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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국내여행

경주 #1

by edino 2014. 4. 18.

점점 여행이 아니면 잘 안올리게 되어 더더욱 본격 여행 블로그가 되어 가고 있다. -_-;;


귀차니즘을 어찌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점점 말을 아끼게 되는 영향도 있다.

SNS에도 쓰는 빈도가 점점 낮아지고, 쉽사리 말을 못하겠는 일들이 많아진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하다 못하는 말도 있고, 생각이 글로 나올 만큼 모여지지 않아 못하는 말도 많고.


여행에 대해서는 그럴 게 없으니 경주 다녀온 기념으로 또 올린다.


다녀온지는 꽤 되었지만, 여기까지 써놓고 세월호 사고 때문에 또 아무것도 못쓰고 몇 주가 갔다.



올해는 아버지 칠순.

부모님과 함께 해외라도 한번 다녀올까 했으나, 아버지가 한사코 싫다 하시는 바람에 대신 잡은 곳이 경주.


아무튼, 아버지도 경주는 거의 30년만이라 하신다.
지금 내 나이때 오시고 처음인게다.

30년이란, 경주를 한번 갔다 다시 또 가보는데 걸리는 그런 짧은 시간인게다.


기왕이면 경주 벚꽃을 보자 하여 올 겨울부터 예년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날짜를 잡고 예약했다.

경주 콘도는 인기가 많아서 한참 전에 잡아도 주말에는 불가하여, 아버지 칠순을 근거로 휴가낼 요량으로 과감히 평일에 3박4일. 내 휴가 눈치 전혀 안보고 맘편히 쓸 날은 내가 회사 다니는 동안에는 안오려나.


그렇게 잡은 날짜였건만, 때이른 더위로 서울에서도 이미 벚꽃은 끝물.

그나마 다행히 경주가 오히려 서울보다 더 늦은 편으로, 절정은 지났으되 꽤 남아 있었고, 밤에 도착한지라 보문단지의 조명은 제법 화려한 벚꽃길을 보여주었다.



여행 출발한 날이 반차내고 간 거라, 집에 와서 짐 챙기고 Kiwi가 유치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바로 픽업하러 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정적으로 카메라를 놓고 갔음. -_-;; 언제 또 올지 모를 경주인데 폰카라 매우 아쉽다.


첫날은 보문단지 근처에서 한우를 먹었다.

오기 전부터 경주가 먹을 게 별로 없단 소린 들었지만, 그래도 이곳저곳 추천한 곳들을 다녀보니 한번씩 먹어볼만한 것들은 그럭저럭. 첫날의 고기집도 괜찮았던 편.


돌아오다 보니 보문호 근처에 차를 댈 수 있고 이런 조명을 바닥에 해놓은 공원이 있었다.

센스가 제법.

여유가 더 있었더라면 보문호로 나 있는 인도교까지 가보았으면 좋았을 듯.



사실 경주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2011년 말에 교토에 다녀와서 부터였다.

일본 여행의 기억은 모두 좋게 남아있지만, 특히 교토에서는 감탄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경주도 제대로 구경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중학교 졸업여행 시즌엔 과소비 어쩌고 하는 여론 때문에 아무데도 못갔다.(그래놓고 보이스카우트에서 가는 걸로 돈이 훨씬 더 드는 스키 여행은 다녀왔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가야 할 타이밍엔 워낙 학교가 어디 가기만 하면 쌈질에 사고쳐서 우리땐 극기훈련으로 대체.(교관은 동문 선배 -_-;)


그러다보니 나는 제주도도 서른 넘어서야 처음 갔고, 경주는 이번이 실질적인 처음이다.

(첫 직장 신입사원 교육 때 잠시 들러 숙소에서 잠만 자고 이동한 적은 있다.)


그런 사연이 발단이 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는 곳마다 교토와 비교를 하게 되었다.

우선 첫 행선지는 포석정.

유명세에 비해 사람이 없다 싶었는데, 정말 썰렁했다.

