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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listening

Greenday in Seoul!

by edino 2010. 1. 21.
그리하여 나는 친구와 함께 Kiwi 안아주느라 너덜너덜해진 무릎을 이끌고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향했다.
따로 물품보관소가 없는 관계로 안에는 반팔을 입고, 겉옷을 넣을 배낭가방을 매고.
(이날은 yeon의 직장 복귀로 Kiwi가 엄마없이 장모님댁에서 지내기 시작한 첫날이었지만.. Kiwi야 미안. ^^;;)

시내에서부터 5호선이 무지 붐볐는데 죄다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리더라.
직장인들이 상당히 많았던 모양. 그리고 겨울이라 그런 것도 있겠으나 Rock공연 치고 입장객들의 옷차림도 매우 단정. ㅎㅎ
주변에서 샌드위치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거의 8시가 되어서 입장.

어차피 반 잘라서 뒤쪽 스탠딩이고, 잘 보이지도 않을테지만 왠만하면 뒤에서 놀리라, 슬램 따윈 개나 줘버려, 20대 때도 힘들었다 30대 중반인데 절대 무리하지 말자, 2시간 반이 넘는다 체력안배 잘못하면 죽는다, 뭐 이런 생각을 하고 갔다.


공연 시작 직전 폰카로 한장 찍었다.
근데 공연 내내 사진과 동영상 무쟈게들 찍어대더라.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거 왜들 그리 열심히 찍는지. 심지어 여기저기서 사진들 보니 노래하는 보컬 코앞에서도 카메라 징그럽게 들이대고들 있더라. Greenday 워낙 매너는 좋았지만, 그래도 공연장에서 그렇게 노골적으로 카메라와 폰카들 들이대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어찌되었던 토끼탈 한마리가 나와서 YMCA도 깜찍하게 불러주며 흥을 돋구다 Song of the Century가 울려퍼지며 공연 시작~

                                                       <공연 뒤에 올라온 서울 공연의 setlist>

21st Century Breakdown까지는 나중에 미칠 노래들을 위해 살포시 박자만 맞췄지만, Know Your Enemy에 가니 나도 모르게 같이 뛰기 시작. -_-; East Jesus Nowhere 때는 내가 좋아하는 일명 '우월한 점프'도 시도. ㅋㅋ 요건 내맘대로 노는 방식인데, 남들보다 상당히 높이 폴짝폴짝 가볍게 뛰면 다른 사람들 두번 뛸 때 한번씩 뛰면서 무대도 잘 보이고 아주 재미있다. 다만 계속 하면 힘들어 죽는다. -_-; 그래도 전반부는 상당히 진정하면서 보냈다. 근데 뒤에서 놀려고 했는데 자꾸 앞으로만 가고 있었다. 어이 삼십대 중반 애아빠, 아니 슬램은 개나 줘버리라면서 왜 슬램 존 근처로 슬금슬금 가는거지? -_-;;

Holiday로 전작의 곡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The Static Age 등 새앨범 곡들도 들을수록 은근히 훌륭해서 특별히 전작의 노래들만 편애할 일은 없었다. 이어서는 Give Me Novacaine, Are We the Waiting, St. Jimmy, Boulevard of Broken Dreams 등 전작의 주옥같은 곡들이 연달아 나왔다. St. Jimmy 빼고는 살짝 허공에 손흔드는 분위기로 한 템포 늦춘 분위기.

그 뒤를 잇는 공연 중반부는 예상 setlist에서 더 예전의 노래들과 남의 노래 커버한 곡들이 주로 배치되어 있어서 가장 쉬어갈만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Burnout이 끝나자 예상 setlist의 세곡을 갑자기 건너 뛰어서 Hitchin' a Ride가 연주되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나에게 이거슨 Greenday 최고의 오르가즘 곡이다.
My tongue is swelling up, I say 1,2, 1,2,3,4, shit!
요 부분, 이때만큼은 나도 '다 죽어버려 슬램'을 구사할 셈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이번 공연 최대의 오점(?!)
1,2, 1,2,3,4, 몇 번 하더니 그냥 다음 곡으로 넘어가버리는 게 아닌가. -_-;;
Bullet in a Bible에서 그렇게 끝내주던 shit은 어따 버리고 온거야! ㅠㅠ

허망한 나의 마음은 Brain Stew가 시작되고 나서야 다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Jaded와 Longview를 거쳐 아마도 영원히 Greenday 최고의 애'창'곡이 될 가능성이 높은 Basket Case.
뭐 이때는 주변서 하도 난리쳐서 좀 힘들었다. She 부를 때쯤 잠시 뒤로 빠졌었으나 King for a Day, Shout가 나오니 또 앞으로 가고 싶더라. 이런저런 짬뽕곡 끝나고 21 Guns때 슬금슬금 다시 앞으로 가니, 원래 첫번째 Encore때 나오기로 했던 Minority가 튀어나온다. 헉 하고 신나게 놀아주니 종이가루가 날리며 피날레를 알린다. 그래도 Encore 두번씩 해주는 거 다 안다.

열심히 나와달라 불러주니 American Idiot으로 다시 나와주신다. 이때는 체력안배의 부담도 없겠다, Hitchin' a Ride 때 아껴둔 것도 있겠다, 제일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나니 예상 setlist에서 빠져서 팬들이 가장 서운해했던 곡 중 하나인 Jesus of Suburbia 질러주신다.

두번째 Encore는 다들 이제 집에 가라고 거의 빌리 조 혼자서 기타로 세 곡 부르면서 작별을 고했다. Good Riddance는 정말이지 공연 마지막을 위해 만든 곡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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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자세히도 썼다.
그래도 표값+저녁+끝나고 맥주 까지 딱 10만원에 정말 잘 놀았다.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사실 공연 모습은 거의 제대로 못봤다. ㅎㅎ
무대에서 별 에피소드가 다 있었던 모양인데 무대 올라가서 빌리 조에게 키스 퍼붓던 여성 관객이 어벙하게 스테이지 다이빙 했던 것 말고는 잘 보지도 못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내한공연 왔다고 치고 공연 실황 빠방하게 틀어놓고 팬들끼리 모여서 놀아도 못지않게 재미있을 거 같다. ㅎㅎ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은 우선 에오 에오 이것 너무 시켜서 좀 지진아 반에 온 것 같았고... -_-;
중간중간 좀 쳐지게 끌긴 했지만 2시간 반동안 성실히 해준 거에 비하면... 사실 앞쪽에서 무대를 계속 보고 있었으면 쳐진다고 못느꼈겠지만, 뒤에서 잘 보지도 않고 너네 노래 불러라 우리는 논다 이랬던 사람들은 미치는 부분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 끌고 그래서 쳐지게 느꼈던 부분들도 있고 그랬다. 그리고 특히 Hitchin' a Ride에서 절정을 빼먹은 건 매우매우 아쉽다. ㅠㅠ

내 인생 마지막 스탠딩 공연이라고 공언하고 다녀왔건만, 갔다 와보니 아직은 다닐만 한 듯. ㅋㅋㅋ
체력안배 너무 알뜰히 해서 사실은 기운도 좀 남았다. 아직도 뻐근하긴 해도.
담엔 누가 와서 또 이런 기분 느끼게 해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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