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중력가속도라니 이 무슨 제목인가, 하고 보니 배명훈의 단편집.
저질 기억력 때문에 기억나는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타워'는 재미있게 읽었고 블로깅까지 했으니, 가볍게 읽어볼까 하고 집었다가 가볍게 읽었다. 본문이 300여 페이지에 열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한두편 읽어보고 재미 없으면 집어치우기 딱 좋다. 가볍게 읽은 건 내용도 대체로는 가벼워서이다. 뭐랄까 우리나라 소설들 특유의 싸함은 있지만.
각 단편들에 대한 짧은 감상.
짧은 이야기들이다 보니 짧은 감상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유물위성
1인칭으로 이야기하는 화자가 너무 수다스럽게 느껴지지만 떠오르는 이미지에 몰입된다. 다만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들과 결말?
스마트D
데뷔작이자 이번 단편집의 제목이 될 뻔 했다는데, 키보드의 D에 관한 이런저런 설정들이 전직 프로그래머에겐 잘 와닿지 않아서인지 그냥저냥. 개인 취향이지만 이번 단편집에서 제일 별로라, 첫번째로 이걸 읽었더라면 끝까지 안읽었을지도? 여기까지 보니 이 단편집에 실릴 작품들의 스타일이 대략 그려진다.
조개를 읽어요
참신하고 재미있는 설정에 비해 이야기의 여운은 조금 아쉽다.
예언자의 겨울
두개의 이야기가 겹쳐 있는데,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었다.
티켓팅&타겟팅
조개를 읽어요 부터 예언자의 겨울, 티켓팅&타겟팅까지 바다를 배경으로 일련의 겹치는 설정들이 있다. 전혀 SF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이런 설정에 풀어놓아 오히려 잔재미가 산다.
예술과 중력가속도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과 다르게, 근래에 글을 보면서 이렇게 웃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낄낄대며 읽었다. ㅋㅋㅋ
인물들이 괴롭힘 당하는 장면들이 계속 반복되는데, 딱 계속 웃길 정도까지 반복한다. 사정없이 웃기다가, 마지막 단락을 웃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르게 맺은 건 악취미.
홈스테이
주요 사건은 조금 김빠지게 끝나지만, '라면 먹고 갈래?' 하면서 끝나는 듯한 결말이 산뜻해 마음에 든다. ㅋㅋㅋ
예비군 로봇
인생이 예비군 같은(?) 은경씨에게 어떤 능력이 숨어있어서 인공지능을 몇백년간 고뇌에 빠지게 할 수 있었을까?
'아, 저도 몰라요'
초원의 시간
짧지만 느낌 있는 타임머신 이야기.
양떼자리
아득한 느낌의, SF라기보단 별자리 설화 같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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