뭔가 제대로 된 복원을 하기엔 자료가 부족한 탓이 크겠지만 아무튼 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복원중인 월정교와 그 근처인 최씨고택도 잠시 들렀지만, 흠... 교토에는 너무 밀리는데 이런 생각이. -_-;;

월정교도 사람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 복원이 완료되어도 와~하는 느낌이 들진 잘 모르겠다.

이미 다 사라진 폐허같은 흔적만 남겨두는 것보다는 계속 더해가며 뭔가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건지 불안감은 좀 든다.



이런 옛스런 길도 기요미즈데라에서 내려오던 길의 운치에 비교하면... 아 쫌 슬프다.



월성 같이 터만 남아 있는 곳에도 상상력으로 성을 쌓아 올려야 할까?

잘 할 수 있으면 그게 좋겠지만, 끽해야 단양에서 본 것 같은 사극 세트장 같은 느낌밖에 안날 것 같다.

특히나 사심 가득한 사람들이 권한을 가지고 있을 땐 더더욱 추진해선 안될 일이겠다.



특별히 기대한 곳은 없었음에도 다소 실망스런 인상을 받은 채, 보문단지로 돌아와 잠시 휴식.

첫날은 호수 view 방이 없었는데 다음날은 바꾸었다.

벚꽃 절정이 지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직 남아있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는 데 방해가 된 듯.



점심으로 나름 경주에서 유명하다는 떡갈비 정식을 먹었으나 그저 그렇다.

오후에는 가장 유명한 경주의 두 스타, 석굴암과 불국사.


석굴암 올라가는 길은 자동차로 상당히 꼬불꼬불하다.

차에서 내려 석굴암까지 호젓하게 걷는 길은 나쁘지 않지만, 공사중에 보호를 위해 접근이 통제되어 석굴암 자체를 보고 뭔가를 느끼긴 어려웠다.



다음은 불국사.

이곳은 인파가 상당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저 아래를 연못으로 복원했으면 몇배는 더 운치있지 않았을까 싶다.



석가탑은 보수중이고, 실물을 처음보는 다보탑도 우람하니 멋졌다.



평일이라 차도 크게 안밀리고 하다보니 구경에 여유가 있다.

오후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 보문호 근처 산책.

원래는 자전거를 빌려 한바퀴 돌고자 하였으나, 호수 근처 길은 보행 전용.



Kiwi만 네발자전거를 빌려 타게 해주었다.

아직 네발자전거를 안사줘서 처음엔 서툴렀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여행 다녀와서는 동네에서 자전거만 보면 쫓아다니더라고, 얘길 듣고 바로 Kiwi 삼촌을 찔러 주말에 네발자전거 장만해 주었다. ^^;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


마지막으로 Night Tour를 떠나기 전에 저녁은 완도참전복 집에서 먹었다.

전복 해물찜이 유명한 집인데, 우린 전복불고기를 더 맛나게 먹었다.



비교적 최근에 경주 다녀온 회사 선배가 동궁과 월지(안압지)는 꼭 밤에 가보라 하여 어두워진 시간에 나왔더니, 이젠 수학여행도 Night Tour가 기본이었다. 낮엔 그림자도 찾기 어려웠던 수학여행단 버스가 밤엔 첨성대와 안압지를 점령하고 있었다.

첨성대야 보이는 게 전부라 큰 감동은 없었지만,



내심 기대를 하였었는데도, 동궁과 월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일등공신은 조명이다.

고요한 연못 표면에 반사되는 지붕은 실제의 지붕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세심하게 나무들에까지 해놓은 조명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바글바글한 인파와 함께였어도 참으로 멋졌으니, 호젓할 때 오면 얼마나 더 좋을까.



또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멋진 모습이 처음 한눈에 다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연못을 따라 돌면서 계속 드러나는 것이었다.

아무튼 여기 조명 수준은 환상적이었다.

생각해보면 신라의 왕이라도 이곳에서 이런 절경은 못보았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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