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룬 투어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조금 쉬다가, 나머지 일정은 스쿠터를 타고 다니기로 결정했다.
호텔 매니저는 스쿠터는 워낙 사고가 잦아서 추천 안한다고 했지만, 대중교통으로 다니기에는 교통편들이 너무 뜸하다.
주로 레드 투어로 많이 가는 곳들이 포함된 일정인데, 이동거리가 별로 길지는 않은 편이고, 날씨도 좋아서 그냥 스쿠터를 빌리기로 하였다. 차량이나 스쿠터 렌트는 호텔에서 따로 연결된 곳은 없고, 투숙객 편의를 위해 연결은 해주나, 그냥 마을에 내려가서 빌리겠다고 했다. 근데 가장 중심가에 위치한 큰 2개 업체 이름을 대면서 그곳들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다른데 아무데나 가서 빌리라고 했다. 이런저런 분쟁들이 좀 있었나보다 싶어서, 다른 곳에서 빌리면서 출발전에 스쿠터 사진도 많이 찍어두었다. 근데 스쿠터 렌트 업체에서도 나더러 전에도 타본적 있냐? 몇번이나 타봤냐? 등등 여러번 묻고, 마지막엔 그럼 널 믿고 빌려준다 이러면서 빌려줬다. 무슨 렌트 업체가 이래. ㅋㅋ
아무튼 스쿠터를 빌려 오전 11시경 출발.
첫번째 행선지는 차우쉰.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 거대한 동굴산도 역시 올라가 볼 수 있다.
입장료도 관리자도 없다.
자연이 깎아낸 부분과 사람이 깎아낸 부분이 구분이 쉽지 않다.
올라서 내려다 본 차우쉰 마을의 모습.
다음은 아바노스로.
아바노스 가는 길이 스쿠터 타고 다니기에 끝내준다.
다니는 차도 별로 없는 길게 죽 뻗은 도로는 주변이 확 트여 있어 스쿠터나 바이크로 다니기 황홀할 정도다.
호텔 매니저에게 경고 받은 대로 도로에 모래와 자갈들이 많아서 2륜차들에겐 매우 미끄러워 위험한 것은 사실.
나는 전에 스쿠터와 바이크를 타다 작은 사고들이 난 적 있어서 두발 달린 탈 것들의 위험성은 아는 편이다.
스쿠터는 대학때 캠퍼스 안에서 타다가 횡단보도에서 갑자기 건너는 사람 때문에 급정거를 하다가 넘어졌다. 아마 차선 같은 것이 그려진 곳이라 더 미끄러웠을 것이다. 다행히 다친 건 나 혼자 무릎 좀 까진 정도였으나, 새로 산 청바지가 찢어졌던 기억이 난다. 바이크 사고는 빗길에서 속도를 충분히 안 줄이고 커브를 돌다가. 이때는 사실 다리에 중상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운좋게 바이크가 미끄러지는 순간에 뛰어내렸고, 넘어지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내가 그랬지? 싶다) 바이크 혼자 미끄러지다 굴러서 어딘가에 쳐박혔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기구 안위험하냐고 하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스쿠터가 열배는 위험한 것 같다.
아무리 기분내기 좋은 길이라도, 다시 한번, 나는 아빠다! 안전 제일.
긴장하고 조심하면서 탔다.
그럼에도 가장 exciting한 하루였음은 분명하다. ㅎㅎ
아바노스는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데, 뭐 사실 도자기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고, 어딜 가야할지 잘 모르겠으니 사람들 많이 가는 곳으로 일단 가본 거다. 마을이 예뻐서 잠깐 구경할 만하다.
마을 옆으로 흐르는 강이 이 마을에 평화로운 느낌을 가져다준다.
인도교가 있어 걸어서 건널 수 있고, 강 주변은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체즈 갈립이라는 공방이 있는데, 굳이 찾을 생각은 없었는데 눈에 띄었다.
많은 여행지에서 이런 경험을 한다. 가이드북에 나온 곳은 굳이 찾을 생각은 없어도 금방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아마 입지가 좋으니 유명해지기도 했을 것이다.
눈에 띄어서 들어가 본 것까지는 좋은데, 원래 안에 사람 머리카락들이 많이 매달려 있어 유명하다는데 그걸 못봤다.
