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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9 : Croatia

Zagreb #2

by edino 2019. 12. 17.

드디어 크로아티아 여행 마지막! ㅋㅋ

 

보통은 호텔 조식이란게 메뉴가 빤하니 며칠 연속으로 먹으면 물리기도 하는데, 이번 여행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호텔 조식을 먹으니 만족도가 높다. ㅋㅋ

오늘은 Zagreb의 신시가 쪽으로 먼저 이동.

 

먼저 다다른 곳은 국립극장.

노란 건물색이 특이하나,

 

왜인지 가는 주변에 비슷한 노란색의 건물들이 꽤 있다.

 

신시가에는 여러 블럭에 걸쳐 길게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토미슬라브 광장.

900년경의 크로아티아 통일왕조 첫번째 왕이라는 토미슬라브의 동상이 멀리 보이는데, 저기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 바로 앞이 Zagreb 중앙역이지만, 기차 탈 일은 없었고.

 

광장에서 반대편에는 Art Pavilion.

건물 앞에 나무들이 재미있게 생겼다.

다시 북쪽으로 구시가쪽으로는 계속 공원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음악이 나오면서, 바닥에 춤 스텝이 그려져있는 곳에 오니 사람들이 이러고 논다. 재미있는 아이디어. 그런데 이것만 보고 춤을 추기는 어렵다. ㅋㅋ

 

그리 빽빽하진 않아도 커다란 나무들이 눈에 띈다.

다시 구시가에 자그레브 대성당. 성당 앞에서 옛 군인 복장과 민간인 복장의 사람들이 간단한 퍼포먼스를 했다.

오늘은 내부도 들어가 보았는데, 규모가 상당하다.

성당안에 대주교의 관도 있는데, 그때는 누구인지 몰랐으나 찾아보니 그리 오래된 인물은 아니다.

관 속의 주인공은 알로지제 스테피나츠. 8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이 오래된 성당에 1960년에 죽은 젊은(?) 주교가 이렇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다소 의아하여 좀더 찾아보았다. 사연은 유고 내전의 역사만큼이나 간단하지 않다.

 

2차 세계대전 초반, 스테피나츠가 히틀러와 크로아티아의 파시스트 집단 우스타샤에게 동조하는 입장을 가졌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에게 세르비아인 학살에 주도적인 책임이 있는가는 판단하기 어려우나, 적지 않은 책임은 있다고 보여진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2차 대전 말기에는 그가 우스타샤에 반대하고, 유대인뿐 아니라 세르비아인들도 나찌와 우스타샤로부터 구하려 애를 썼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공산주의와는 내내 적대적인 관계였고. 티토 집권 이후 그는 우스타샤와 협력한 죄로 재판과 형을 받았다. 티토 사후, 그리고 크로아티아 독립 이후 그는 다시 크로아티아의 영웅이자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과연 크로아티아인들은 그가 우스타샤에 협력한 사실을 포함하여 그를 숭배하는 것일까. 아니면 학살에는 책임이 없고 오히려 2차 대전에 세르비아인들도 도운 성인으로 생각하는 걸까?

 

우스타샤의 만행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민족도 같고, 단지 종교가 (가톨릭과 세례도 호환되는) 정교회일 뿐인데 나찌조차 진저리 칠 만큼 잔인했다고 한다. (물론 생각해보면 세상에 이해가 되는 학살은 없기는 하다.) 세르비아에도 체트니크가 있고 그들도 크로아티아인들을 학살했지만, 적어도 2차 대전 시기 이후로만 보면 유고내전까지 포함해도 지금의 크로아티아 지역에 사는 크로아티아인들은 가해자에 더 가까운 집단으로 보인다.

 

지금의 크로아티아인들의 주된 정서는 어떤 것일까? 우스타샤까지도 '자랑스러운' 크로아티아의 역사로 생각할까? 그렇다면 우스타샤의 만행은 과장되어 알려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들에게 티토는 어떤 인물일까. 이승만/박정희, 제주 4.3/광주 5.18처럼 사람들마다 보는 관점이 크게 다른걸까?

그들의 생각을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짧은 여행에서 느낀 바로는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종종 느끼는 것처럼) 가해자들도 자신들이 받은 피해에만 훨씬 민감한 것처럼 보여진다. 받은 피해를 잊지 않겠다고 기념하는 것은 보았어도, 저지른 만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기념하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아무튼 스테피나츠에 대해서는 여행 책자나 블로그에서 단편적인 정보만 보다 보면 일방적으로 크로아티아의 입장에서만 써있는 경우도 많다. 뭐 가톨릭계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추기경 일행도 '17년 발칸반도 지역을 돌아보면서 가톨릭이 당한 박해와 피해만 기억하고 기도했다.

 

불편한 마음이 생길까봐 미리 역사를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던 건, 쉬고 즐기고자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잘한 일. -_-;

 

어제 밤에는 이미 닫아서 못본 돌라츠 시장. 과일과 채소들이 많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듯한 공산품들도 판다.

