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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22 : JeJu

제주 #3

by edino 2022. 9. 17.

두번째 호텔은 3인으로 예약했음에도 2인의 조식, 수영장만 포함이다.

일단 첫날은 1인분 요금을 추가하여 다 같이 조식을 먹으러 갔고, 만족도가 떨어지면 다음날엔 한 명은 뭘 사오거나 까페 가서 먹는 걸로 하려 했다. 조식은 그냥 무난했어서... 물론 평소에 그 돈 주고 그만한 아침식사 하라고 하면 안하겠지만, 오랫만에 호텔 조식이기도 하거니와, 분위기도 있으니 둘째날도 모두 같이 먹었다.

 

최근에 Kinfolk Travel이란 책을 후루룩 훑어봤는데, 기내식에 관한 글이 재미있었다.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해 요약하자면 기내식은 폄하의 대상이고 무시하는 것이 쿨한 듯한 작금의 분위기지만, 사실 기내식은 맛있고(하늘 위에서 즉석에서 내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기내식이 나오는 순간은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같은 시간이라고. 아무리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는 승객이라도, 사실 공중에 떠 있는 비행기라는 공간은 낯설고 몸과 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인데, 그곳에서 그렇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그 시간 동안은 모두가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이라고.

갑자기 기내식 고파지는 글이었다. -_-;

 

두번째 호텔의 뷰는 꽉 막힌 건 아니지만 첫번째 호텔의 바다 뷰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날 아침엔 구름과 안개가 잔뜩 끼어, 아래 사진 얼핏 보면 창에 블라인드를 반쯤 내린 듯 보인다.

 

이날의 첫번째 일정은 숙소 바로 근처 걸어갈 수 있는 본태박물관.

여기도 주변 호텔이나 방주교회처럼 건축가가 이타미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안도 타다오다.

제주에서도 외딴 곳에 일본/재일교포 건축가의 건축물들이 잘 어우러져 모여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 호텔과는 건축주도 다를 뿐더러 소송까지 갈뻔했다고. 뭐 지금은 박물관에 호텔 투숙객 할인도 있고 적당히 잘 지내는 것 같다.

 

여기도 누가 세웠나 보니, 재벌가인데.... 어쨌든 이렇게 돈 쓰는 건 좋은 일.

 

건물이 여러개로 나뉘어 있 전시관도 5개나 된다.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그중 몇 개 관은 미술관이다.

 

이 전시관에는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노란 호박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방-영혼의 광채'를 체험할 수 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앞뒤로 줄도 없고 우리 가족만 들어가서 볼 수 있었다. 거울과 빛을 이용한 작품들은 특별할 것 없는 아이디어지만, 작은 공간에서 무한한 연출이 가능해 신비롭다. 여기는 우리만 바깥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어서 더 신비로운 느낌이 배가된다. 하지만 폐소 공포도 따라와서... 더 머물러도 된다는 제안은 사양했다. -_-;

최근에 본 자하 하디드 '시작된 미래' 전시에도 이런 류의 거울+빛 작품이 있었는데, 스케일이 매우 커서 인상적이었다.

하나는 폐쇄로, 하나는 스케일로 몰입감을 준다.  

 

그밖에 제임스 터렐의 작품도 있는데 점검중이라고 당분간 관람 불가한 상태였다.

 

여러 작가들의 현대 미술 작품들이 있는 이 전시관도 나름 볼만했다.

아마도 수집품들일 것이라 기획전시 같은 통일성은 없지만, 남의 수집품을 보는 재미도 있다.

