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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6 : Italy Swiss

Innsbruck, Seceda, Ortisei

by edino 2016. 9. 5.

일찍 잠자리에 든다고 들었지만 첫날의 시차적응은 쉽지 않았다.

모두들 새벽부터 깨어 뒤척이다, 그나마 끝까지 침대에서 버티던 내가 일어나서, 호텔 조식 시작 시간이 되자마자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 적당히 괜찮았던 아침을 먹고 인스부르크 간단히 구경하러 출발. 어머니와 나는 이전에 각자 인스부르크에 와본 적이 있지만, 20년 전에 사진도 별로 없는 곳의 기억이 뚜렷하진 않다. 다만 굉장히 좋았던 기억은 있었는데...



돌아다녀 보아도 특별히 뭐가 좋았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하긴, 20년전 그때는 유럽도 처음, 해외도 처음이었다.

나름 유명한 볼거리라는 황금지붕. 20년전엔 본 기억이 없다.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 이곳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누군가가 오스트리아 지나간다고 했을 때 인스부르크 좋다고 꼭 들르라고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정도 강도로 추천하지는 않을 듯.



중간에 비가 좀 내리기도 했다.

날이 흐려 그런지 인(Inn)강의 물이 다른 여느 강들의 물색과 비슷해 보이지만, 어쨌든 Inn강의 물 색은 여전히 묘하게 예쁘다.



다들 일찍 일어난 덕에 인스부르크 구경을 하고도 오전 이른 시간에 돌로미티로 출발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아이패드에 담아온 자료를 보면서 돌로미티 첫날 일정을 대충 짰는데, 돌로미티는 국내 여행책에는 아직 자세히 나온 책이 별로 없다. 이탈리아만 다룬 가이드북을 봐도 기껏해야 한두장 나온 것들 뿐. 가장 많은 참고가 되었던 것은 '유빙' 카페에 myway님이 올려주신 자료. 여러개의 파일로 정리한 그 자료들은 돌로미티에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그리하여 첫번째로 들른 곳은 돌로미티에서 가기로 한 곳 중 가장 북쪽인, 그래서 인스부르크에서 다른 곳 가기 전에 들르기 좋은 Santa Magdalena. 인스부르크에서 1시간20분쯤이면 간다.


해외에서 네비를 쓸 때는 어떤 지명으로 검색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myway님의 자료에는 GPS 좌표가 나와 있는 곳이 많아, 길 찾는데 더 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이 사진을 찍은 곳까지 우리는 차로 갈 수 있었는데, 겨우 한대의 차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도로가 나있을 뿐이라, 차로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모르고서는 진입하기 쉽지 않은 길이다. 반대쪽에서 차가 오면 어쩌나 싶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갔는데 다행히 들어오고 나갈때 모두 다른 차를 마주치진 않았다.


인스부르크에서 내리던 비는 멎었지만, 여전히 구름은 짙다.

저 구름이 뾰족한 봉우리들을 싹둑 가리고 있다.


날씨가 조금 더 좋으면 이런 느낌. 우리가 차를 세운 곳이 딱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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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건물이 외양간이고, 우리 차도 바로 그 옆에 세워져 있다.

산책하듯 주변을 둘러본다.

사방이 탁 트인 곳이라 걸어도 뷰가 크게 변하지는 않지만, 돌로미티에서 처음 온 곳으로 돌로미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는 충분했다.



저기서 차를 타고 5분 정도면 같은 바위들(Odle 산군)을 배경으로 한 St. Johann 교회에 갈 수 있다.



교회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이런 곳에 덩그라니 작은 교회라니 풍경화에 포인트를 넣기 위해 지은 것 같은 느낌.

실제 주변의 느낌은 확실히 사진보다 360도로 봐야 감이 온다.


https://www.google.co.kr/maps/place/St.+Johann,+39040+Villn%C3%B6%C3%9F,+Bozen,+%EC%9D%B4%ED%83%88%EB%A6%AC%EC%95%84/@46.6353676,11.7240353,3a,75y,126.64h,89.09t/data=!3m8!1e1!3m6!1s-KCIymGHKbAk%2FV7P_lxJlRGI%2FAAAAAAAALVw%2Fx7_v3LGteREWCRyTq58OYGBDhu3tuOzfACLIB!2e4!3e11!6s%2F%2Flh3.googleusercontent.com%2F-KCIymGHKbAk%2FV7P_lxJlRGI%2FAAAAAAAALVw%2Fx7_v3LGteREWCRyTq58OYGBDhu3tuOzfACLIB%2Fw203-h101-n-k-no%2F!7i8704!8i4352!4m5!3m4!1s0x4778111432d031b1:0xf0e0e32bc3588fed!8m2!3d46.6355723!4d11.7257997



어느새 알프스 소년이 된 Kiwi는 신나게 뛰고.



