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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5 : Turkey

Kaş #2

by edino 2015. 4. 17.

3월 9일.

어제가 이번 여행 최고의 하루라고 하였지만, 여전히 다른 최고들은 남아 있다.



최고의 조식이자, 최고의 식당 풍경이 바로 다음 날 이어졌다.

내가 묵었던 Hotel Sonne의 꼭대기층에 위치한 조식 식당.

방은 크지 않지만 매우 깨끗하여 마음에 들었었는데, 2층이라 앞 건물에 가려 바다가 반 밖에 안보여서 전망이 그냥 그랬다.

그런데 최고의 전망은 모든 투숙객이 볼 수 있는 식당 차지였구나.


환상적인 햇빛과 기분좋게 시원한 바람까지 이 아침을 완벽하게 해주었다.

아침 식사를 이렇게 들뜬 기분으로 한 건 신혼여행 때 산토리니에서의 조식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비수기지만 터키 남부는 3월에 다니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사람도 전혀 안 붐비고, 숙소나 국내선 비행기 등 할인되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날씨가 돌아다니가 딱 좋다.

바다를 보면 수영을 해야 되는 사람이라면 여름이 좋겠지만.



지금까지는 계속 부폐식이었는데, 이 호텔에서는 이렇게 개인별로 한상 차려준다. (성수기에는 부폐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럴싸한 비쥬얼에 비하면 특별히 맛난 조식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식당의 뷰라면 그냥 딱딱한 빵조각이라도 감사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만일 카쉬를 다시 오게 된다면 이 식당 때문일 것이다.


Hotel Sonne는 독일인으로 추정되는 (Sonne가 독일어로 태양) 주인 아저씨가 운영하는데, 호텔 입구에 젊은 남자가 제복에 모자를 쓰고 찍은 프로필 사진이 붙어 있다. 자랑스런 아들이겠거니, 아들 자랑 좀 하시라고 당신 아들이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죽었다고... 2009년 11월, 친구와 함께 타고 가다 자동차가 나무를 들이받는 사고였다고 들었다. 사실 왠지 군복 같은 걸 입은 사진이라 설마 전사한 아들은 아니겠지 하는 '설마' 생각은 스쳐갔었는데, 그럼에도 물어본 것이 조금 후회되기도 했지만, 그가 모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아들 사진을 걸어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아들 얘기를 내게 하면서 그의 눈시울에 눈물이 조금 고이는 것도 같았지만, 그는 이내 씩씩하게 'He is always with us' 라고 하였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세월호의 부모들도, 아이들도, 언젠가는 위로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저녁과 밤을 보다 오전의 햇빛에 보니 마을이 더 예쁘다.

광장에서 이어지는 우준 차르쉬 골목을 걷다 보면 많지 않은 카쉬의 옛 유적들도 금방 나온다.



우준 차르쉬 골목 끝의 리키아 석묘.

누구의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나보다.

적어도 2천년은 넘은 유적일텐데, 흔한 울타리 하나 없다.



석굴 무덤 또한 마찬가지. 지키는 이는 커녕 보호 펜스도, 그럴 듯한 표지판도 없다.

오히려 무덤 안을 들여다보니 누군가 돗자리도 깔아놓았다.

마을의 높은 지대에서도 위쪽에 위치하여, 올라서면 바다까지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카쉬는 요트 등의 정박 시설은 잘 되어 있지만, 휴양도시 치고는 해수욕을 즐길만한 해변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다.

이 큐축 차클 해변은 오는 길에 무수히 보았던 "private" beach 마냥 정말 작은 해변이지만, 카쉬에선 그래도 숨통을 틔워주는 곳인 듯.



해변 너비보다 양 옆의 레스토랑/카페 등이 더 클 정도이나, 그것도 성수기 얘기.

3월의 이곳엔 영업하는 곳도, 사람도 없다.



이런 해변을 독점할 수 있다니, 나에겐 더 좋은 일이다.



오늘의 숙소는 파묵칼레다.

카쉬에서 약 300km, 4시간 가량, 렌트 기간 중 오늘 갈 길이 가장 멀어 오전에 카쉬를 출발하였다.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없는 비행 일정상 보드룸은 포기했고, 여기서 그리 멀지는 않은 페티예/욀류데니즈를 들렀다 갈지 말지 고민이었다. 페티예/욀류데니즈를 들르면 1시간 정도 운전 시간이 더 늘어난다. 운전시 졸음이 심한 편이라 혼자 운전 4시간도 은근 부담인데다, 가이드북이나 블로그 등을 보아도 패러글라이딩을 하거나 트래킹, 해수욕을 할 것이 아니라면 딱히 뭘 보고 오기도 애매한 곳이라, 두 곳은 건너 뛰기로 하였다.


대신, 별로 계획에 없던 칼칸에 들르기로 하였다.

차를 가지고 가면서 안들를 이유가 없을 정도로 가는 길에 있다.

올림포스는 카쉬로 가는 길에서 15분 정도는 빠져야 하지만, 칼칸은 파묵칼레로 가는 길에 왼쪽으로 마을이 보일 정도다.

칼칸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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