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초음파 찍었을 때 사진이니까 벌써 두달 전의 사진이다.
어찌나 낯을 가리는지 얼굴 보여준 장면은 아주 잠깐 있었는데,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두 손 사진으로 대체.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같기를 바라는 때는 아마 건강히 잘 태어날 때까지 뿐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Kiwi는 그런 단계다.
그래도 지금 시점에서 하나 더 바라면, 엄마 괴롭히지 말고 이제 그만 좀 거꾸로 있으면 안될까??!!
별 걱정도 안끼치고 잘 자라오다, 얼마전에 병원 가보니 아직도 바로 서있다는데, 앞으로 2주 정도 안에 돌지 않으면 제왕절개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2주동안 잘 달래봐야지.
완전 계획임신(?)은 아닌지라 처음에 임신을 알았을 때에는 책도 사보고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이내 태평모드로 들어간 부모인지라... 최근까지도 육아에 대한 것도 잘 되려니 태평모드로 일관해왔는데, 이제 정말 코앞이라 슬슬 이것저것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역시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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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야 아이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기가 목표이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면 교육을 생각해야 할텐데...
요즘의 교육환경은 부모에게나 아이에게나 매우 도전적인 것 같다.
특히 사교육 문제. 나는 공부는 절대적으로 혼자서 하는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내 주위의 아이 부모들은 거의 다 이렇게 말한다.
"(사교육을) 별로 시키고 싶지 않은데 주변에서 다 난리여서 안시킬 수가 없다"
들어보면 그런가보다 싶기도 한데, 그럼 도대체 그 '난리인 주변'은 누구일까?
결국은 도드라지게 극성인 일부의 부모가 있고, 그걸 보면서 절반쯤 따라가는 엄마들은 또 그보다는 덜한 다른 누군가의 '난리인 주변'을 이루고, 그러는 것일게다.
정말 별로 시키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겠다 싶을 때는 아이들이 그걸 원할 때겠다 싶다.
더군다나 맞벌이를 하는 집의 외동이면 아이 혼자인 시간도 많을텐데, 사교육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겠다 싶다.
도대체 체육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같이 뛰어 놀 친구들도 없다니 세상이 어째 이렇게 된걸까.
심하게 유별나다는 동네의 아줌마 얘기도 아니었건만, 확실히 우리때랑 다르긴 한가보다.
중학교까지는 그래도 수업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의 주업은 노는 것이어야 하지 않나? 교육열 높다는 동네에서 학교를 다녔어도, 되돌아보면 중학교까지는 친구들과 축구, 농구, 오락실, 영화, 음악 따위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말이다. 내가 초등학교때까지 배워본 것이라곤 피아노, 미술학원, 수영이 전부이다. 그것도 저학년때 매우 어정쩡한 수준까지만. 고학년 올라가면서 친구들이 이런저런 학원을 가면 나도 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안가는 친구들도 많았으므로 그녀석 학원 간 사이 다른 친구들과 놀면 그만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름 팔자좋던 시절이었다.
초등학교때야 말할 것도 없고, 수업시간 끝나면 손도 안쓰고 담장을 휘릭 넘어 오락실로 뛰어가 2인용 WWF 게임을 하던 중학교 1학년때. 물론 프로레슬링은 게임에서 끝나지 않고 곧잘 교실을 링으로 연장되었다. 가끔 이종격투기로 변질되기도 하였지만. 여름방학이면 극장에서만 10편 넘게 영화를 보고, 친구들끼리 말도 안되는 영화 시나리오 쓰던 때가 중2때였나? 중3때는 축구, 농구로도 모자라 미식축구까지 섭렵하던 에너지 덩어리 시절이었다. 고1때는 맞벌이 부모를 둔 친구네 매일같이 공포영화 비디오 따위를 빌려 가서 보곤 했다. 영화잡지를 나눠 사서 좋아하는 여배우 사진들을 맞교환하기도 했고. (당시 위노나 라이더를 좋아하던 나는, 제니퍼 코넬리를 좋아하던 친구는 이해가 갔으나, 린다 해밀턴을 좋아하던 친구는 여전히 이해가 잘 안된다.) 고2때는 지금도 자주 만나는 녀석들과 주로 농구하고, 시험이라도 끝나면 주로 극장가서 영화보고, 시내에 큰 레코드 가게 구경가고 했던 것 같다. 전영혁처럼 목소리도 음산하던, 프로그레시브 음악에 일가견이 있던 친구도 이때 같은 반이었던가? 그래도 고3때는 어울리던 녀석들과 만날 술마시고 당구치러 다니고 그러진 않아서 그녀석들 재수 삼수할때 대학 한번에 가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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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등학교 때는 학원들도 꽤 다니긴 한 것 같다. 