 

돌라츠 시장에서 계단을 하나 내려오면 이렇게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꽃을 파는 시장이 나온다.

거기서 또 조금 걸으면 어제도 지나치다 봤던, 매우 짧은 funicular가 나온다. 66m를 1분 동안 오른다는데, 이걸 탈 일이 있을까 했지만, 운행시간까지 많이 남지 않았고, 가격도 워낙 싸고, 잔돈도 있고, 오르막을 올라주니 재미로 타보았다.

위에 올라가서 내리면 로트르슈차크 탑 바로 앞이고, 이런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그 바로 근처에 있는 박물관에 가려는 길이지만, 어제 봤던 성 마르크 성당에도 다시 가보았다. 마녀를 심판했던 자리가 앞에 있다고 하여 다시 봤는데, 특별히 안내문도 없었다.

낮에 오니 어제 닫았던 곳들에 다 들어가볼 수 있었다. 성 마르크 성당의 내부는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금빛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그보다 더 좋았던 건, 때마침 울려퍼지고 있던 파이프오르간 연주. 미사 시간도 아닌데 실내를 가득 채우는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성 마르크 성당 앞,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이 재미있게 나왔다.

시간이 되면 갈까 했던 곳인데, 시간은 많이 남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실연 박물관.

컨셉의 승리라고 할만하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보내온 헤어진 인연의 흔적과 사연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영어로는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라서, 반드시 실연의 사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표를 살 때 전시물들에 대한 설명이 있는 책자를 빌려주는데, 한글판도 있다! 덕분에 Kiwi도 한권 빌려 책자와 전시물들을 돌아보는데, 평소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라면 질색하는 타입이었는데, 꽤나 집중해서 관람하였다.

 

전시물들과 사연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스카이다이빙 강사와 제자로 만나 연인이 되었으나, 강사가 사고로 죽고 그의 슈트를 보내온 사람도 있었는데, 아주 평범한(?) 사연에 속한다. 또 생각나는 어떤 사연을 보내온 이는 자신이 미성년자일 때부터 성인인 상대와 성적인 관계를 가져왔고, 만남과 헤어짐을 계속 반복해 왔으며, 자신이 주체적으로 그를 만나왔던 것인지 그것이 성적인 착취였는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한국, 일본 등에서 보내온 사연도 있었는데, 한국에서 보내온 사연 중 하나는 헤어짐과 별로 관계가 없어서 이 박물관과 좀 안어울리는 듯한 느낌? 위 오른쪽의 전시물은 웨딩드레스였는데, 이태리에서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속아 결혼했다가 금방 헤어진 여자가 보내온 것.

위의 문을 보내온 사람은 자식이 전쟁인가로 죽었고, 그 자식의 방문에 친구들이 그를 기리며 남긴 글들이 남겨져 있다.

달마티아 지방을 계속 다니면서도 보지 못했던 달마시안 강아지를 이 박물관에서 처음 보았다.

 

규모에 비해 '읽을' 것이 많아, 상세히 보려면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museum이다.

이런 사연들은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같은 컨셉으로 세상 여러곳에, 심지어는 온라인에 만들어도 흥미로울 것 같지만, 이 museum은 유일함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전시물들이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도 궁금하긴 하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왔다.

주변에 작은 공원이 있는데 조용하다.

 

공원에서 아래가 내려다보이고, 옆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Funicular를 타고 올라왔지만, 내려갈땐 천천히 완만한 내리막으로 걸어 내려갔다.

 

Zagreb에서 마지막 식사. 적당히 분위기 보고 들어간 집인데 관광객들보다는 현지 가족들 위주로 많이 찾아오는 듯한 식당. 내부에 마차가 인테리어로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왼쪽이 참치 스테이크였나, 가운데는 무슨 스튜, 오른쪽은 오징어 튀김 같은 것. 빵과 치즈같은 것도 곁들여져 나와 셋이 먹기에 양이 많았다. 맛은 무난하고 식당 분위기에 비하면 비싸지 않았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고, 이번에도 Uber를 타고 공항으로.

Zagreb 공항의 출국하는 곳은 내렸을 때와 다른 모습.

시간 여유가 있어 면세점에서 크로아티아 와인을 구경하다 맛이 괜찮았던 posip 와인을 골랐는데, 면세점의 직원인 한 아주머니가 지나가면서 내가 고른 바로 옆의 와인을 가리키며 한마디 한다. "This is the best posip." 그리고는 더이상 권함도 없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뭐지 이건? 게다가 그 와인은 라벨이 온통 하얀 백지에 좌상단에만 아주 작게 요철로 와인이름과 vintage가 적혀있다. ZA INSPIRACIJU, Stina 2018, posip. 그 직원과 와인 라벨의 force에 홀려 그 와인을 두병 살 수 밖에 없었다. ㅋㅋㅋ

(찾아보니 https://winefromcroatia.com/current-releases/posip/)

 

그리하여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잘 돌아왔고, posip은 벌써 두병을 다 맛있게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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