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 얘길 하면서 종종 소개가 되었지만, 중국에서 춘절과 더불어 가장 긴 연휴인 국경절 연휴가 이번엔 추석이 더하여 8일 연휴가 되었다. 중국은 무조건 휴일이 하루라도 있으면 주말에 일하는 방식으로 조절하여 연휴를 만든다. 이번에는 9/29(토)에 일하고 9/30(일)부터 10/7(일)까지 죽 쉬는 연휴다. 나는 9/29에도 휴가를 내려고 하였는데 그날 오전에 일정이 생겨서 반차만 내었다. 그래서 8.5일간의 연휴. -.-V
아쉽게도 이제 다 가버렸지만, 멀리 여행도 못갔지만, 그래도 알차게 보낸 느낌이 드는 연휴였다.
꽤 길었어서 하루하루에 뭘했나 간단히 정리해보는 포스팅 되겠다.
9/29(토)
오전에 출근하고 집에 와서 부모님 댁에 갔다.
추석 당일에는 부모님이 1박 여행가시기로 하였다 하여 하루 일찍 맞은 추석.
우리는 추석에 따로 차례를 지내지 않고 10월 할아버지 제사일에 일가친척들이 모인다.
추석에는 단촐하게 직계 가족만 모여서 식사하는 정도다.
동생이 Kiwi에게 무선으로 작동하는 자동차를 사줘서 Kiwi가 싱글벙글이었던 추석.
9/30(일)~10/1(월)
명절에 처가댁은 딸들 뿐이라 오후에 모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오전을 약간 게으르게 보내다가 점심 먹고 출발하니 결국 다른 집들보다 늦게 처가댁에 도착.
장인어른께서 근교에 집을 짓고 조경만 하면 되는 정도라 곧 있을 이사 전에도 왔다 갔다 하시는데, 덕분에 우리도 명절에 서울 아닌 곳으로, 그것도 1박으로 가는 귀경 비스무레한 걸 해보게 되었다. 물론 매 명절마다 차막히는 길을 진빠지게 가고 싶진 않지만, 1시간 반 정도에 시골 가는 기분을 낼 수 있다면 이 어찌 좋지 아니하겠는가. ㅋㅋ
집 짓기 전에 한번, 짓고 나서는 두번째로 가보았는데, 왠만한 콘도보다 훠얼씬 좋다. ㅎㅎ
무엇보다 아이들이 집 안팎에서 뛰어놀 수 있고, 텃밭에서 고구마도 캐보고, 콩도 따보고, 주변에서 밤도 주워보고, 동네 강아지들과도 놀아보고, 모닥불도 피워보고, 바베큐도 해먹어 보고. 여름에는 주변에 놀만한 계곡도 있는 듯. 아이에게 어린 시절 좋은 추억들이 될 것 같아 좋다. 물론 장인어른도 이미 농부가 되신 듯 텃밭부터 이것저것 너무 열심이시다. ㅎㅎ
저녁은 귀찮은 명절음식 같은 거 없이 그냥 바베큐다.
명절에 남자들을 음식준비에 부려먹을 수 있으니 꽤 괜찮은 시스템이다.
1박이니 운전 걱정 없이 술도 한잔 마시고.
소가족별로 한방씩 차지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아침,점심까지 먹고 각자 집으로 귀가.
올때나 갈때나 차가 거의 막히지 않아 좋다.
돌아와서 저녁 먹고 하루 마무리.
10/2(화)
이날은 어딜갈까 고민하다 창경궁 당첨.
덕수궁, 경복궁은 아이 데리고도 가봤는데, 창경궁은 오랫동안 안가본 듯.
예전에 창경원이던 시절에 할아버지댁이 근처였는데 사실 바로 옆의 과학관이 더 기억에 많다.
공식 휴일은 아니지만 징검다리라 쉬는 사람들이 많아서 차는 서울대병원에 유료주차하고 다녀왔다.
