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nerary/22 : JeJu

제주 #2

by edino 2022. 9. 1.

제주에서의 온전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조식은 호텔에서 나오는데, 굳이 '세미' 조식이고 무료 제공이라고 되어 있어 기대를 한껏 낮춰놓아서, 먹을만 했다. ㅎㅎ

사실 집에서는 아침을 거의 안먹다시피 하고, 조식이 잘나온다고 해봐야 빵 두어조각 정도의 분량밖에 안먹기 때문에, 인당 2~3만원꼴로 조식이 책정이 되어 있으면 대안을 생각해보게 되는데, free나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먹는 정도(보다는 조금 낫게)로 나오면 좋다. 빵 한조각에 커피만 있으면 OK.

 

아침에 체크아웃 전에, 화순금모래해변까지 걷는 코스가 호텔에도 소개되어 있어, 산책삼아 다녀오기 위해 나섰다.

그 길이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긴 하였으나, 몇백미터 밖에 안되는 거리에 아침이라 만만하게 보고 나섰는데....

보기엔 흐리고 이래 보여도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전날 비가 와서 길도 미끄럽고, 매우 습하여 조금만 걸어도 땀은 마르질 않고, 산길이라 모기가 덤벼들고, Kiwi도 짜증내고,....

 

중간쯤이나 갔으려나, 높은 곳에 다다라 이젠 내리막이었는데, 조금만 더 가서 전망이라도 볼까 했는데 나무들 때문에 보이는 것도 없었다. 해변까지 내려갈 순 있겠으나 내려가면 다시 또 올라와야 하고.... 다들 컨디션이 순식간에 나빠져서 그냥 거기서 접고 돌아오기로. 아침부터 땀 한바가지 흘렸다.

위 사진은 화순금모래해변 아니고, 그 옆 작은 해변인데 아무도 없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아보였다.

 

체크아웃 하고 여기서 멀지 않은 용머리 해안도 들러보고 싶었지만, 날씨 등으로 오늘은 입장이 불가하다 하여 다음을 기약.

 

오늘은 제주도의 3사분면에서 실내 위주로 돌아다니는 일정인데, Kiwi 눈높이에 맞춘 일정도 필요하여 선택한 것이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다. 큰 기대는 안하였으나, 기대이상의 규모에 전시내용도 알찼다.

 

어릴때 할아버지댁 근처라 자주 갔던 국립어린이과학관(어린이 입장료 50원, 써니텐인가 오란씨인가 사먹던 기억.. ㅠㅠ)에도 이런 전투기 모형들이 야외에 있었는데, 물론 항공기는 여기가 훨씬 다양하고 항공우주 분야에 특화되어 과학적 원리를 설명해주는 부분들도 꽤나 흥미롭게 해놓아서 Kiwi도 관심을 가져줬다. (모시고 다니는 처지. -_-;;)

 

퇴역한 실제 경비행기를 가져다 둔 것 같은데, Kiwi와 Xbox로 Flight Simulator를 해보면서 컨트롤러로 조정하던 것을 여기서는 실제로 조작해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나도 이런 걸 직접 만져본 건 처음인데, 계기판은 다소 복잡해도, 기계가 돌아가는 것이 매우 단순한 아날로그식이라, 감만 익히면 조종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발로 밟고 조종간을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사람 힘 그대로 날개들에 전달된다. 자동차보다도 훨씬 단순해보이는 구조라 고장날 일도 별로 없겠다 싶고. 미국 같은 곳에 살면 취미삼아 해볼만도 하겠단 생각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제주현대미술관...인데, 차를 세우고 꽤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하필 항공우주박물관에서 나와서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데다, 가는 길도 잘 포장된 길이 아니어서 신발도 조금 젖고... 겨우 박물관 입구에 도착하니, 다음 전시 준비중이라 오늘은 전시가 없다고 한다. -_-;; 아니 이 사람들이 그럼 주차장 근처 걸어오는 입구에 지금 전시 안한다고 눈에 잘 띄게 해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만 모르고 온 것도 아니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빗길에 헛걸음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멀지 않은 분관에서는 전시중이라고 하여 가보았는데, 전시 규모가 너무 작다.

신발도 젖고 투덜대며 분관 전시는 보지도 않고 앉아있던 Kiwi 데리고 점심 먹으러 출발.

