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여행 블로그인 본 블로그의 메인인 itinerary 카테고리에도 COVID19이 상흔이 짙게 남아 있다.
'09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던 리스트가 2년간이나 비어 있다.
올해는 그래도 해외여행이 불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COVID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미리 예약하기가 어려웠다. Kiwi군이 영국에 가보고 싶다 하여 좀 알아보긴 했으나, 한두달 뒤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해외로 가는 건 좀더 미루고, 올해 여름엔 제주도를 가보기로 하였다.
제주를 자주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 가족은 그만한 시간이 나면 가까운 아시아라도 가는 경우가 많았어서, 나는 이번이 두번째이다. Kiwi도 제주 두번째이긴 하지만, 외사촌이 제주 한달살이 할 때 엄마랑만 다녀온 거라, 우리 가족이 같이 가는 건 처음이다.
제주 여행을 itinerary 카테고리에 별도로 만드는게 맞나 생각되기도 했는데, 이번 여행은 보통의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의 중간쯤 되는 느낌이어서, 별도로 만들기로. 일단 공항을 가고, 비행기를 타고, 렌트를 하니 해외여행 같은 느낌이지만, 미리 계획도 거의 안짜고 게으르게 보낸 건 해외여행(휴양지 제외) 느낌과 다르다. 이번 여행은 휴식에 좀더 방점을 찍었다. 6일을 가지만, 첫날과 마지막날 비행기 시간부터 여유가 있어서, 4.5일 정도의 느낌이다.
정말 오랫만에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를 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매우 커서 놀랐다. 중국이나 일본 갈 때 종종 이용하던 국제선 청사와는 규모 차이가 엄청났다. 작년 3월에 텅빈 인천공항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공항에 많은 인파를 보니 코로나는 이제 더불어 사는 게 실감난다.
짧은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내려 셔틀을 타고 렌트카를 찾기까지 과정은 정말 해외여행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 업체 특징인지, 요새는 외국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기름 눈금은 1/8쯤 차있었는데 모자라면 더내고 남으면 돌려주는 식으로 정산한다고 한다. 남는 건 돈으로 돌려준다고 하는 건 처음 들었다. 물론 아무래도 더 내는 기름값은 비싸고 돌려주는 기름값은 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가급적 최대한 받은 상태로 돌려주는게 좋을 것 같다.
극성수기라 꽤 비싸게 렌트했는데, 집에서 타는 차와 비슷한 크기의 SUV다. 다만 신식이라 우리 차에는 없는 후방카메라도 있다. 이번 여행 내내 후방카메라에는 결국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는데, 돌아와서 우리차에 없으니 허전하다. -_-; 게다가 매번 느끼지만, 다른 차 타다 우리차 몰면 핸들이 정말정말 무겁다. 평소엔 묵직한게 좋지라며 타다가도, 다른 차 타다 우리 차 몰면 힘들다. -_-; 해외에서처럼, 제주에서도 렌트카에 짐을 싣는 순간 마음에 어떤 평화가 찾아온다. 먼 타지에서 어쨌거나 우리만의 공간이 주어지는 셈이니. 물론 바로 낯선 환경에서 운전하는 긴장도 주어지지만.
회사에서 당첨되어 싸게 갈 수 있는 숙소가 있는데 2박 뿐이라, 앞에 3박을 다른 곳으로 잡아야 했다. 왠만하면 3박은 한군데서 하려 했지만, 가려고 결정한 호텔이 또 첫날은 만실이라, 어쩔 수 없이 숙소가 3곳이 되었다. 가기 힘든 외국이었다면 5박6일 정도라면 제주도 정도 크기는 한바퀴 돌고도 남았겠지만, 언제든 올 수 있고 휴식이 중요했으므로, 숙소는 모두 남쪽. 제주도 반을 잘라 주로 남쪽에만 머물 예정이었다.
낮 비행기라 점심은 김포공항에서 먹었고, 추천을 받았거나 찾아보다 가고 싶었던 곳 중에 제주시에 있는 노형슈퍼마켙을 먼저 들렀다. 제주 북쪽에서 들른 곳은 이곳 뿐이다.
미리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고 추천 받은 데 중에 북쪽에 있길래 그냥 갔다. 전시장 입구에 카페같은 곳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일단 마시고 입장했다.
전에 서울서 가본 팀랩 전시와 비슷한 류랄까. 찾아보니 제주에 이런 미디어아트 비슷한 것들이 꽤 많으니, 그중에 하나쯤은 가볼만 할 듯. 미술관/박물관을 별로 안좋아하는 Kiwi도 꽤 흥미있게 구경했다.
특히 이 방은 스케일이 꽤 컸다.
대충 보면 금방 둘러보고 나올 수도 있고, 그냥 앉아서 멍때리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화면도 다채롭게 바뀐다. 다만 몰입감은 좀 떨어진다.
남은 오늘의 일정은 이제 숙소에 체크인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것이 전부다.
휴식에 방점이 찍힌 여행이므로, 숙소가 중요한 편이다. 눈을 낮추기는 어려우니, 왠만하면 여행 동안 숙소가 점점 좋아지도록, 첫날 숙소가 가장 싼 곳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뷰는 여기가 단연 제일 좋았다. 나는 처음 본 것 같은 산방산에서 가까운데, 산방산은 보기 꽤 신비롭다.
태풍이 막 지나간 제주인데, 구름이 꽤 짙다.
저녁으로 정한 곳도 추천받은 곳 중에 하나, 모슬포항에 있다.
마침 해가 지는데 노을 색이 제주는 다르다 싶었다.
여행 내내 구름이 많았음에도, 제주는 색감이 다르달까. 뭐 하와이만큼 쨍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하늘도 공기도 생기가 느껴지는 색감.
추천받은 곳으로 갔는데 워낙 유명한데라 벌써 오늘치 다 팔았댄다.
근처에도 나름 비교되는 곳이 있어 갔는데 다행히 자리도 있었고.
당연히 전문인 고등어회를 시켜먹었는데, 고등어회 처음 먹어보는 Kiwi와 yeon도 맛있게 잘 먹었다.
난 회사 근처 나름 고등어회로 유망한 집 몇번 가봐서 먹어본 적 있으나, 여기가 훨씬 맛있다.
첫 식사 선정 스타트가 좋았는데, 사실 여기가 이번 여행 중 우리가족 만장일치 best. ㅎㅎ
해가 좀더 지고 있다.
바다 구경 하면서 사진도 찍고 하다, 다시 차를 타고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쉬엄쉬엄에 걸맞게, 미러리스도 가지고는 갔으나 몇장 찍지 않고 대부분 폰카다.
숙소 돌아와서는 백업해주고 오기가 더 애매해서 달고 온 일이 있어서, 노트북으로 한시간 정도씩 일을 했다.
끝내고는 다음날의 일정 짜기. 항공, 렌트, 숙소 정하고는 거의 알아본게 없다.
예전에 해외 갈때 종종 쓰던 일정용 앱이 wishbeen인데, 다행히 잘 살아 있어서 이번에도 잘 썼다.
밥집 알아볼 땐 tripadvisor가 아니라 네이버, 네비는 Google map이 아니라 T map인 건 다르고. ㅎㅎ
여유로운 여행 1일차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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