다른 궁보다 훨씬 정원스러운 분위기가 잘 되어 있어 걷기 좋았다.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
애초 계획은 창경궁을 둘러보고 근처 피자집에서 맛난 피자 점심을 먹으려는 것이었는데, 가회동, 삼청동 가는 길 모두 차 많고 사람 바글바글. 가려던 곳은 꽤 늦은 오후임에도 바깥까지 긴 줄. 가끔 주말에 삼청동 주변을 지나면 사람 많은 것에 질린다. 불쌍한 우리나라 사람들. -_-;;
암튼 사람 많은 것에 그냥 질려서 집으로 냅다 달려 라면이나 후딱 끓여먹기로 했다.
최근 처음 사본 '남자 라면', 맛있다. ㅋㅋ
후루룩 먹고 마트에서 장보고 하루를 마무리.
10/3(수)
이날은 점심에 친구네 가족 초대하여 나의 특제 닭요리를 대접.
아래 사진은 전에 처음 시도하였을 때 찍어둔 것인데 이번이 두번째.
오븐메뉴를 보다 15분이면 손쉽게 닭오븐구이를 할 수 있을거란 착각에서 시작된 일이었는데, 다소 난이도가 있지만 이번에 재검증을 거쳐 나만의 레써피를 완성하였다.
방문자들을 위해 특별히 레써피를 공개하겠다.
일단 내장 제거 등 손질이 되어 있는 구이용 닭을 사서 한번 씻어준다. 살때 배를 한번 갈라 달라고 해도 좋다.
다음은 약간 오목한 그릇 위에 호일을 깔고 그 위에 닭을 두고 소주, 청주 등으로 듬뿍 적신다. (다음엔 와인으로도 한번 시도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소금간을 적당량 골고루 안팎으로 한다. 다음으로는 버터를 겉에 한번 둘러준다. (이 모든 작업은 손으로 해야하므로 요리용 비닐장갑을 사용한다.) 그리고 다진 마늘을 안팎으로 둘러준다. 그리고 후추와 바질을 겉에 듬뿍 뿌려준다.(이 요리의 핵심 풍미는 바질!) 그리고 파프리카, 양파, 오이 등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닭 안쪽에도 일부 넣고 겉에도 두어 호일로 함께 싼다. 처음에 씻어낸 술까지 모든 재료를 같이 호일로 싸서 배어들게 해주는 것이 좋다.
자 이제 230도 정도로 호일째 오븐에서 굽는다. 여기서 음식의 맛과 조리의 효율성이 문제가 되는데, 오븐에서만 구우면 제대로 익는데 2시간도 더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오븐에서 오래 돌릴수록 호일 안에서 양념이 잘 배어들게 된다. 지난번에는 1시간 반 정도, 이번에는 40분 정도 오븐에서 돌렸는데 역시 오래 돌렸을 때 맛이 훨씬 고루 잘 배어들었다. 아무튼 적당한 시간동안 오븐을 돌리고 나서 호일을 제거한 후 접시에 담아 콤비 메뉴를 사용하여 마무리로 겉과 속을 익힌다. 레인지+오븐 기능이라 호일을 제거할 수 밖에 없지만 속까지 익히는 데는 매우 효율적이다. 1.3Kg 닭을 40분 오븐으로 가열한 후에, 콤비 메뉴로는 15분 정도 더 돌리면 잘 익는다.
남은 것은 맛있게 먹는 일. 와인도 좋고 맥주도 좋다.
구이뿐 아니라 거기서 나온 양념이 참 맛난데, 이를 잘 보존하였다면 밥을 섞어 리조또로 만들면 또한 훌륭할 듯하다.
다음에 시도 예정.
닭요리로 포식 후엔 부모님 댁에 가서 아이는 맡겨두고 서리풀공원 산책.
40~50분 정도 동안 매우 전투적으로 걷기에 임해 누에다리까지 다녀왔다.
저녁까지 부모님 댁에서 먹고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0/4(목)
이날은 대부분 사람들처럼 yeon도 회사에, Kiwi도 어린이집에, 일상으로 복귀.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가련한 신세가 된 나는 비슷한 처지의(?) 팀 사람들과 애꿎은 공이나 때리러 출격.
좀이라도 싸게 쳐보겠다고 할인 타임에 잡은 시간이 새벽 6시반이다. -_-;;
다행히 골프장은 멀지 않은 편이라 집에서 40분 정도.
