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ntiments/watching

Heroes

by edino 2010. 8. 11.
몇년 전부터 유행인 미드 열풍에 동참한 것도 벌써... 10년쯤 되어 가는구나. -_-;;;

사실 우리 어렸을 때도 재미있는 미드야 많았지만, 어렸을 때 좋아했던 것들이니 만큼 어딘지 유치한 구석들이 있었다.
에어울프, 맥가이버, 전격Z작전, A특공대, 이런거 그때 어른들도 좋아 했나 모르겠다. 앞에 두개는 좀 좋아라 했고, 뒤에 두개는 인기에 비해 별로 재미있게 보진 않았다.

사춘기 정도 즈음해서는 개인적으로 완소로 기억되는 미드는 다소 성인 취향이던 블루문 특급(Moonlighting), 케빈은 열두살(Wonder Years) 정도가 생각나는데, 두 드라마의 오프닝송들만 들어도 설레던 기억이 난다. (Al Jarreau의 Moonlighting, Joe Cocker의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

그 뒤로는 별로 드라마를 볼 일이 없다가, 우연히 케이블TV에서 확 꽂혀서 지금까지도 나의 best 미드라 꼽을 만한 것이 Ally McBeal이다. 흐... 이 드라마들에 대해서는 언젠가 또 얘기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암튼.

그 뒤로 남들 다 보는 24, Prison Break 등으로 다시 미드를 보기 시작했는데, 24같은 드라마는 시즌별로 에피소드의 완결성이 뚜렷해서, 매년 시즌 종영하면 몰아서 봐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Lost나 Heroes는 사정이 좀 다르다. 방대한 등장 인물들과 일부러 복잡하게 꼬아둔 줄거리들.. 다음 시즌까지 기다려서 보려면 전시즌 내용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_-;
결국 종영하면 다 몰아보리라 생각하고 Heroes는 2시즌, Lost는 3시즌에서 보기를 멈췄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줄줄이 종영이다. 몰아보기 시작.

사실 이것들 다 보면 또 보고 싶은 미드들은 꽤 많다.
그렇지만 점점 더 희박해지는 시간 때문에, 지금 아니면 안되는 것들도 너무나 많기에, 그렇지 않은 것들은 가급적 미루기로 결심한 터라, 이미 보던 미드 3종세트(24, Heroes, Lost)를 제외하고는 왠만하면 안보기로 했다. (이렇게 우선순위에 밀려서 하고 싶은데 못해보고 있는 것으로는 또 스타크래프트2가 있다. ㅋㅋ)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기로 한 것들 중에 먼저 다 본 것은 Heroes. (경고 : 스포일러 있음)
지속적인 인기 하락으로 급작스레 종영이긴 하지만, 굳이 더 이어간다고 훨씬 멋진 엔딩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Prison Break도 그랬지만 왠지 장기 시즌으로 보고 시작한 것 같지 않은 드라마의 한계랄까....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1시즌의 완결성이 깨지고, 무리한 설정들이 나오기 시작...
게다가 참으로 개념없는 캐릭터 설정!! 시즌 volume이 바뀔 때마다 적도 바뀌어야 하고, 구도도 좀 틀어보려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사상에 일관성이라곤 전혀 없다. 온 세상을 초능력자의 세계로 만들겠다고 설치던 인간이 다음 시즌에선 자기 가족 빼고 초능력자들은 죄다 잡아들이겠다고 나서질 않나...

그래도 못볼 정도는 아니어서 끝까지 완주했다.


캐릭터들이 워낙 엉성하다보니 캐릭터간 관계는 더욱 엉성해서, 이처럼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드라마도 흔치 않을 듯. -_-;;
그래도 3시즌 E20에서 이장면은 좀 짠했다.


4시즌에서 이 장면도...
약간 막장스런 설정이긴 한데, 네이슨이 떨어지면서 사일러의 웃는 표정으로 오버랩되는 장면은 흠... 적어도 시즌 베스트.

<나 착하지 피터야?>
<....(개무시)>

Heroes의 가장 명물 캐릭터라면 역시 사일러다.
여러 시즌에 걸쳐 여러 악당들이 등장하지만, 꾸준한 악당은 역시 구관이 명관, 1시즌의 끝판 대마왕 사일러다.
피터의 아버지는 가진 능력치고는 상당히 찌질하게 느껴지던 악당이었고, 마지막 시즌의 새뮤얼(Prison Break의 티백)도 역시 힘의 원천이 시시한 구석이 있는데다 너무 수다스럽다. 아담 먼로는 가진 능력치고 제법 악당스러웠지만 역시 치어리더와 같은 능력만으로는 좀 김빠진다.

반면 사일러의 main 악당 역할은 1시즌에서 뿐이지만, 능력을 얻게 된 이후로 거의 싸이코패스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뭔가 나름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다른 악당들에 비해 훨씬 섬뜩한 면이 있다. 착한놈 나쁜놈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좀 웃기긴 해도 각본가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캐릭터스럽다.
반면 다채로운 능력을 가지긴 했는데 사용하는 능력의 98%는 처음에 얻은 염력뿐이라 좀 시시.
머리 뚜껑 따는게 워낙 인상깊긴 해도 말이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점 거의 고어 수준의 장면도 나온다.)

쓰고 보니 역시 대단한 감상은 없군.
그래도 4시즌에 걸쳐 완주했으니 기념으로 포스팅.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