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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chat

마지막 북경 출장

by edino 2012. 12. 9.

한달에 거의 두번꼴로 북경을 다니던 생활이 올해엔 끝나리란 건 알고 있었지만, 중국사업 조직만 생각보다 빨리 조직개편이 되었다. 그래서 한번쯤 더 나올 일이 있지 않을까 싶었던 10월말~11월초의 출장이 결국 마지막 출장이 되었다. 마지막 출장일줄 알았더라면 출장을 다니지 않게 됨으로 해서 약간 아쉬운 것들을 더 해보고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뭐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끝난 건 끝난거니까.



한해동안 호텔 많이 이용했다고 받은 쿠폰들 중에 무료 룸 업그레이드 쿠폰을 이번에 썼다.

주니어 스위트쯤 되어서 왼쪽 바깥으로 거실이 또 이만큼 있다.

어차피 유효기간이 내년 3월까지라 그냥 썼지만, 혼자 쓸 땐 딱 요기 보이는 만큼만 있으면 된다.

가족이랑 다닐때 쓰면 더 좋겠으나, 당분간 놀러라도 갈 계획이 있는 도시 중에 이 호텔 체인이 있는 있는 도시가 없다.


암튼, 한달에 한번쯤은 2박 정도 짧게라면 출장이 기분전환도 되었던 게 사실이다.

2박3일 일정이면 출발하는 날 아침에는 거의 자는 모습밖에 못보지만, 아이를 전혀 못보는 날은 하루밖에 없는 셈이다.

집에서는 아이가 잠드는 12시 이전에는 하기 힘든 혼자 일들을 호텔에 들어와서 할 수도 있고.

짧아도 비행기를 타는 것이 좀 피곤하긴 하지만, 매일 같은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는 기분이 refresh 된다.

물론 호텔 돌아와서도 일해야 될 정도이거나, 주중 내내 5일씩 되는 빡센 일정일 때에는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사무실과 주로 묵었던 호텔 사이길의 밤 풍경이다.

아침저녁으로 수도 없이 지나다녔던 풍경이지만, 이때 날씨와 바람이 참 좋았던 데다가, 이제 올 일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약간 sentimental한 기분이 들면서 보는 느낌도 달랐다. 폰카로 찍어봤는데 어쨌든 당분간 북경의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북경에 못가서 크게 아쉬울 건 없지만, 중식 치고 입맛에도 잘 맞고 백주 한잔 곁들이기도 좋아 종종 갔던 샤오왕푸, 이탈리안과 와인 한잔 곁들이기 부담이 없어 단골 삼던 Annie's, 닭똥집이 예술인 맛난 한식점 애강산, 점심때 자주 갔던 Fat Burger(청담동에도 들어왔다고는 하나, 굳이 거기까지 가서 그돈 주고 먹기는 좀 아깝다),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씩 받으면 괜찮았던 마사지, 사람이 너무 많아 한번 밖에 못가봤지만 한국에도 들여오고 싶던 닭요리집, 제법 세련된 식당이나 가게들이 많은 싼리툰, 뭐 이런 것들은 가끔씩 생각 날 듯 하다. 북경에서 가장 좋았는데 결국 한번 밖에 못가본 난뤄구샹도 이번에 못가본 것이 아쉽고.


조직개편 예고 이후 최종 발령은 좀 늦어져서 그저께에야 났는데, 그래서 이번주에 마지막 팀 화상회의도 있었다.

계속 중국에 남는 중국쪽의 주재원들과 현채원들, 서로 출장 오가면서 직접도 자주 보고 화상회의로도 매주 만났었지만, 이제는 화면을 끄면 이래저래 지나치면서 보기도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좀 섭섭한 마음도 들었고. 이 팀은 그래도 내가 회사 다니면서 가장 오래 한곳에 머물렀던 팀이다. 사람들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한 팀장 아래 3년 있어본 건 이번이 처음.


오랫만에 새조직으로 옮기는 기분 또한 묘한데, 게다가 나는 옮기는 조직에 혼자만 새로 가게 되었다.

전체 조직개편도 아닌 시기에, 남들은 앞으로 있을 조직개편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에 혼자 뻘쭘할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예비상사가 지금껏 대해온 윗사람들과는 상당히 다른 캐릭터라고 주변에서 얘기들은 많이 들었다.

뭐 얼른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되겠지.


북경아 잘 있어라. 나는 또 새 길로 간다.

언젠가 또 만날 일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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