다시 차를 타고 40분 정도면 돌로미티 여행의 거점 마을 중 하나인 Ortisei에 도착한다.

Dolomiti Supersummer 티켓을 우선 구입. 100유로나 하지만, 3일동안 돌로미티 지역의 100여개(거의 대부분이 대상인 것 같음. 타려고 했던 것 중에 이 티켓으로 안되는 것은 없었음) 곤돌라/리프트/케이블카(이후 명칭은 리프트로 통일) 등을 거의 제한없이 탈 수 있다. 게다가 Kiwi는 만 8세 이하라 공짜. 작년 대비 많이 올랐다고는 하나, 비싸다는 느낌이 전혀 안들었다. 올라가서 본 풍경들 때문에 그렇고, 스위스와 가격이 비교되어 그렇기도 하다. 하루에 한번 정도씩 리프트를 타고 하이킹에 긴 시간을 보내는 일정이라면 개별 표를 구입하는 것이 싸겠으나, 우리처럼 리프트 위주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매우 좋은 티켓이다.



처음 올라간 곳은 Seceda.

곤돌라를 타고 Furnes에서 한번 갈아타고 정상 부근까지 간다.

돌로미티는 기대를 하고 왔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런 곳까지 힘하나 안들이고 리프트 등으로 올 수 있다니 축복이다.

등산은 영 안좋아 하지만, 이렇게 탁 트인 곳의 장관을 보며 가볍게 걷는 트래킹이라면 기꺼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구름 낀 Seceda의 모습도 신비롭지만, 날씨가 더 좋거나 눈이 왔을 땐 어떨까? 구글이 알려준다.


https://www.google.co.kr/maps/@46.5988788,11.7241345,3a,75y,237.64h,98.24t/data=!3m8!1e1!3m6!1s-87Gz8H7eghQ%2FVY-l2H3A43I%2FAAAAAAAD-kc%2FbwmtvxINmt8MFMgQbEiZS3N1z-GN2DUJQCLIB!2e4!3e11!6s%2F%2Flh5.googleusercontent.com%2F-87Gz8H7eghQ%2FVY-l2H3A43I%2FAAAAAAAD-kc%2FbwmtvxINmt8MFMgQbEiZS3N1z-GN2DUJQCLIB%2Fw203-h101-n-k-no%2F!7i9000!8i4500!5m1!1e4!6m1!1e1



트레킹 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길들임에도, 우리는 아직 가볼 곳도 많고 칠순을 앞둔 어머니와 아이도 있으니 길게 걸을 생각은 하지 않고 왔다. 30분 정도 걸으면 있는 Troier 산장이 전망이 좋다 길래, 그곳을 향해 걸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볍게 돌아오는 일정을 생각했는데... 갈 때는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 내리막길이다. 올라올 생각을 하니 좀 걱정이 되는데 어머니가 일단 가자고 하시네. 멀리 보니 Troier 산장에서 좀 더 내려가면 우리가 내려오기 시작한 곳으로 올라가는 리프트가 보였다. ticket도 있겠다 여차하면 조금만 더 내려가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면 되겠거니 하고 일단 산장으로 갔다.



멋진 뷰를 리프트 등으로 손쉽게 볼 수 있는 것 이외에, 돌로미티의 또다른 장점은 산장들이다.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멋진 풍경을 보며 잠시 들러 식사나 음료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들이다.

이탈리아 치고 맛있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제법 먹을 만한 음식들이 가격 또한 비싸지 않다.

그림같은 곳들이라, 그정도 가격이면 감사할 정도.



좀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까 보았던 좀 아래쪽에서 다시 위로 올라가는 리프트 Fermeda를 향해 출발하였다.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서 4시 즈음인데, Dolomiti Supersummer 티켓을 살 때 같이 받은 팸플릿에는 Fermeda 리프트가 오후 4시반이면 운행을 종료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조금 서둘러 내려가는데, 다가가서 보니 우리가 리프트를 타는 곳이라고 믿었던 곳은 그저 리프트가 지나가는 길에 다른 건물이 겹쳐보이는 것 뿐이었다. 실제 Fermeda 리프트를 타려면 상당히 더 내려가야 하는 상황.



Fermeda 타는 곳까지 빨리 가볼 것이냐, 아니면 되돌아가면 1시간쯤 걸리지만 왔던 길로 되돌아 한참을 올라갈 것이냐, 결정이 필요한 상황. 어머니께서는 내려올 때 패기는 온데간데 없이 못올라가시겠다고. -_-;;

최악의 경우 끝까지 걸어내려가야 하는 것까지 감안하여 대략적인 각을 재보고, 일단 계속 내려가기로 결정.