안쪽을 한번 더 둘러봤는데도 안보였으나, 굳이 꼭 보려던 건 아니었어서 금방 나왔다.
마을을 좀 돌아다니다가, 가이드북에도 별로 나온 내용이 없어 어디를 더 보면 좋을까 하다,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다. 걸어서는 쬐금 힘들겠지만, 나에겐 스쿠터가 있었다. 위로위로 올라갔더니 이런 곳이 나온다. 차량도 올라올 수 있는 길인데, 사람들은 거의 없고, 멀찍이 차가 한대 서 있었다. 안에 남녀가 타고 있었는데, 어떤 상열지사가 벌어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리 이슬람 국가라도 호젓한 곳엔 언제나 커플들이 있다. ㅋㅋ
그리고 마을쪽을 내려다보면 멀리까지 한눈에 보인다.
꽤 볼만한 풍경인데,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기왕 아바노스에 왔으면 올라가보길 추천.
이번엔 아바노스를 출발해 파샤바 계곡 쪽으로 향했다.
카파도키아는 와보기 전엔 도대체 어디에 무엇이 어떻게 펼쳐져 있는지 알기 특히 어려운데, 제대로 이해하기 쉬운 지도를 찾기 힘든 까닭도 크다. 다행히 길이 복잡하지 않아서 망정이지, 허접한 지도에 호텔 매니저가 대충 표시해준 걸 따라다니는 건 영 힘들었다.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갈 수도 없었고. 하지만 길이 단순한 편이라 갈림길이 나오면 어디로 가야할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길이 곧고 시야가 좋아 스쿠터 타기 별 다른 어려움은 없었는데, 저런 황량한 산을 끼고 골짜기로 향하는 도로로 접어들면 커브도 많고 시야는 가리는데 차들은 쌩쌩 달려서 상당히 신경쓰인다. 안정적인 속도로 달리면서 백미러 보기를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면 어느새 차가 뒤로 바짝 붙어 있거나 빵빵대면서 지나가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모래와 자갈이 많아 미끄러운 갓길로 피해줘야 해서 상당히 긴장해야 한다.
파샤바 계곡은 급작스레 만났다.
가다가 차 몇대 정도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뒤에 뭐가 있을지 기대되는 곳이 있어서 잠시 스쿠터를 세웠는데, 언덕을 조금 오르자 멀리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잉?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하고 의아해 했는데, 가던 길 코너만 돌면 바로 파샤바 계곡의 주차장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스머프 마을의 모티브가 되었다나? 아무튼 스머프도 제것인 양 스머프 캐릭터도 곳곳에 파는 걸 봤다.
위쪽에는 올라가 들어가 볼 수 있는 동굴교회도 있다.
다시 스쿠터로 조금 더 이동하여 저 낙타바위로 유명한 데브란트 계곡.
사실 기묘한 바위들이 지천으로 널린 카파도키아에서 몇몇 유명한 바위들은 어떻게 찾아가나 싶은데, 굳이 안찾아도 가다 보면 특별히 특이한 지형들이 있는 곳에 차를 세울 데가 있고, 차를 세우면 딱 보이는 곳들에 저런 바위들이 위치한다.
위르굽 마을로 향하는 길.
스쿠터 타고 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
카파도키아에서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다.
이 역시 그냥 버스 타고 다녔으면 그저 스쳐갔을 풍경이었겠으나, 파묵칼레로 가는 길을 차로 달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날 스쿠터 여행 역시 바이크 여행에 대한 로망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었다. 짧은 하루짜리였음에도 충분하다 느꼈던 건, 이후 말미에 일어난 일들 때문이다. -_-;;
괴레메와 함께 카파도키아 여행자들이 많이 묵는 마을 중 하나인 위르굽.
괴레메보다 더 크고 발달해 있으면서도 훨씬 정돈된 느낌이라, 괴레메 대신 묵어도 괜찮겠다 싶다.
다만 괴레메에서는 내가 묵은 호텔 뒤편의 풍경이라던가, 걸어갈 수 있는 괴레메 야외 박물관 등이 있어 좋고.
저 위 전망대에 사람들이 안보여서 못올라가는 데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떠날 때 보니 사람들이 보였다.
돌아와서 저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찾아봤는데 별로 대단하진 않아서 안아쉬워하기로. ㅋㅋ
오늘 돌아다닐 곳 중엔 점심 먹기에 위르굽이 가장 좋다. 번화하고, 식당도 많다.
