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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reading

나인 :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

by edino 2017. 10. 6.


4차산업혁명 얘기 따위를 줄줄 할 것 같은 진부해보이는 책이라 안볼까 하다가, 목차 보고 한두시간 훑어나 봐야겠다고 빌린 책인데, 의외로 거의 정독을 하였다. 도입부에 인상적인 이야기 때문인데, 기술이 나와도 그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례로 설명한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의 영화(영상?)를 상영하였으나, 1900년에 그들은 "영화는 미래가 없는 발명품"이라며 영화 사업을 그만둔다. 책 표현을 빌면 영화라는 '기술'은 만들어졌지만, 영화라는 '매체'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1903년에야 조지 앨버트 스미스에 의해 '클로즈업'이라는 기법이 만들어지고, 요즘 기준에서 영화다운 영화('국가의 탄생')가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도 12년이 더 걸렸다.


뿐만 아니다. 전신의 발명자인 모스는 통신에서 다음번 혁신은 '전화'가 아니라 '여러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는 전신선'이라 믿었고, 벨이 발명한 전화를 '전기를 사용한 장난감'이라고 무시했다고 한다. 에디슨은 자신이 발명한 축음기를 '비즈니스맨이 서신의 내용을 구술할 수 있는 기기'라고 소개했고, 오랫동안 음악에 사용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했다. '77년에 Digital Equipment의 회장은 "개인들이 가정에 컴퓨터를 구비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고, MS의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사례들이 무척 흥미로왔다. (빌 게이츠가 640Kbytes 넘는 메모리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했다거나, 1899년 당시의 미국 특허청장이 "발명될 만한 모든 것은 이미 다 발명됐다"고 했다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들어본 바 있으나, 찾아보니 이 얘기들은 근거가 부족한 것이었다.)

사실 최근의 기술들은 오히려 그게 온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온통 소설들을 써대니 그런 기술에 대한 과소평가 사례들은 예전에나 있을만한 일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도 기술로 인해 정확히 달라질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나도 미래를 잘 못보기는 마찬가지. 아이폰을 무시했고(지금도 싫어하지만), 그래서 폭락한 노키아 주식을 살까 잠시 생각한 적도 있고, 카카오톡도 SMS가 점차 무료화되면서 시들해질거라 예상하기도 했다. -_-;;;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에 앞으로 더 유효할 것으로 여겨지는 원칙을 아홉가지로 상세하게 나눠서 설명하고는 있으나, 사실 책 내용 상당 부분이 미디어랩 자부심이고 메시지는 심플-미디어랩처럼 해라-하다. 그러니까 기존처럼 하지 말고,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고 영역구분 없이 해야 한단 얘기. 하지만 그 뒷받침을 위해 소개된 사례들은 얼마나 자의적으로 선택된 것인가. 물론 저자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라는 것에는 동의. 메시지들보다는 사례들이 훨씬 흥미로운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방식도 좀 바꿔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숫자는 좀 덜 보고, 미래에 대한 비중을 늘려야 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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