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도착 셋째날엔 먼저 바닷가로 향했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은 절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말그대로 감은사지에 있는 탑 두개였다.
문무대왕릉 가는 길에 있지 않았더라면 찾는 이들도 더 적었을 것 같다.
어느 기사에서 양남의 주상절리가 볼만하다 하여 먼저 들렀는데, 주변에 조성해놓은 '파도소리길'이 의외로 괜찮았다.
물론 좋았던 날씨에 힘입은 바도 크지만,
읍천항 주차장에서 주상절리까지 거슬러 갔다 왔는데, 참 멋진 풍광이고, 그 자연에 크게 거슬리지 않게 길도 꾸며 놓았다.
우리나라의 센스도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지금부터 한 세대 전인, 현 대통령의 부친이 대통령 하던 시절(꽤 길긴 하지만)과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이보다 훨씬 크게 분포하던 주상절리들의 대부분이 새마을운동 한다고 잘려나갔다고 하니.
뭐 당시의 그 '순수한 무지'를 따로 비난하고 싶진 않다. 그 가치를 알아보고 반대한 사람들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지금처럼 귀 닫고 모르쇠나, 어차피 들을 생각도 없는 무대뽀 무식이나.
희한하게 닮았단 생각은 든다.
암튼 지금은 주상절리가 굳이 없어도 보기 시원한 바닷길.
다음엔 문무대왕릉.
별 볼 거리를 기대할 건 없다고 알고 왔지만, 신비감이 너무 없어 좀... -_-;;
그래도 위에서 찍은 사진 보면 뭔가 있을 것 같고 했는데, 멀리서 보면 흔한 바위섬으로 밖에 보이질 않으니.
그런데 이런 데까지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종종 보인다.
Kiwi랑은 돌던지기나 좀 하다가.
감포에서 아무데나 들어가 점심을 대충 먹고, 돌아오는 길엔 기림사에 들렀다.
여행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된 절.
그리 길진 않은 호젓한 길을 올라보면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큰 절이다.
바닷가에서 돌아와 다시 휴식.
낮잠도 좀 자고, 호숫가 산책도 하고.
그리고 나와서 저녁은 또 나름 유명한 쌈밥집. 그럭저럭 괜찮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다 보면 묘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는데, 길잡이가 나 하나인 가족 여행(나+Kiwi+yeon)과는 달리, 아버지도 길잡이 역할을 하신다는 점. 아버지는 큰 지도 등 오프라인 자료에 강점이 있지만, 난 온라인에 강점이 있다. 아무래도 자료의 양은 온라인 쪽이 많다보니, 큰 일정은 아버지 뜻에 따르되 디테일은 내가 보충해가는 식으로 실시간 조합을 잘 해야 만족스러운 여행이 된다. 서너번의 여행 동안 지금까진 큰 무리없이 잘 해왔다. ㅎㅎ
이를테면 안압지는 밤에 가야 한다는 것도 내가 챙긴 디테일이다.
나도 처음인 곳들이라 잘은 몰라도, 이것저것 보다 보면 감이라는 건 생기니까.
마지막으로 한번 들러야겠다 싶은 촉이 온 곳이 대릉원.
사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의외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첨성대/안압지처럼 인파가 넘치지 않는 호젓함.
어두운 가운데 곳곳에 높이 솟은 이름 모를 주인들의 무덤들 사이로 걷는 것은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적당한 밝기로 길을 비춰주는 조명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까지도.
마지막날은 아침부터 경주를 떠나 천천히 동해를 따라 올라오는 코스로 잡았다.
우선 들른 곳은 양동마을.
민속촌 같은 느낌?
어디서 나무막대기 하나 주운 Kiwi는 어느새 동네 어린이가 되어 있다.
다음엔 영덕의 풍력발전단지에 들렀다.
난 왠지 풍력발전기가 있는 언덕을 좋아하는데, 경주에서 올라오다 들르기엔 너무 도는 코스라 배제했었다가, 아버지가 영덕/울진에서 대게를 먹고 올라가자 하셔서 다시 들르게 되었다.
늘 기대만큼 로맨틱하진 않지만 ㅎㅎ 차로 올라가기도 좋고, 정상에서의 view도 제법 볼 만 하다.
그리고 울진에서의 이번 여행 최후 만찬.
영덕/울진 대게는 처음 먹어보지 싶은데, 사실 제철이 지나서 대게는 살이 좀 빠졌고 홍게의 전성기다.
홍게 위주로, 대게는 맛만 보는 정도로 섞어서 시켜 이렇게 쌓아 놓고 먹었다.
마지막 게껍질 볶음밥까지 맛나게 먹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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