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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watching

Cidade de Deus (City of God)

by edino 2010. 8. 13.
예전만큼 영화들을 '열심히' 보는 것은 아니기에, 무려 개봉까지 했던 영화인데도 종종 이렇게 흘리는 영화들이 생긴다.
2002년작인 이 영화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았지만, 보기 전의 영화는 최소한의 정보만 얻는 습관 때문에 오해를 하고 넘어갔다. 제3세계를 다룬 영화의 제목이 City of God이라니, 롤랑 조페 감독 영화 같은 건줄 알았던 듯.

우연찮게 이 영화의 평을 접하고는 뒤늦게 구해서 보았다.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사실적이어서(브라질 근처에도 안가봤지만 여기저기서 얼핏 본 얘기들에 비춰봤을 때) 실화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나온다. 심지어 등장인물의 실제 인물 인터뷰 장면도 나온다.

위 장면만 봐도 참... 모형 총도, BB탄 총도 아닌 진짜 총을 꼬마애들이 길거리에서 들고 다니고, 지나가는 사람 또한 별 놀라는 기색도 없이 지나가는 게 더 충격적이다.

사실성을 배제하고 본다면 가이 리치의 영화가 생각난다.
상또라이를 포함하여 살벌한 녀석들간의 싸움속에서 비교적 착한 애들은 어리버리하면서 나쁜놈들 우연찮게 이용해 먹기도 하다가 결국엔 나쁜 놈들은 서로 치고박다 죽고, 좀 착한 놈들은 살아남고 재미도 보는 얘기. 찍은 스타일도 못지 않게 화려하긴 하다. 다만 이 영화는 사실성이,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너무 어린 아이들이라서 보는 마음이 무겁다.


이렇게 암울한 곳에서 다징유 같은 아이가 나올 개연성은 언제든지 있다.
언제 죽어나가도 이상할 것이 없고 더 잃을 것도 없는 곳에서라면.
게다가 더 죄책감이 없고, 더 잔인하게 행동할수록 가지는게 많은 곳이라면.
울고 있는 이 아이들도 지금은 피해자이지만, 여기서 살아남으면 다시 가해자가 될 것이다.

아마 소년병들에게 총을 쥐어주는 아프리카 몇몇 분쟁지역은 이곳보다 조금 더 끔찍하겠지.


보다 보니 이 베니라는 인물이 흥미로왔다. 모두가 두려워할 뿐인 싸이코패스 다징유(제 베퀘노)조차 그를 친구로 여기고 그의 말은 무시하지 못하는데, 베니는 다징유와는 반대로 빈민가의 누구나 그를 좋아한다. 집단적인 스톡홀름 신드롬을 자극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 무시무시한 다징유랑 가장 친한 No.2이면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 대체로 이렇게 살갑게 대해주니 말이다. 다징유의 가장 큰 적과도 친구이고, 심지어 그에게 여자친구를 빼앗긴 주인공조차 그에 대해서는 동경에 가까운 마음을 가질 뿐이다.

툭하면 폭주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다징유를 자주 말리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필요한' 살인만을 종종 말릴 뿐이다. 손에 피 한방울 안묻혔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죄책감이란 것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서 이렇게 행동하는 인물이 더 무섭기도 하다.


그냥 이런 다징유는 보통의 인간에게 있는 무언가가 없는, 다른 존재로 치부할 수 있는데 말이지.
베니는 사람같으니까, 보고 있으면 마음이 복잡하다.

어쨌든 영화는 권선징악 나름 해피엔딩이지만, 현실은 별로 그렇지 못한 채 남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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