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숙소의 체크인을 정식으로 하러 내려갔다.
체크인을 하러 2층에 오래서 가보니, 가족이 경영하는 레지던스로, 주인집도 같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살고 있으면서 굳이 퇴근한다고 그러나 싶기도 하나, 뭐 늦은 시간엔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뜻이려나.
세탁시설은 지하에 공동으로 있고, 1,2층 사이에는 아이들이 놀만한 장난감이나 보드게임들도 자유롭게 빌려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돌로미티 3번째 날의 일정을 시작하자마자, 어제밤에 그토록 찾았으나 문 연 곳을 못찾았던 마트를 Canazei에서 발견하여 장부터 보았다. 하루 종일 밖에 있을 것이라 신선식품은 못샀는데, 성수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계산하는 줄도 무지 길다. 이 근처에서 발견되는 대형 마트/슈퍼는 Coop이 대부분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스위스계라고. 돌로미티 지방은 전반적으로 이태리 느낌보다는 알프스라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는 돌로미티에서 가장 높다는 Marmolada산의 제2봉 Punta Rocca(3,309m).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가는 도중에 이런 호수가 나온다.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라 목적지로 생각도 안했던 곳인데, 차를 타고 가다 반터널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풍경에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다들 어제 본 Lake of Carezza보다 낫다고도.
잠시 차를 멈추고 내려 구경을 한다.
나중에 알게 된 명칭은 Fedaia 호수.
양쪽이 모두 인공 구조물로 막혀 있어, 처음부터 인공호수인지 아니면 원래 호수가 있던 자리인지 궁금하다.
호수에서 조금만 더 가면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Punta Rocca행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Malga Ciapela가 나온다.
8월 중순이 돌로미티 최고 성수기이고 게다가 주말이라 그런지, 도착하자마자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인다. 리프트는 계속 도니 아무래도 줄을 서서 기다린 적은 없는데, 케이블카는 여러명씩 탄다 해도 한번에 한대씩만 올라가고 내려가니 줄이 줄어드는 속도도 더디다. 혹시나 하여 줄 앞으로 가보니, 그 긴 줄은 표를 사기 위한 줄이었다. 우리같이 Dolomiti Supersummer 티켓을 가지고 있으면 바로 가서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티켓에 대한 무한애정을 다시 한번 느끼며, 바로 케이블카 탑승.
이렇게 가파른 곳을 오르니 리프트는 어렵겠고, 또 높은 곳이라 세번을 타야 Punta Rocca 정상 부근에 도착한다.
Malga Ciapela-Banc, Banc-Serauta, Serauta-Punta Rocca 이렇게 세번을 타는데, 두번째 케이블카 탈 때는 출발할때 심하게 앞뒤로 흔들려서 좀 놀랐다. 원래 그런 것인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그네처럼 움직였다.
우리는 바로 연달아 끝까지 올랐다.
과연 고지대답게 만년설이 펼쳐져 있고, 수많은 봉우리들과 Fedaia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얇은 패딩 사오길 정말 잘했다.
고지대라 날씨 좋기가 쉽지 않다는데, 우리는 돌로미티에서 이틀 연속 날씨 운이 좋다.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곳은 Punta Rocca 밑 전망대, 3,265m의 높이다.
건물이 높이가 제법 있어, 중간에 동굴 같은 곳에 성모상이 있는 곳도 있었고, 가장 아래로 꽤 내려가서 저 눈위를 걸어볼 수 있다.
건물 중간에 식당 뷰는 이 정도. 비록 우리의 점심 식사는 이곳이 아니었지만, 돌로미티에서는 점심은 무조건 산 위에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다시 세번에 걸쳐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서 케이블카 사이사이의 주변 구경을 했지만, 역시 정상 부근이 가장 볼만하다.
다음 목적지는 Rifugio Lagazuo.
돌로미티 지명과 산악지대 지도는 익숙해지기 힘들지만, 네비에 리프트 탑승하는 곳들의 좌표만 미리 잘 입력해두면 여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다시 40여분간 차를 타고 다시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이동.
어머니는 이전 세번의 왕복 케이블카에 좀 겁이 나셨는지, 그냥 밑에서 기다리신다고 하셨다가, 잘 꼬셔서 다 같이 올라갔다. Falzarego-Lagazuoi 케이블카를 타고 한번에 올라가서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면 위의 Lagazuoi 산장이 바로 금방이다.
우리가 오늘 점심을 먹을 곳.
약간 쌀쌀하여 우리는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일단 음식을 주문하고, 혼자서 주변 구경.