결국 우리가 보면서 내려왔던 Fermada 리프트는 우리가 내려가는 중간에 운행을 멈췄다. -_-;;

시간은 벌써 5시 가까이 되어 가지, 구름낀 날씨가 언제 돌변해 비를 뿌리면 어찌할지...

운행을 멈춘 리프트 근처 산장같은 곳에 들어가 길을 물었다.

30분 정도 약간 오르막을 오르면 Col Raiser 리프트를 탈 수 있고, 걸어 내려가면 택시를 탈 수 있는 곳까지 1시간 좀 넘게 걸린다고. 어머니의 오르막에 대한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Col Raiser 리프트 또한 5시반이면 운행을 멈추는데 그때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계속 걸어 내려가기로 결정.



여느 산에서 이런 상황에 처하면 상당히 긴장해야 했겠으나, 이곳은 숲으로 이루어진 산과 달리 일단 시야가 트여 있고, 군데군데 산장이든 뭐든 사람 사는 곳이 있고, 또 심심치 않게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는 몰라도 자동차도 있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조난 당하지는 않겠구나 싶은 것이지.



비록 예정에 없던 것이기는 해도 첫날에 제법 트래킹을 한 셈.

Kiwi는 크록스를 신고 거의 1천여미터를 내려왔다. ㅎㅎ

일부러라도 택해 걸어올만한, 쉽고 아름다운 길이었다.

다만, 우리가 차를 세운 곳과는 한참 떨어져 있어서, 차를 세운 곳까지 택시를 타야 한다.



이제 호텔도 보이고, 주차장도 보인다.

우리 호텔은 아니지만 호텔에 들어가 이곳까지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하였다.



5명이라고 하니 온 택시는 승합차였다. 가격도 모르고 미터기도 없어 얼마나 나올까 좀 걱정스럽기도 했으나, 뭐 10분 조금 넘게 걸려 Ortisei에 도착해 내리니 25유로라 다들 안도. Ortisei 근처에 와서 운전기사가 어떤 음악가 이름을 아냐고 물어보며 오늘 그를 주제로 한 음악 축제가 열린다고 하더니, 정말 마을 거리에서 공연같은 걸 하는 모습이 보였다. Ortisei에 숙소가 있었다면 잠시 둘러봤을 수도 있었겠으나, 좀 떨어진 숙소이고 오늘은 다들 좀 지쳤다.


사실 처음에는 Ortisei에서 숙박을 하려 하였으나, 워낙 성수기라 마땅한 방을 찾지 못하였다. 그러다 찾은 곳이 Vigo di Fassa에 있는 숙소였는데, 거기도 이틀 밖에는 예약이 되지 않아 결국 Santa Cristina 근처의 호텔을 잡았다.


숙소를 찾아가려니 방금 택시로 지난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했다.

이 숙소는 레지던스인데, 체크인/체크아웃을 위해서는 약 5km 정도 떨어진 Selva di Val Gardena에 있는 호텔에 가서 키를 받아와야 했다. 호텔에서 키를 찾고, 마트에 잠시 들러 장을 보는데 와인 컬렉션이 멋져 덥석 2병을 집어들었다. (이후 이보다 큰 다른 어느 마트들보다 이곳의 와인 구색이 훌륭했다.)



숙소로 가는 길은 또다시 방금 온 길을 거슬러 가야했다. -_-;;

도착은 했는데 주차장 문 여는 법부터 방을 찾는 것까지 상당히 헤매야했고,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 오르락 내리락을 몇번이나 해야 겨우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밖에서 보면 그리 커보이지 않는데, 내부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고 방도 많다.


들어가니 창 밖으로 보이는 view가 이렇다. 잘 보면 가운데 폭포도 있다.

복층 구조의 방에, 위아래 하나씩 화장실도 2개, 1층은 거실 겸 식당, 2층엔 침실이 2개.

가격도 크게 비싼 편 아니었고 오랜 시간 비교하며 신경써서 고른 곳도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가족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숙소였다. 오히려 기대했던 뒤에 2박씩 묵은 숙소들은 생각보다 크기들이 작아서 여기에 비교되어 약간 실망.


아무튼 이날은 집에서 싸온 햇반, 반찬 등으로 맛나게 뚝딱.

와인도 한병 뚝딱.


날이 점차 개기 시작해 혹시 별이 보일까 싶어 숙소 앞에 나갔다가, 오랫만에 별똥별도 하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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