대충 찍어서 한 곳 들어가 먹었는데, 나중에 보니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유일한 위르굽 식당. ㅋㅋ
대부분의 터키 식당들처럼 그리 비싸지 않고, 맛도 있다.
주인이 꽤 친절하고, 나중에 명함과 엽서도 한장 주었다. ㅎㅎ
위르굽에서 빠져나오면서 높은 곳에서 한 컷.
위르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또 나름 유명한 가족바위가 있다.
이 또한 굳이 찾지 않아도... ㅎㅎ
다음 행선지는 오르타히사르.
바위동굴인 건 우치히사르, 차우쉰 등과 비슷한데 다른 두곳에 비해 작지만 가장 뾰족하게 솟아 있다.
통상 성이라고 하던데, 정확한 용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사실 셀리메 대성당, 차우쉰, 우치히사르 등을 보다 보면 가까이서 보는 동굴 모습은 거기서 거기다.
오히려 조금 떨어져서 보거나, 올라가서 보는 풍경이 각기 많이 다르다.
오르타히사르에서의 풍경은 집들로 빽빽해서 오히려 놀랄 정도다.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은 더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오르타히사르 사진 다음 사진은 이 사진인데, 사진을 찍은 간격이 약 50분이다.
그 50분간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이렇다.
오르타히사르 다음 가려고 한 곳은 우치히사르. 숙소가 있는 괴레메와 오르타히사르, 우치히사르는 대략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사실 오르타히사르에 올라 전망을 보니 우치히사르 쪽에 구름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스쿠터로 15분 정도 거리인데 언제 또 오겠냐 싶어 일단 출발했다. 중간쯤 가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거세어졌다. -_-;; 비가 오기 시작하자 날씨도 급격히 추워져서, 스쿠터를 타는 손은 얼 지경이었고, 옷은 젖지, 선글라스에 빗방울들이 시야를 뿌옇게 하지, 길은 어둡고 미끄럽지... 도저히 무리! 결국 퇴각하여 오르타히사르에서 괴레메로 바로 돌아가는 길가에 있는 주유소로 대피하였다. (렌트 업체에서 오늘 일정을 대충 말하였더니 지도와 함께 설명해주면서 대충 이 주유소에서 기름 채워서 돌려주면 된다고 했던 곳이다.)
일단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 들어가 화장실도 가고, 몸도 좀 녹이고, 기름도 넣고, 비가 잦아들길 기다렸다.
비가 아예 그치진 않을 것 같고, 더 기다리다 날까지 더 어두워지면 낭패라, 적당히 비가 잦아들자 괴레메로 출발하였다.
계획을 세울 땐 시간이 되면 괴레메 야외 박물관에 들렀다 오려 했으나, 내일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괴레메로 향했다.
그러다 비가 완전히 그쳤다. 그러고 나니 또 아직 렌트한 시간이 남아 있어서 들러본 곳이다. 그리 크지 않은 무슨 교회 유적이었는데, 세워진 차도 두어대 정도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중 한 곳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입장료가 다른 곳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고, 인적 없는 이곳에서 영 뜬금 없어 보였다. 입장료 받는 사람도 사무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세일즈맨처럼 느껴진다. 이 아저씨 봉이 김선달 아닐까 싶어 그냥 안들어가고 말았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여전히 나는 그 아저씨가 사기꾼 아닐까 싶다. ㅎㅎ
괴레메에 돌아와서 스쿠터를 반납하고, 호텔에서 추천받았던 레스토랑 중 한 곳에서 저녁을 먹으려 찾았는데 공사중이다.
그냥 근처의 아무 곳에나 들어갔는데, 여기도 여행자들에게 유명한가보다.
Ottoman Kebap House, 여러 나라 여행객들이 남겨놓은 품평이 한쪽 벽면에 가득한데, 셀축의 피데집에서처럼 한글로 된 것들이 특히 눈에 많이 띈다. 맛도 괜찮으면서 특히 가격이 저렴하다. 석류를 통째로 갈아주는 주스와 케밥을 같이 시켰는데 11리라.
어드벤쳐러스한 하루를 마치고 쉬러 들어갔다.
어김없이 벽난로에 장작을 태우면서, 이후 일정을 짜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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