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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watching

24

by edino 2010. 9. 17.
드디어 24 마지막 시즌인 8시즌까지 다 봤다.
스포일러 듬뿍이니 알아서들...

실시간 구성이라던가, 첫 시즌부터 끝에 주인공 와이프를 죽여버리는 무자비함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끈 드라마 24.
이것도 비슷한 구성으로 8년째라니 밑천 바닥날대로 다 났다.

대통령 암살, 핵무기, 화생방 공격 등등 3시즌만에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테러들은 다 나왔다.
테러범을 몰래 도와주는 배신자들은 주인공 애인부터 오랜 동료, 심지어 미국 대통령까지 그야말로 가리는 게 없다.
반면 회를 거듭하면서 구성은 빤해져서, CTU가 온갖 감시 기술로 잭 바우어를 도와 한놈 잡고, 그놈을 고문하거나 아니면 그놈이 면책권 달라고 해서 다른 놈 알려주고, 이런식의 꼬리물기도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었다.

8시즌에서는 평화협정을 반대하는 테러집단이 자국(중동 어느나라) 대통령의 차를 폭파시켜 그를 죽이려 한다.
그런데 여차저차해서 살아난다.
그러자 이놈들은 미국에 핵무기로 테러 위협을 하면서 죽이려다 실패한 그 대통령을 내놓으라 한다.
대통령을 넘겨받고, 안줘도 되는데, 착하기도 하지 핵무기 그냥 준다. -_-;;

그런데 그 배신자중에 하나는 대통령의 경호실장으로 그의 차가 폭파되어 죽으면 그도 같이 죽는 걸 알고 있었다.
항상 총차고 대통령 옆에 서성이던 놈이 자폭 용의도 있으면서 왜 그냥 안죽이고 생 난리지?? -_-;;
그냥 확 해치우면 될걸 대통령 동생이랑 짜고, 러시아에서 마피아들한테 핵연료봉 사고, CTU에 첩자 심어놓고, 경찰 심어놓고, 등등 혼자 하면 될걸 수백명 동원에 수천억 들인다. -_-;;
더이상 왠만한 배신자는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못주니, 전혀 예상못할 배신자들을 만드느라 말도 안되는 설정만 늘었다.

그런데 마지막 시즌도 이런 식으로 끝내고 싶진 않았나보다.
오랫만에 잭 바우어에게 애인을 만들어주더니 죽여버린다.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 하던 이 시리즈의 결말은 결국 사적 복수다.

그 배후는 러시아 대통령이랜다. -_-;;
참, 가도 너무 갔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눈뒤집힌 잭 바우어는 살인마 그 자체였다.
애인을 죽인 사람은 하나,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은 두명인데, 관여된 인간들은 다 쓸어버리겠다고 20여명은 죽인 듯하다.
애인의 죽음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러시아인이면 사살하는데, 그래도 최소한의 동정은 받고 싶었는지 미국인들은 팔, 다리 위주로 쏜다. 권총으로 교전중에도 국적 따져서 사살과 부상을 나누는 능력.

거기다 더욱 불쾌했던 건 교전중 죽이는 것도 아니고 무장해제시킨 상태에서 주인공이 살인하는 장면들.
하나는 그것도 아주 고어 수준으로 고문하다 죽인다.
대통령을 목잘라 죽인건 그에 비하면 인간적인 듯. -_-;

헛 참. 그전에도 고문이라든지, 어이없는 애국심이라든지 불편한 건 있었어도 이런 막장은 아니었는데.
Fox 제작이라 그런지 거슬리는 미국적 애국주의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균형을 잡으려는 척도 꽤 보였었는데...
이건 정말 마지막 시즌까지 보니 확 불쾌한 시리즈가 되어버렸다.
'Justice'란 말이 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


이 예쁜척하는 언니 누구더라?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한참만에 알았다. Battlestar Galactica의 Starbuck!
중간까진 민폐 캐릭터였다가, 갑자기 배신자 캐릭터로 돌변...
이것도 쇼킹한게 아니라 그냥 어이없었다.


안그래도 절대 안죽는데, 방탄복에 헬멧까지 쓴 잭 바우어는 뭐 히어로물의 최강 악당 정도의 필이 난다. -_-;;


뭐 이정도로 막가면 결국 잭 바우어 죽이려는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살려준다.
아, 영화로 한편 더 울궈먹겠다고 했지.

위 장면에서 잭 바우어 대사가 웃긴다.
"네가 CTU에 처음 들어왔을 때,수년간 내 뒤를 봐줄 사람이 네가 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하긴 24 1시즌 보던 누가 클로이만이 잭 바우어와 함께 모든 시즌을 함께 할 캐릭터라고 예상했을까.
흠... 내 생각엔 출연료 많이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던 게 제일 크지 않았을까 싶기도... ㅎㅎ

결국 하고자 하는 얘기는 한대 맞으면 열대 때려주기 전엔 평화 얘긴 꺼내지도 마라 이런 건가.
극과 극은 통한다고, 잭 바우어도 테러리스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마지막 시즌으로 인해 주인공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뀌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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