 

이번에 Frieze+KIAF에 다녀왔는데, 살짝 미술품 수집에 대한 욕구가 생기다가도... 원하는 컬렉션을 갖춘다는 건 한 개인이 할 스케일의 일은 아니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가봐도 참 이것저것 많이 모았네 싶어도, 유명 외국 작가의 작품 컬렉션은 과거 제국들의 미술관들에 비하면 참으로 '소박하다'. 그러니 돈을 아무리 많이 벌고 미술품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사고 싶은 건 늘어나기만 할 것이 뻔한 미술품 컬렉션은 시작도 안하는 것이 현명하겠으나... 이번에 이건희 컬렉션에서 본 피카소 도자기 같은 건 꽤나 마음에 들어서 저런 건 얼마나 하려나 싶다. 하나 사서 거기다 안주를 담아 와인을 마시면 좋을 것 같단 말이지... ㅎㅎ

 

꽤 내륙이고 높지 않은 미술관 건물이지만,  어느 정도 고도도 있고, 주변에 가리는 것이 없어 산방산과 바다까지 보인다.

 

건물들끼리 연결된 구조가 직관적이지는 않아서, 여기가 어디서 어디로 이어지는 곳인지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박물관에 있는 안도 타다오 '명상의 방'도 미로처럼 들어가게 되어 있었는데, 차례대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특징인가 싶다.

 

여기엔 비로소 미술관 아닌 박물관 다운 수집품들이 있다.

옛날 할머니 집에서 쓰던 것 같은 베개를 잔뜩 쌓아둔 것도 재미있었다.

 

이 연못은 조식 먹던 호텔 식당과 공유하고 있다.

 

호텔 건물이 낮다 보니 뷰는 그냥저냥이다.

 

호텔 주변에 주요 볼거리를 다 보면 식당이라던가 다른 볼거리들은 이제 차로 이동해야 한다.

그나마 가까운 곳에 식당 하나가 있었는데, 이미 한시 반을 넘은 시간이라 들러보았다.

 

국밥이나 비빔밥 같은 메뉴들이라 조식을 푸짐하게 먹었을 때 부담없이 먹을만한 메뉴였다.

내부에는 딱히 컨셉이 통일되지 않은 여러나라에서 온 듯한 이런저런 물건들이 장식되어 있는데, 묘하게 뭐라 말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의 통일성이 있다.

 

미술관/박물관은 Kiwi에게 그닥 관심사가 아니라, 이번엔 Kiwi의 눈높이에 맞춘 활동을 할 차례.

레이저로 서바이벌 게임을 실내에서 하는데, 꽤 규모가 크다.

8:8 정도 인원을 두팀으로 나뉘어 하는데, 그중에 처음 해보는 인원은 많지 않았다.

아무튼 설명을 듣고 20분 정도 플레이 했나, 시원한 실내에서도 땀날 정도로 뛰어다녔다. 나중에 점수로 성적이 나오긴 하는데, 워낙 정신없이 쏘고 피하고 하느라 내가 누굴 맞췄고 어디서 맞았는지 잘 알기는 힘들어 점수도 감이 없다.

나름 재미있었다.

 

Kiwi와 함께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동안, yeon은 바로 근처의 까페에 미리 자리를 잡고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아주아주 깨끗한 화이트가 컨셉인 까페.

음료 마시며 책도 좀 보며 쉬었다.

 

호텔로 돌아와 조금 쉬다 호텔 수영장에 갔는데, 이것도 2인 무료인 패키지인데 수영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사람도 꽤 있어서 Kiwi와 나 둘이만 갔다. 야외에도 노천탕 같은 게 조그맣게 있고, 온천/사우나가 꽤 크고 괜찮다.

 

저녁은 다시 차를 타고 서귀포로 가서, 이번엔 일식당에 갔다.

Bar에 자리가 있어 셋이 나란히 앉았다. 앞에서 요리하느라 연기가 엄청 난다. 

메뉴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주점 스타일인데... 차가 있어서 맥주 한잔 못했다. 이번 여행은 아직까지 금주...

 

나는 이 덮밥 같은 게 꽤 맛났었다. 나가사키 짬뽕 같은 메뉴는 비교적 평범했고.

 

차타고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잠시 걸었다.

생각보다 서귀포도 지방 읍내같은 느낌이 나는 곳도 있다.

 

호텔에 편의점도 있고 와인 파는 곳도 있어서 와인과 이것저것 사들고 와서 먹었...던 것 같다.

사진을 열심히 안찍어 벌써 기억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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