 

고등어 소바가 유명한 집이라는데, 점심 피크시간은 약간 지나서인지, 다행히 우리가 앉을 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어제 저녁에 이어서 다시 고등어. 메뉴가 종종 바뀌는 것 같은데, 우리가 갔을 때는 4가지 메뉴가 있었다. 그 중 3가지 메뉴를 시켰더니 아이 나이를 묻고는, 하나는 사이드 메뉴같은 거라, 양이 좀 작을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추가 주문해서 금방 먹을만한 시스템은 아닌 것 같아서, 메뉴에 있는 4가지를 모두 시켰다. Kiwi 어릴 때 해외 나가면 양 많은 곳 가면 2개만 시켜서 셋이 배불리 먹었었는데, 이젠 나보다 더 먹기도 하니 3인분은 기본이고 추가도 필요할 판. 그렇다고 해도 여기 가격 대비 양은 좀 아쉽다. 대체로 맛은 다 괜찮았으나, 내 입맛엔 고등어소바가 제일 낫고, 한치카츠는 특이한 조합 같긴 해도 딱 예상되는 맛이라 다시 주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들어올 때만 해도 조금 내리던 비가 싹 그치고, 파란 하늘이 나왔다.

차를 세우는 곳이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폐교 근처라, 다시 그쪽으로 이동하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어떤 할머니가 Kiwi에게 버스 노선을 물으셨다. ㅎㅎ 꽤나 길게 말을 나누던데 무어라 대답했을지...

 

어제 차를 받을 때부터 기름이 1/4 정도였어서 일단 근처에서 주유를 하고, 체크인 시간이 되어 2~3박째의 숙소로 향했다.

 

체크인 했는데, 방 사진을 찍어둔 게 없다. 그랬더니 벌써 방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_-;;

아무튼 체크인 이후 일정도 매우 여유로와서, 일단은 방에서 뒹굴거리다 여기 방주교회에 들렀다 저녁을 먹는 게 전부다.

우리는 차를 가지고 갔지만, 걸어서도 갈만한 거리다.

 

딱히 규모를 예상한 건 아니지만 아주 큰 건물은 아니다.

사람도 많지 않아 조용히 구경하기 좋았다.

 

이 근방에는 이타미 준이 설계한 건축물들이 많이 모여있다.

그런데 호텔이나 박물관 등등은 건축주가 분명하나, 이런 곳에 유명 건축가에게 의뢰한 교회라니? 여의도나 서초동의 모 교회들처럼 돈을 많이 벌어서 교회가 건물을 짓는 것은 많이 봐왔으나, 신도도 많지 않을 것 같은 이런 교회가 어떻게 지어질 수 있었을까 싶어 궁금하여 찾아보니, 어떤 기업가가 땅과 돈을 출연하여 재단을 만들고 지었다고 한다. 2009년에 지어졌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몇년 전까지도 재단과 목사+교인들 간에 갈등들도 있었던 모양. 지금은 잘 해결이 된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근방의 호텔이나 다른 건물들은 건축주가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이타미 준의 건축물들이 이렇게 가까이 위치한 것인지 궁금.

 

교회 주차장 건너에 까페가 있다.

 

꽤 널찍하고 우리가 갔을 때는 닫을 때가 머지 않아 사람도 많지 않았다.

교회와 사이에는 주차장이 있어서 교회 뷰 보다는 산방산과 바다로 난 창의 뷰가 더 황홀하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숙소로 들어가 휴식. 한 것도 없지만 컨셉에 맞게 휴식.

 

방에서 뒹굴거리다보니 저녁시간도 꽤 깊었다.

가려고 점찍어둔 곳은 있었지만 예약도 안했고 그냥 조금 늦게 가면 되려니 했는데, 인터넷 찾아보니 라스트 오더가 얼마 안남았다. 전화를 해보니 빨리 오면 주문 가능하고 자리도 있다 하여 차로 10분 거리를 달려 하나 남은 자리에 앉아 마지막 주문 성공. 어제부터 점심 피크시간을 약간 지나서 오니 극성수기에 나름 맛집인 것 같아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고기를 내주고 구워먹는게 아니라, 항아리에서 다 구워서 나오는 시스템이라, 시간이 꽤 걸린다.

Kiwi가 많이 먹으니 3인분도 부족하면 어쩌나 하였지만, 다행히 딱 적당히 먹을만한 양이었다.

 

이 식당은 이름(제주 방언으로 '숨겨진'이란 뜻)처럼 한적한 곳에 있다. 우리 숙소도 외진데 이곳도 외져서, 오는 길은 무척 한적하다. 그나마 이 식당 주변에 집들은 몇채 모여 있긴 했지만, 가게는 거의 홀로 있다.  가게 주인의 집이 붙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사람들이 알아서 잘들 찾아온다. 왔을 땐 가득 차있었는데, 우리가 마지막에 나가게 되었다.

 

그 한적한 길에 안개까지 짙게 끼어, 이런 호러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로등도 없어 라이트만 끄면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가시거리까지 짧으니 뭐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길도 좁았지만 뭐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여정.

 

두번째 밤은 이렇게 종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