄이고 하다보니 위와 같은 이동경로가 나왔다. One way로 보일텐데 맞다. 바르셀로나->발렌시아를 한번에 3시간 가량 운전하기 부담스러워서 Renfe로 이동하고, 발렌시아에서 렌트해 바르셀로나에 반납했다. Renfe가 생각보다 비싸고, 다행히 발렌시아->바르셀로나 편도반납비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그렇게 정했다. 실제 렌트로 다닌 일정은 3일인 셈. 저렇게 짜면 하루에 3시간 정도씩, 한번에 2시간 이하로 운전하게 된다. ㅋㅋ
 

  Day 1 Day 2 Day 3 Day 4 Day 5 Day 6 Day 7 Day 8 Day 9
오전 서울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발렌시아 몬세라트 지로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오후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발렌시아 페니스콜라 베살루 토사데마르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숙박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발렌시아 타라고나 지로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귀국행

친절하게 일정표를 더하면 위와 같다.
다녀온 이후 내 취향을 반영하여 일정을 다시 짠다면 바르셀로나 일정을 좀 줄이고, 페니스콜라나 토사데마르 같은 바닷가 마을에서 1박을 추가할 것 같다. 
 

낮 출발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저녁 7시쯤 도착하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항로는 아제르바이잔-러시아 국경을 살짝 남하하여 지난다. 덕분에 비행만 14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낮에 출발하다보니 눈도 말똥말똥, Kiwi는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잠깐 잠들 때도 이제 yeon보다 키가 훨씬 큰데도 앉아서는 못자겠다며 아기 때마냥 머리는 yeon에게, 다리는 나에게 기대고 잤다. Kiwi 어릴 때에도, 한 좌석이 비어 4석을 셋이 쓸 때에도, 그렇게 누우면 좀만 지나도 다리가 엄청 저리고 아픈데, 설마 이번에도 그럴줄은...
사진은 아마 크로아티아 쯤을 지나고 있을 때인 듯.
 
어쨌든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니 마침내 도착하고 땅을 밟았다.
시내로 가는 방법은 리무진버스를 많이 타는 것 같으나, 버스 길게 타는 것도 질색이고, 구입하면 한달간 왠만한 전철, 버스 공짜인 T-Usual 카드로 전철을 타고 왔다. 한달 짜리라 정가가 40유로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20유로로 할인한다는 걸 yeon이 발견해줘서, 게다가 우리처럼 일정이 앞뒤로 나뉘어 있다면,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 한달이 안지나서 그전에 혹시라도(?) 바르셀로나에 다시 가게 되면 쓰려고 안버리고 있다. ㅋㅋ
 
공항선은 생긴지 오래되지 않아 쾌적하고 사람도 적다. 주요 관광지 주변에 묵는다면 보통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그때 갈아타는 지하철은 악명높은 소매치기 신경도 쓰이고 좀 덥기도 하지만,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통신사 가족 로밍 요금제가 나와 온가족이 다 핸드폰을 들고 다녔는데, 핸드폰에 대한 여행 의존도가 높아지다보니 소매치기 대비를 어느 때보다도 철저히 했다. 평생 처음 쌕을 허리에 차고, 배낭에는 자물쇠를 달고, 핸드폰은 고리로 옷에 연결하고 등등. 그런데 생각보다는 그리 위험스럽게 느낀 적이 없어서 나중엔 좀 대충 다니기도 했다.
 
남유럽이라 한참 남쪽일 것 같지만, 바르셀로나는 북위 41도 이상이다. 덕분에 여름에 한국보다 해는 더 길다.
전철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300미터 정도 걸어 체크인.
 

가장 확실한 일정이라 가장 먼저 예약한 호텔이고, 가장 비쌌다.
Kiwi가 12살이 넘어가니 어느 호텔이나 다 어른 취급이고, 3인 취침 가능한 방들 선택지는 2인실보다 확연히 줄어드는 걸 감안해도, 바르셀로나의 호텔값은 무시무시하다. 같은 방도 어디서 예약하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여기저기 비교해 봤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호텔 자체 사이트에서 예약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사실 타라고나, 지로나 같은 근교 도시들은 바르셀로나에서 묵으면서 당일로 다녀와도 되지만, 바르셀로나의 비싼 숙박비 때문이라도 (짐 가지고 이동이 수월하게 렌트를 한다면) 1박 하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1박을 해야 바닷가 수영 같은 것도 하기 좋고, 늦게까지 밤을 보낼 수도 있고..
 
아무튼 좀 비쌌지만, 위치나 방 상태 등은 훌륭. '15년 이후로 여행 때마다 호텔 방 이름짓기를 해왔는데, 안적으니 까먹는다. 이번 방은 그냥 '긴 방'.
첫날 도착하면 상황에 따라 호텔에서 근처인 까사밀라나 까사바트요 야간 개장을 가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으나, 14시간 비행 끝에 편안한 호텔에 뭄을 눕히니 아무도 나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ㅋㅋ
첫날 최소한의 일정으로 생각했던 맛있는 저녁 먹기..도 생략하고, 근처 가게에서 물과 과자만 사와서 일찍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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