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책상 의자에 앉아있는데 아이가 같이 컴퓨터 하겠다고 달려와 내 무릎에 앉은 상태에서 의자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니 갑자기 의자에서 '뚝' 하는 소리. 처음엔 별 이상 없는줄 알았는데 한쪽이 자꾸 기울어져서 보니 의자 다리 5개중에 한 방향으로 가운데 힘을 받는 부분이 부러졌다.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데 그런 강력한 힘을 받아낼 접착 도구는 없을 듯하여, 자력 수리는 일단 포기.
결혼때 다른 가구 보면서 우연히 눈에 들어 별로 비싸지 않게 산 의자인데, 브랜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낭패다. 5년이나 되었으니 유명 브랜드의 의자라도 돈을 내고 고쳐야할 것이나, 돈을 내고라도 AS를 받을 길이 없으니... 그래도 비슷한 스펙의 유명 브랜드 의자라면 3배 정도는 주었어야 할 것이니, 뭐 5년 썼으면 큰 불만은 없다. 그래도 의자가 부서지기도 한다는 걸 알았으니 이번엔 좀 신경써서 새것을 장만하고자 이리저리 의자에 대해 인터넷으로 알아보던 중...
브랜드를 막론하고 생각외로 나처럼 의자를 부서먹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특히 플라스틱으로 된 의자 다리는 나와 비슷하게 부서지는 경우가 꽤 흔한 듯. 놀랍게도 이런 의자의 부품들만 따로 파는 곳이 인터넷에 있었다. 세상에 의자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데, 내 의자에 맞는 다리 부품만 따로 있으려고? 했는데, 더더욱 놀랍게도, 의자의 규격은 어느 정도 표준화가 되어 있어서, 아주 오래된 것이 아니면 왠만하면 규격이 다 맞는다는 것이었다.
오호라~ 생각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온갖 부품이 다 있어서, 거기서 부품들만 모아서 의자 전체를 조립할 수도 있다. 의자 다리만 해도 몇천원짜리 플라스틱 다리에서부터 알루미늄 주조의 고급형은 7만원대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7만원짜리 다리가 워낙 튼튼해보여 좀 탐나기도 했지만, 그걸 샀다간 평생 그 의자를 써야 할 것 같아 적당한 수준의 금속제로 골랐다.
사진은 오늘 온 택배의 구성품이다. (파이프렌치 제외)
바퀴달린 다리와 실린더가 내가 주문한 것인데, 사은품으로 노가다용 면장갑과 건빵 한봉지, 힘내라고 사탕 2개(그중 하나는 무려 홍삼캔디)와 간단한 분해/조립 설명서, 명함까지.
이게 사실 해보면 알겠지만 조립은 그냥 차례로 끼우면 되어서 무지 쉬운데, 분해가 만만치 않다. 의자 다리와 실린더와 럭킹을 연결하는 데 무슨 나사나 다른 결합 메커니즘이 따로 없다. 오로지 위에서 아래로 끼우고 몸무게와 의자무게로 내리눌러 꽉 끼우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게 다시 빼고자 하면 장난이 아니다. 5년동안 몸무게로 눌러 끼운 것을 한번에 뺀다고 생각해보라.
부품 사이에 윤활제를 뿌리고, 30여년 전부터 우리집(아버지댁)에 있었으나 한번도 제대로된 용도로 써본적이 없는 파이프렌치를 사용하여 분리한다. 어릴땐 참 거대해 보였떤 파이프렌치가 왜이리 작아 보이던지. 몸무게를 실어가며 돌려보는데 쇠로 된 손잡이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 안했다. 그래도 한참 걸려서 겨우 분해. 어찌나 뿌듯하던지. ㅋㅋ
의자값으로 각오했던 예산의 1/10 정도로 수리가 가능하다니 횡재한 기분.
의자의 다른 부분은 워낙 멀쩡해서 좀 아까웠는데 암튼 잘 되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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