고1때 다니던 영어학원 선생님은 지금 생각해도 꽤 괜찮은 사람 같았어서, 다른 건 몰라도 Poe의 시 Annabel Lee만은 꼭 외워서 연애할때 써먹으라 하시던 분. 지금 생각하면 본고사에 영어만 봤어도 내가 고3 때 영어를 놓지도 않았을 거고,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영어 실력이 좀더 늘어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미니 스커트를 즐겨입는 서글서글한 성격의 학원 누나를 보러 친구들과 단과학원 다니던 생각도 나고.. 뭐 이때는 뭘 배웠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고2때는 친구랑 수학 과외도 억지로 받아봤지만, 돈은 돈대로 쓰면서 수학도 잘하는 애를 왜 억지로 시키셨나 모르겠다. 돈만 밝히고 배울 것 없던 선생이었다. 고3때는 논술 학원 다니면서 좀 우울하게 생긴 선생께 칭찬 받던 생각도 나는군. ㅋㅋ 요즘은 왜 그때처럼 칭찬받을 일이 없나 모르겠다. -_-; 고3때 수학 학원을 친구들과 다니긴 다녔어도 솔직히 본고사 수학공부를 재미있어서 혼자서 했지 그다지 배울 게 있지는 않았다.
내가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나랑 꽤 오랜 기간 호흡 잘 맞았던 아이들은 사실 오히려 내 도움이 없었어도 잘 할 아이들이었다. 방에 HOT의 토니 안 사진을 잔뜩 붙여뒀던, '쟤가 잘 생긴건가?'라는 내 한마디에 꿍해지더니, 다음달 바로 나를 잘라버린 그 우울한 여고생은 아마 누굴 선생으로 붙여줬어도 공부로는 빛을 못봤을 것이다. 툭하면 선생이랑 놀 생각만 하는 말썽쟁이 중학생 두녀석들은 집에 돈들이 있어뵈서 별 죄책감 없이 장단 맞춰 놀아주던 기억도 나고.
뭐 이런저런 사교육 경험들이 있어서 사교육을 별로 안믿는 것이지, 막연한 거부감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신문에 났던 메가스터디 대표의 인터뷰는 꽤 인상적이었다.
http://news.nate.com/view/20090422n0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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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결국은 그런거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열정이고, 그걸 쏟을 수 있는 기질을 돋워주고 쏟을 만한 대상을 찾게 도와주는 것.
그 이상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교육이란 건 없지 않을까.
그런 방법론이 선행학습이나 조기교육 등의 사교육은 아닌 것 같고.
나는 Kiwi가 꼭 남들 가는 길로 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성인이 될 때까지 꼭 해야 하는 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일 게다.
그런 게 생기고 그걸 하기 위해서 학위가 필요하다면 그때 하는 공부는 남다르지 않을까.
사실 이게 더 아이에게 과한 기대를 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냥 별 꿈도 없고 특별히 재밌는 것도 없는 것이 대부분의 아이들일테고, 공부나 열심히 해서 비교적 안정된 직장이라도 잡는 것도 뭐 쉬운 일만은 아니다.
어찌보면 여느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못한 것을 아이에게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선택이 가능했던 순간마다 주어진 여러 옵션 중에 객관적인 이득을 가장 많이 취하는 식의 선택은 결국 좀 덜 재미있는 삶으로 귀결되지 않나 싶어서. 처음부터 목표만을 향한 도전이 있고, 선택은 그것을 향한 것 뿐이라면 좀 더 재미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도 뭐 결국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일 뿐일 수도 있다. 실제로 한때 희망사항이기도 했던 영화감독의 길도, 실제 그 길을 걷는 친구의 얘기에 시도의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었으니까. (중학교때 같이 시나리오도 쓰고 했던 그 친구는 내 입사 첫해 연봉을 묻더니 '그냥 그 회사 열심히 다녀'라고 진심으로 얘기했다.)
어쨌든 Kiwi가 이런 점들을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
다른 어떤 것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더 가득 찬 삶을 살기 위해서만 노력할 것.
또한 나에게 다짐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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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얘기가 너~무 나갔다.
내년까지만 생각해도 어떻게 키울지 골치가 아파오는데.
당장은 물구나무서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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