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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watching

3 Idiots, My name is Khan

by edino 2010. 11. 1.
발리우드 영화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요즘 괜찮다는 입소문들이 있길래 보게 된 2편의 인도영화.
부담스럽게 둘다 2시간 30분을 넘는다. (스포일러 있음)


먼저 3 idiots.
제목과 달리 이 영화는 한 천재와 두 똘마니 이야기 정도 되겠다.
매우 널리 알려진 우주에서 볼펜 대신 연필쓰는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는 얘기인양 가져와서 주인공을 천재 만들고 나머지를 바보로 만드는데, 아무튼 주인공을 천재로 만드는게 전부 이런 식이라 매우 거슬렸다.
기발한 놈으로 나오는 주인공이 전혀 기발하지 않게 느껴지니 재미가 없다.


주인공 시점에서 진짜 바보가 하나 나오는데, 이 인물을 놀려준다고 주인공들이 하는 짓이 참 치졸하고 재미도 없다.
힌두어좀 모른다고 유학생을 그렇게 왕따시키면 쓰나. -_-;;


내가 발리우드 영화들을 보려는 시도도 안해왔던 이유는 그 특유의 춤과 노래 장면들 때문인데, 나는 원래 극 중간에 춤과 노래가 나오는 쟝르를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껏 재미있게 본 뮤지컬이라곤 중학교때 처음 본 뮤지컬인 아가씨와 건달들 이후에는 없다. 오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 내게 극과 춤/노래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요소라서 어느 쪽으로도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이런 장면들은 그저 빨리 넘기고 싶을 뿐. -_-;


그래도 중반 이후에는 조금 뭉클한 부분도 있다.
아들이 부모 뜻을 거스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설득하는 부분인데, 뭐 이렇게 착한 아들이 이렇게 진심으로 말하는데 안들어줄 부모 있으랴.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설득 안되는 부모가 훨씬 더 많을지도. -_-;;


인도에서는 아들을 낳으면 공학자를, 딸을 낳으면 의사를 시키려는게 극성 부모의 표본인가보다.
인도 펀드나 들어볼까. -_-;;
아무튼, 급격한 갈등의 봉합.


그리고 마지막 이 배경만큼은 끝내주게 멋졌으나, 결말도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음.
나도 왠만하면 해피엔딩은 좋아한다만, 주인공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학교 선생으로 그치면 안되었나.
뭘 굳이 그러면서 경제적으로도 재벌급으로 성공한 사람이었어야 했는지.
이 영화에서 하고자 해왔던 얘기들도 결국 성공의 기준은 세속적인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셈.


다음은 My name is Khan.
이 영화는 좀더 씹어야겠다. -_-;;

내게 참 별로였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인도판에 가깝다.
주인공은 아스퍼거 증후군인데, 언젠가 말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normal 하지 않은 사람 역할을 연기하는 것에 평가가 매우 박하다. 이 주인공도 뭔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라기 보다는 '새'를 흉내내는 것 같았다. -_-;


9.11 이후의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척 하지만, 영화의 태도는 '위험한 테러리스트들도 있지만 선량한 저희같은 이슬람들은 구분해서 잘 봐주세요' 정도다. 주인공이 이슬람 사원의 선동적인 인사를 FBI에 신고까지 하는 설정은 전혀 주인공 캐릭터와 일관되지도 않은데, 이런 양비론(?)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한 걸까??


좀 나쁘게 말하면 해외 영화제를 노린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 영화에서, 그래도 노래와 춤을 완전히 빼는 건 너무 서운했는지, 흑인들을 대동해서 한바탕 불러주신다. -_-;;


나한테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설정이 불편했다.
포레스트 검프 같은 영화가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던 순수영혼들에게는 추천.
나같이 비뚤어진 영혼에게 추천하면 욕만 먹을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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