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것저것 관심사들이 늘어나면서, 회사 도서관에 나온 신간들에 예약 걸어놓은 것들이 꽤 많다.
그래서 일주일에 2,3권씩 돌아오는 경우도 흔하다.
게다가 대충 훑어보려던 책들에도 발목을 꽤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책 볼 시간이 부족하면서도, 보는 것이 좋다.
지난 주말엔 yeon과 Kiwi가 Kiwi 친구 및 엄마들과 1박 놀러가는 바람에 혼자 보냈는데, 오랫만에 낮에 까페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으려니 좋더군. 가을이다 이건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어차피 비망록에 가까운 용도인 블로그도 최대한 간단하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렇게 줏대없고 귀가 얇은가 싶었다. ㅋㅋ
긴축 책에 고개를 끄덕거린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책 보면서는 미래를 보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짜보겠다고 결심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이 책에 솔깃해서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대비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겐지. ㅋㅋㅋ
요즘 미국에 장사속 물씬 풍기는 저자들이 쓴 책을 내리 3권 읽었더니 빤한 장사속에도 무뎌진건가? (앞의 2권은 영양에 관한 책들이었는데, 한명은 결국 자기가 브랜딩한 커피를 온라인으로 팔고, 한명은 아예 건강 관련 유투버다. 처음엔 꽤 흥미로왔으나 둘다 너무 본인 몸에 맞는 얘기만 해서 별로 얻은 소득은 없는 편.)
아무튼 해리 덴트도 장사속 물씬이다. 선대인 씨랑 비슷한 과이려나, 주구장창 폭락론에 계속 시기를 바꾸고, 그걸로 먹고 사는 점은 같다. 해리 덴트가 한 술 더 뜨는 건 책 제목부터 드러난다. The sale of Lifetime이라니, 참으로 노골적이다. 대놓고 자기 책 보고, 뉴스레터 구독해서 곧 올 폭락에 대비해 현금 확보했다가 자산들이 폭락할때 사서 한몫 잡자는 얘길 반복한다.
중간에 경제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주기 중에 본인이 발견한 '태양 흑점 주기'를 언급할 땐 빵 터지면서 덮을 뻔도 했는데, 계속 진지하게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 다 아는데 그래도 자기는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믿기 때문에 꿋꿋하게 넣었다고 하니, 계속 볼 수 밖에 없었다. ㅋㅋㅋ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종종 그러하듯, 해리 덴트의 주장도 심플하다. 대략 요약하면 이러하다.
경제에는 여러 주기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분포에 따른 세대 소비 규모에 따른 주기다. 평균 40대 중후반에 사람들은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데, 역사상 가장 큰 인구 집단인 베이비 부머들이 소비가 급감하면서 불황은 찾아올 수 밖에 없다. 예전에는 이 주기가 더 짧았는데, 수명이 늘어나고 미국의 경우 이민 등까지 고려하면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 때가 그때였다. 그런데 연준과 전세계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로 버블을 더 키우고 말았다. 이제 부채 수준은 한계에 다달았고, 곧 닥칠 다음번 불황에 연준과 중앙은행들이 쓸 카드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사실 해리 덴트가 주장하는 각종 주기와 그래프들이 어떻게 계산되었고 보정하였으며 data들이 맞는지는 굳이 확인해보지 않았다. 그럴 필요까진 없는 것이, 예측이 안맞는다면 그는 또 보정할 변수들을 찾아낼 테니까. 예전 그래프와 지금 그래프를 놀랄만치 유사하게 그려 주기를 주장하는 어떤 그림에는 흔한 스케일 조작도 쓴게 보여서 여러모로 순수하지 않게 보인다.
그럼에도 쉽게 책을 못덮은 이유는 내가 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과의 유사성 때문일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생각보다 쉽게 넘어갔다. 정말 본격적인 거품은 꺼지지 않고 덮어둔 건 아닐까? 제로금리, 심지어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비상에 가까운 처방을 그렇게 오래 유지해도 될까? 그렇게 해서 올라가는 주가가 정말 거품이 아닐까? 다시 위기가 왔을 때, 현재 금리 수준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있을까?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혁신이란 이름 하에 부의 독점은 더해가는데 그걸 장밋빛으로 꾸민 말이 4차산업혁명이란 말은 아닐까? 우리나라만의 문제 같았던 대학 등록비, 교육비의 증가는 미국도 만만치 않았다.
상당 부분 할애한 중국에 대한 우려는 이미 여러 경제전문가들도 했던 우려이다. 중국은 과연 이 복잡한 경제를 그렇게 효율적으로 다룰 능력이 있는 걸까? 훨씬 정부 통제력이 강한 중국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곪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이 발표하는 숫자는 믿을 수 있을까?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값을 거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당장 우리나라의 주기 얘기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인구에 관한한 확실히 불안요소는 더 많고, 무엇보다 미국이 흔들리면 중국은 중병을 앓을 것 같고, 우리나라는 그로 인해 재앙이 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싸드 때문에 중국 의존도가 줄어든 건 그때 되면 미약하나마 백신일 수도 있다.)
사실 올해초부터 내 전망도 좀 부정적이어서, 올해는 매도한 것이 훨씬 많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올해 들어 지수가 꽤 올랐어도 내가 포지션이 거의 없는 반도체를 빼면 미미하다. 몇년째 갇힌 박스권, 우리나라 개별주식 주가에 큰 거품은 없어보이긴 하지만, 미국과 중국에 수출 의존도가 문제다. 불황이 현실화되면 거품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게 된다.
해리 덴트가 불황에 제시하는 대안은 상식적이다.
그나마 달러, 국채, 우량채권. 왠만하면 주식 공매도는 하지 말고.
안전자산 하면 금이 떠올랐는데 해리 덴트가 디플레이션이지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안오니까 금 사둘 생각은 말라고 한다. 그럼 비트코인은 어떨까?
간단히 쓴댔다 길어졌네.
아무튼 이리저리 계속 관찰하고 생각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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