이곳은 2800m 정도라 아주 높은 건 아니지만 십자가 있는 곳까지 가면 사방으로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십자가까지 그리 힘들진 않아보이나, 가족들 다 데리고 가기는 좀 무리.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면 Lagazuoi 산장에서는 1박을 해보고 싶다.
구글맵으로 이 근처를 다시 보고 있는데, 참으로 멋지도다.
다소 아찔해 보이는 곳도 있고. 돌로미티가 가깝다면 하이킹이 취미가 안될 수 없었을 듯.
어제까지의 돌로미티와 오늘의 돌로미티는 또 완전히 다르다.
오늘의 마지막 리프트는 Cinque Torri. (다섯 봉우리(Tower)라는 뜻이라고.)
Lagazuoi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차로 5분이면 가는데, 5 Torri 리프트 타는 곳 길이 찾기 어렵다더니, 비포장도로로 들어가야 해서 우리도 깜빡 지나쳐서 되돌아왔다. 5 Torri는 차로도 갈 수 있다는데 8월에는 시간에 따라 일반차량 통행 제한도 있고, 또 우리는 티켓이 있으니 무조건 리프트. 리프트 타고 올라가는 아래로 걸어내려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곳까지 차로 올 수 있다는 것도, 겨울이면 이곳들이 온통 스키장으로 변한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
5개의 봉우리를 어떻게 세어야 할지 좀 난감하지만, 어쨌든 저 바위들까지 그리 멀지 않다.
가야 할 길이 다 보이니 얼마든지 부담없이 체력이나 일정에 맞춰 걸을 수 있다.
아니면 그냥 넋놓고 앉아 소풍을 즐겨도 좋을 것이고.
다시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젠 차로 다닐 수 있는 곳들을 가는 일정.
오늘도 역시 참 잘 짠 일정이 아닐 수 없다. ㅎㅎ
다음 행선지는 Cortina d'Ampezzo.
5 Torri에서 30분이면 가는 곳이다.
그런데 사실 오늘 아침에 마트에 들렀다 출발할 때부터 기름을 넣으려고 했는데, 마트 바로 근처에서 주유소를 놓치고 또 있겠지 한 이후로 주유소를 한번도 못봤다. 연료 경고등이 들어온지는 이미 오래. 터키에서 파묵칼레 가던 길에 주유소가 없어 식음땀 흘리던 기억도 떠오르고... 네비에서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 일단 들를까도 하였으나, 주유소마다 가려고 하던 길을 벗어나야 해서 계속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다가 결국 Cortina d'Ampezzo까지 왔다. 혹시라도 중간에 멈출까봐 최대한 에코 드라이빙 하면서 Cortina d'Ampezzo 다 와서야 주유소를 찾을 수 있었다.
디젤 가격을 보고 연료통 크기를 대략적으로 추측하여 60유로 정도면 가득 찰 것 같았는데, 차가 멈추기 직전에 겨우 만난 주유소라 욕심내서 70유로를 넣고 셀프 주유를 시작했는데, 63유로 정도에서 가득 차버렸다. 주말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주유소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결국 몇유로 날렸다.
Cortina d'Ampezzo는 돌로미티에서 가장 큰 마을이 아닐까 싶은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묵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서쪽에 묵어 이 마을은 잠시 구경만 하게 되었다. Tre Cime di Lavaredo 같이 돌로미티에서도 유명한 곳도 이 마을에서 가깝지만, 우리가 묵은 곳보다 더욱 동쪽이다. 돌로미티에서 하루이틀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겠으나, 스위스로 넘어가야 하는 일정에 거기까지는 좀 무리다.
Cortina d'Ampezzo에서는 돌로미티 어느 곳에서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다른 곳에 비해 동양인들도 제법 보이고.
쇼핑가도 있는데 마트(역시 이번에도 Coop)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또 들렀다. ㅋㅋ
Cortina d'Ampezzo에서 우리 숙소가 있는 Vigo di Fassa까지는 차로 2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해야 했다.
가는 길에 차로 들를 수 있는 또하나의 명소 Passo Giau.
해질녘의 빛이 더욱 아름다웠던.
환상적이었던 이틀간의 날씨.
마지막엔 무지개도 보여주고.
연달아 먹은 서양식에 질려 다시 집밥. ㅋㅋ
밥에 맛난 고기에 와인까지 곁들이니 진수성찬이 아닐 수 없다.
오늘까지 돌로미티에서의 꽉찬 일정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것은 이때 미리 예감했었다.
어머니 의견 때문에 스위스를 뺄 수는 없었으니, 기왕이면 스위스 먼저 들렀다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성수기에 뒤늦게 숙소를 예약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남은 일정 즐겁게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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