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오랫만에 여행을 다녀왔다.
졸업하고도 몇년간 매년 같이 놀러다닐 정도로 좀 유별난 동기들이었지만, 이젠 가족들도 있고 사는 것도 바쁘고 하여 함께 다니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누가 불지르면 금방이라도 간다. 이번엔 카톡 대화방에서 얘기하다 춘천에 자리 잡은 친구 얘기가 나와서 다녀오게 되었다.
여전히 싱글 친구들이 적지 않은 모임이지만, 분위기가 그랬는지 가족 단위로 4가족이 함께 가게 되었다.
춘천 사는 친구에게 숙소를 맡겼더니 큰 독채를 빌린 게 아니라 가족별로 1개씩 방 3개를 빌렸다. -_-;;
토요일 오후에 각자 출발했는데 도착 시간은 얼추 비슷했다.
관광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오후에 어딜 갈까 하다 소양강댐에 가보았다.
날씨도 쌀쌀하고 딱히 볼 것도 없는데 사람과 차들은 꽤 많다. ㅎㅎ
소양강댐 주변에 마땅히 할 것도 없어서 예정보다 일찍 근처에 예약해둔 닭갈비집으로 갔다.
서울에서 닭갈비집 하면 맨날 둥그런 양철 테이블에 왁자한 곳들이 대부분인데, 여긴 제대로 방도 있는 커다란 식당이었다.
샘밭 닭갈비라고 원래 막국수로 유명한 집이 옆에 닭갈비집을 내었다는데, 또 서울과 달리 숯불에 구워먹는 식이었다.
제법 괜찮았다.
춘천 사는 친구의 초대로 친구집에서 커피와 다과를.
지방의 전세값은 참 부럽다.
나 결혼할때 처음 살았던 낡아빠진 20평대 복도식 전세집보다도 싼 전세값으로 50평대 새 아파트에 살 수 있다.
지금도 우리집엔 아이가 셋만 넘어가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여기선 아이가 7명 포함된 네 식구가 모여도 여유롭다. ㅎㅎ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운전 때문에 술은 거의 못마셨고, 여기서도 초건전 모임. ㅎㅎ
숙소로 돌아가서 엄마와 아이들은 한방에 모여 놀고, 남자들은 빠져나와 근처 호프에서 한잔 하고 마무리.
네가족 중 외동인 집은 우리집뿐.
아침에 맛난 청국장집에서 잠이 덜 깨 정신없는 아이들 아침 먹이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그나마 우리집은 좀 여유롭게. ㅋㅋ
그리고는 애니메이션 박물관에 갔다.
어릴적 보던 만화들도 있고 해서 어른들도 볼만하다.
바로 옆에는 로봇 박물관도.
Kiwi는 왼쪽에 서있는 표정 연기하는 로봇을 제일 좋아했다.
여긴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코너.
마징가 시리즈... 요즘 마트 장난감 코너에 로봇이래봐야 허접한 또봇 뭐 이런 것들 뿐인데, 오히려 이때 로봇들이 더 멋지다.
왼쪽에는 조립식 완구 중에 매우 알찬 구성으로 가지고 놀기 좋았던 보물섬 시리즈..
그리고 단종되어 너무나 안타까운 조이드!
비싼 것만 빼곤 참으로 멋졌던 시리즈.
예나 지금이나 남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자동차로 시작해 결국 공룡과 로봇...
그런데 공룡과 로봇의 결합이라니 이 멋진 작품이 왜 단종되었을까.
저 디자인과 디테일은 지금도 전혀 꿇리지 않는다.
회사 팀 사람들에게 춘천 가면 어디 좋냐 하니 추천 나온 곳 중에 하나인 춘천MBC.
방송국 아래 분위기 좋은 까페가 있다.
이 싸늘한 날씨에도 담요 같이 뒤집어 쓰고 나와 앉아 있는 커플이 사진의 오른쪽 밖에 있다.
15명 우리 일행이 중간을 차지한 이후로도 사람들이 계속 와서 자리는 바글바글.
다행히 아이들에게 종이와 크레파스를 쥐어주니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다, 먹을 타이밍으로 자연스레 이어져 큰 소란 없이 보냈다.
의암호를 끼고 있는 춘천MBC 주변길은 걷기 좋았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시원하고, 꽤 좋은 날씨였다.
낮에는 그리 춥지 않아 산책도 할 만했고.
어떻게든 나오니 바람도 쐬고 좋았다.
은퇴하면 이곳저곳에서 살아봐도 좋을 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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