새벽에 별보고 나서려니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막상 나가면 물론 좋다.
올해 세번 필드에 나섰는데, 전설의 아더왕샷이 나온 4월초 라운딩은 눈과 비로 6홀, 8월말의 저녁 라운딩은 우천으로 인해 9홀까지만 돌아서 이번 세번만에야 18홀을 다 돌 수 있었다. -_-;;
날씨가 나쁜 때에 치는 골프는 고역일 따름.
다행히 이번엔 이전 두번의 악천후를 보상해줄만한 환상적인 날씨.
좋은 날씨 덕에 플레이도 나쁘지 않았었다. 그래도 처음 스크린골프와 비슷한 정도로 친 듯.
워낙 진행이 빠르다 보니 15홀쯤 갔을 때 시계를 보니 아직 평소의 출근도 안했을 시간이었다. ㅎㅎ
아무튼 즐거이 플레이를 마치고, 점심을 사먹고, 집에 와서 낮잠을 늘어지게 자다 일어나 Kiwi와 놀며 또 하루 마무리.
10/5(금)
이날은 연휴 전체를 통틀어 가장 허무하게 지나간 날.
늦잠 자고 일어나서 집안 고장난 곳들 이곳저곳 AS 처리하고 손좀 보고, 다 떨어진 생필품들 몇가지 주문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늦은 오후. 아이의 같이 놀자 공세를 피해 PC방에 잠시 가서 이것저것 인터넷좀 하다가 다시 집에서 저녁 먹고 하루 끝.
10/6(토)
전날 계획을 못세웠었는데, yeon의 아이디어로 뚝섬으로 가서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렇게 아이를 뒤에 태울만한 자전거도 빌릴 수 있었다.
두대를 빌려 한강을 따라 잠실대교까지 다녀왔다.
가다 보니 한강에서 wind surfing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계속 가다보니 스케이트보드 타는 곳도 있고, 인공암벽도 꽤 큰 게 있고.
와 우리나라도 이제 이런 거 많이 하는구나.
국민소득 2만불이 넘더니 쫌 선진국 같다. (그러다 저녁때 걸어서 세계속으로 뉴질랜드편을 보다가 뉴질랜드 공원들 보고 좌절. 뉴질랜드 남섬만 해도 남한보다 큰데 인구는 100만이랜다. -_-;)
뭐 그래도 이런 날씨에 한강변 자전거 달리기는 참 좋았다.
자전거들이 좀 많다 싶기는 해도, 서울에 한강이 있는 게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암튼 앞으로도 한강을 계속 잘 꾸며야 서울도 멋있어질게다.
역 근처의 전망대같은 곳도 좀 구경하고, Kiwi가 좋아하는 놀이터에서도 좀 놀다가, 다음주 먹을 장을 보고 집으로 왔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니 이번엔 저녁 한강을 또 보고 싶어서 야간 산책을 나섰다.
때마침 불꽃축제가 있는 날인데, 아이가 어린 앞으로 몇년은 계쏙 불꽃놀이 구경은 힘들 듯.
비교적 사람이 없을법한 잠원지구로 가서, 분수쇼를 하는 반표대교를 보며 산책을 했다.
Kiwi도 시원한 저녁 나들이에 기분이 좋은 듯.
10/7(일)
전날엔 특별히 얘기 안했는데 은근히 재미있었는지 이날도 Kiwi가 또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조른다.
이번엔 올림픽공원으로 출발.
일단은 김밥, 샌드위치를 사가서 돗자리 펴고 점심 먼저.
그리고 체조경기장 근처에서 이런 3,6인승 자전차를 빌릴 수 있다. ^^
자전거보단 좀 비싸지만 인기가 많아서 빌리는데 1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올림픽공원 둘레길이 대체로 평지긴 하지만 약간의 오르막도 이 자전차로 오르기는 꽤 힘들다.
게다가 공원에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서 자전차 운전하기도 약간 아슬아슬.
뭔가 동남아 여행온 기분이었다. ㅋㅋ
이렇게 길고 긴 연휴를 다 보냈다.
길게 여행을 못간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알차게 가족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