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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22 : JeJu

제주 #4

by edino 2022. 11. 17.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 후, 이타미 준이 설계했다는 옆 호텔 구경을 갔다. 우리가 묵은 호텔과 같은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호텔인데, 근처에 같은 계열사의 호텔이 3개이고 이 호텔이 가장 고급이라길래 구경.

고급 호텔이라지만, 객실수가 적고 1층으로만 되어 있어, 외관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너무 적막한 느낌. 가볍게 둘러보고 나왔다.

 

다음은 또다른 계열 호텔 근처에 있는 포도 뮤지엄. 우리가 묵은 호텔 투숙객도 할인해준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라는 제목으로 디아스포라와 마이너리티들을 주제로 한 전시라고 한다.

 

디아스포라라고는 하지만,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이런 작품들은 오히려 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어릴 때 공항에서 보던 비행기 출발과 도착을 알리던 디스플레이가 향수를 자극하지만, 여기 나오는 메시지들은 실제 여러 상황에 처한 디아스포라들이 남긴 말들이라고. 나에게 어릴적 공항은 비행기타러 가는 곳이 아니라, 주로 외가 친척들 배웅을 위해 나갔던 곳이다. 대학교 3학년때 배낭여행 전까지 제주도 한번 못가봐서, 출국 게이트 너머는 외국만큼이나 미지의 공간이었다. 그때 보던 저 디스플레이에 촤르르 넘어가며 글자를 보여주던 그 경쾌한 소리까지 재현되어 묘한 감상에 빠지게 한다.

 

작품수가 많지는 않아도 나름 꽤 큰 규모의 작품들이 많다.

 

이런 작품들은 바로 디아스포라의 느낌이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50cm x 50cm x 50cm의 단위로 쌓여있는 이 물건들은, 필리핀 우체국에서 해외로 보낼때 세금이 면제되는 박스의 규격에 들어간 물건들이라고. 필리핀 해외 이주 노동자들에게 보내진 물건들이다.

 

한국에 거주중인 외국인들의 본국 주소와 태어난 연도가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주소터널.

 

오노요코가 깔아둔 판에 관객들이 참여하여 그려지고 있는 '채색의 바다(난민 보트)'. 애초에 흰 벽이었으나, 흰색과 푸른색으로만 제한하여도(산토리니처럼?) 관객들의 참여가 꽤나 그럴듯한 결과로 나온다.

 

우고 론디오네의 작품 3개가 연결되어 있다.

이 삐에로 마네킨들은 '고독한 단어들', 저 무지개빛 창은 '사랑이 우리를 만든다',

 

그리고 미술관 바깥에 떠 있는 '롱 라스트 해피'까지.

 

여유롭게 실내 활동을 하였으니, 점심 전에 바깥 구경도 잠시.

바다로 떨어진다는 정방폭포.

 

큰 기대는 없었는데, 바닷가에서 떨어지는 모습도 이색적이고 규모도 꽤 있어서 떨어지는 것만 보고 있어도 시원시원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발을 담그며 구경하고 있고, 외국인들도 꽤 보이고.

Kiwi는 뭐 양말도 안신고 내 크록스 뺏어신고 있어서 바로 입수, yeon과 나도 따라 양말 벗고 입수.

물가에 돌이 있으니 물수제비는 국룰.

바다 바로 근처니 물맛이 궁금하여 맛을 보았는데 안짰던 것 같다.

 

생각보다 좀더 길게 폭포에서 시원하게 머물다, 점심으로는 서귀포에서 유명하다는 김밥집을 혹시나 하고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나 문전박대(?) 당하고, 고기국수집을 찾아 갔다. 처음 먹어본 음식인데 나쁘진 않았으나, 찾아먹을 것 같지도 않다.

 

점심을 먹고 나선 체크인 시간이 되어, 세번째 숙소로 향했다. 회사에서 당첨된 숙소인데, 원래 외국인 대상 분양하려 만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리조트로 바꾸었다는 것 같다. 크기가 엄청 커서, 1층엔 넓은 거실과 주방, 2층엔 방 2개, 화장실이 총 3개다. 하지만 이제 막 생긴 리조트라 내부에 거의 아무것도 없다. -_-;;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앞마당에서 BBQ라, 일단 추가 비용 내고 BBQ 준비해달라고 하였다.

 

방에서 뒹굴거리다, 다시 나와 향한 곳은 쇠소깍.

16년 전에 처음 제주도 왔을 때 가본 곳인데, 기억에 이상한 느낌으로 남아 있는 묘한 곳이었다.

 

바다와 계곡이 만나는 지형이 특이하긴 하지만, 16년의 세월이 기억에 덧칠한 느낌의 신비로움은, 현실이 재현할 수가 없다.

 

이제는 다시 한번 기억이 새롭게 되어, 선명함은 더 천천히 풍화될 것 같다.

사진 또한 더 또렷하고.

흐릿하지만 좋았던 기억은, 그냥 그대로 남겨둬도 좋지 않나 싶다. 꼭 다시 찾아가볼 필요 없이.

 

천지연 폭포.

도심에서 늦게까지 가볼 수 있느 곳에 위치한 것은 신기하지만, 정방폭포만큼 호쾌한 맛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숙소에서 예약한 BBQ를 위해 마트에 들러 고기와 먹고 마실 것, 모기약 등을 사왔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못한 선택 중 하나가 BBQ였다. 해가 져도 무더워서 혼자 땀 뻘뻘 흘리며 모기와 싸우며 앞마당서 고기를 구워왔는데, 기껏 한우라고 사온 소고기가 맛도 별로였다. -_-;; 불멍이라도 즐길만한 날씨가 아니라면 BBQ는 안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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